제가 공연하는 연극 '길 떠나는 가족'도 그렇지만, 이번 제30회 서울연극제에는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간 연극제를 통해 소개된 작품들 중 베스트 공연들만을 선정해 다시 무대에 올린 것이니만큼 어느 작품하나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봄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 즈음해서 아버지가 큰 아들의 등에 업혀 길을 내려오는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요. 그게 바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성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강하던 아버지도 결국 아들의 등에 업히면서 자신의 역사를 아랫세대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는 그 느낌이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오현경 선생님의 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배우로서의 삶이 다 응축되어 있는 분이시기 때문에 무대에 서 있는 그 자체로도 예술이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비록 공연은 끝이 났지만 다시 이 작품을 만나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꼭 재관람 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신 분들은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관람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더불어 이번 저의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역시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 연극 '봄날' ⓒ Newstage |
+Tip. 연극 '봄날'은 어떤 작품?
연극 '봄날'은 1984년 발표되어 권오일 연출의 극단 '성좌(聖座)'에 의해 초연된 작품이다. '봄'이라는 계절의 대립과 조화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자식들의 갈등과 가부장적 제도를 모성애를 통해 극복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연출상과 미술상을 포함 서울연극제 대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고 공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초연 이후도 수 차례 재공연 되어 1997년 전국연극제 등에서 수상을 하며 작품의 우수성을 입증하였고, 25년이 지난 2009년에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난 4월 제30회 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이자 작품의 맛을 찾아낼 줄 아는 이성열이 연출을 맡고 연극 '봄날'의 초연 멤버인 배우 오현경이 열연하여 작품의 연극성과 입체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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