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신영철 대법권의 재판 간여에 관하여 논의를 진행해 온 공직자윤리원원회는 '징계' 권고가 아닌 '경고 또는 주의 촉구를 권고'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그 후 이러한 결론의 부당함과 신영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급기야 일선 판사들의 노도와 같은 항의가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대법원장이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진상조사결과를 법적으로 평가하고 그 책임소재를 규명한다는 미명 하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논의를 부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공직자의 재산등록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대법원에 설치된 기구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
위 진상조사단의 결과가 나왔을 때, 대법원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간여를 논의하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어야 했다.
법관징계법 제2조에 의하면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킨 경우"에는 징계할 수 있는데,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는 재판 간여 여부를 불문하고 법원의 위신을 심대하게 실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 진상조사단이 이미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간여를 이미 확인한 바 있으니, 그에 대하여 징계할 수 있음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는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필자의 법률적 판단이다. 우리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원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한다. 여기서 '직권남용'의 의미에 대하여 판례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거짓 핑계를 대고)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9. 1. 30. 2008도6950판결 등 다수 판례).
그런데, 신영철 대법관은 자신이 근무평정을 하는 대상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에게, "야간집회 위헌 여부는 12월 5일 평의에 부쳐져 연말 전 선고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노컷뉴스>, 2009. 3. 5. 보도), 지난해 11월 6일 보낸 '야간집회 관련' 이메일에서도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 여러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경향신문>, 2009. 3. 6. 보도), "오늘 아침 대법원장님께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가 있어, 야간집회 위헌제청에 관한 말씀도 드렸습니다. ...(중략)...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하여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경향신문>, 2009. 3. 6. 보도)라고 적은 이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이러한 반복적인 이메일 발신행위는 근무평정의 대상인 위 판사들로 하여금 야간집회금지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형사재판의 진행 및 판결선고에 관하여 압력을 느끼게 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국 헌법이 개별 법관에 부여한 재판 진행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재판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신영철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행사를 빙자하여 개별 법관의 고유한 권한인 재판 진행을 방해하였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다(사법행정권의 의미와 한계에 대하여는 필자의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해야 하는 법률적 이유" 참조).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바른 길
그러므로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의 점증하는 분노를 잠재우고 드높아져 가는 국민의 공분을 달래기 위해서 당장 신영철 대법관을 징계절차에 회부해야 한다. 그것이 땅에 떨어진 사법불신을 극복하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이 더 이상 사법부를 오욕의 구렁텅이로 빠트리지 않은 것이다. 또한 그것만이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을 지키고 정의로운 사법을 수호할 수 있는 정도(正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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