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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에겐 반말 해도 되나요?"

서울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에 수용된 이주노동자 항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또 말썽이다. 불법체류한 외국인을 국외로 추방하기에 앞서 일정기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출입국관리사무소 내 외국인 보호시설은 그동안 수용 외국인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 열악한 처우 제공 등 인권유린 의혹을 받아 왔다.

이번에는 지난달 단속에 걸려 서울출입국관리소에 '보호' 중인 한 이주노동자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에 '편지글'을 보내 서울출입국관리소의 인권 침해 사실을 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출입국관리소 수감 이주노동자, 열악한 환경 고발**

이주노조가 5일 공개한 '편지'의 주인공은 '크리스티앙'(45)이란 이름의 독일인이다. 그는 '편지'에서 수감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 사항을 4가지로 나눠 정리했다.

그는 먼저 수감자들을 위한 '휴게실'이 너무 좁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감자들이 휴게실을 '닭장'이라고 부르고, 스스로를 '깡통에 담긴 죽은 물고기들'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잠을 자는 수감방도 비좁고, 대단히 지저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먹는 음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밥과 야채만 조금 있는 멀건 국만 먹고 있다"며 "신선한 야채와 과일은 몇 달 동안 단 한번도 먹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단지 비좁은 공간, 불량한 식사에 그치지 않았다.

크리스티앙은 또 덮고 자는 담요가 너무 지저분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이용하는 담요는 수 개월에 한번 정도 세탁을 할 뿐이다. 그는 "담요 세탁은 최소한 2주마다 한번씩은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며 "여기에 억류되면 건강을 많이 해치게 된다"고 관리소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고발했다.

한편, 크리스티앙 등 보호소에 수감 중인 이주노동자들은 출입국관리소 측에 이같은 열악한 환경의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외면' 그 이상이 아니었다고 크리스티앙은 주장했다.

크리스티앙은 이같은 관리소측의 외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앙은 관리사무소에 수감된 지 5주째라고 덧붙였다.

***이주노조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이주노동자에게 악명높은 보호소"**

한편 이같은 '편지글'을 받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은 크리스티앙의 고발내용에 대해 상당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열악한 환경뿐만 아니라 비인격적 대우도 빈번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주노조는 "외국인보호소 내부에는 수많은 문제와 인권침해가 만연해 있다"며 "특히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악명 높은 보호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인권교육 한번 제대로 받지 않은 공익근무요원들이 이주노동자에게 반말을 일삼는 것은 오히려 사소한 인권침해"라며 "보호소 내부 규칙에서 보장하고 있는 면회 시간마저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 일이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외국인 보호소는 감옥이 아니지만 감옥이 돼 가고 있다"며 "정부의 고용허가제 정책, 단속추방 정책에 봉사하며 이주노동자들을 억류하고 탄압하는 폭력적 기구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과장된 주장일 뿐"**

한편 출입국관리소를 관리하고 있는 법무부는 크리스티앙의 이같은 주장이 과장됐다는 반응이다.

법무부 체류심사과의 한 관계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출입국관리소 내 외국인 보호시설 체류기간은 5~7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기와 상황에 따라 보호 외국인의 수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간이 비좁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열악한 음식 문제에 대해 "충분한 예산을 들여서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개인의 취향이나 기준에 따라 (음식) 수준이 낮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기준은 충족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전방위 실태조사 진행 중**

한편 국가인권위는 지난 7월 초부터 전국 15개 출입국사무소와 2개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출입국 관리소 보호시설 내에서 인권 침해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진정이 수차례 쇄도해 실태조사를 결정하게 됐다"며 "올해 말 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실태조사를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인권위는 지난 4월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진정에 대해 △보호실 적정수용인원을 초과한 과밀수용 발생 방지 △보호외국인들이 하루에 한 차례씩 운동할 수 있도록 운동장 개방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었다.

다음은 크리스티앙 씨가 보내온 '편지' 전문과 번역문이다.

영어 원문 / Official Statement

Today, Thursday, August 4, 2005, it is exactly 4 weeks ago, that the National Human Right Commission (국가인권위원회, NHRC) was inspecting Mokdong Immigration Detention Center(*).
HNRC, of course, found a lot of violations of human rights here. The main complaints, made by inmates here:
- The entire space here, inclusive the common room, where the inmates spend there "leisure" time and have their fool, and floor between the cells, is permanent overcrowded. Detains call this "like chicken in cages" and "dead fishes in cans"
- The food is "more for pigs" - so many detains here. Even though since about two weeks some small things are changed, till now many detains get only rice and water soup, with small fragmants of vegetables.
- Fresh vegetables or fruits - never the detains, even the people, who have to spend mouths here, get.
- The sleeping places also are totally overcrowded (18 peoples or 16 peoples? is common), noisy, hard and extreme dirty.
Even though yesterday the blankets were taken to clean/wash, because of the daily change of detaines - most of them are arrested on their workplaces, without to get a chance for to take a shower - it should be done at least all 2 weeks, instead of once a year, or all two months, or so.
- The long term detains saw since their arrests no heaven, could not breath fresh air. There is no exercise possible here, so the detainment here, for example, is very harmful for the muscles.
- Until now the detains get no information about their rights here (some detaines, when they come here, even don't know, where they are).
- Since July 19 the inmates of cell №3 demanded their right of at least alternative breakfast. Instead of rice and water soup milk, bread and eggs. But the authorities here, now the 9th day are refusing to met this demand.
- And so on, and so oh...
Because of this terrible situation I have decided to go from today, August 4 2005 in a UNLIMITED HUNGER STRIKE until the immigration authorities solving this problems successfully.

Christian Karl
Mokdong Immigration Detention Center
2005-8-04
* and today it is also exactly 5 weeks ago, that I was detained here

번역문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오늘은 2005년 8월 4일입니다. 정확히 4주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호소 실태조사단은 목동에 있는 서울출입국관리소를 조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서울출입국관리소에서 많은 인권침해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의 주요 불만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곳의 전체 공간은, 각 방들 사이에 있는 (수감자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층별 휴게실이 계속 사람들로 꽉 차 있습니다. 수감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두고 "닭장 같다" 또는 "깡통에 죽은 물고기들"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은 "돼지"를 위한 것 - 수감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겨우 2주 전에야 작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우리들은 밥과 야채만 조금 있는 멀건 국만을 먹고 있습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은 몇 달을 갇혀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잠자는 곳 또한 전체적으로 꽉 차 있고(18명에서 16명은 보통입니다), 시끄러우며, 불편하고 대단히 지저분합니다.

그리고 겨우 어제가 되어서야 세탁을 위해 담요를 걷어갔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억류자들이 바뀌기 때문이고 그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체포되기 때문에 샤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담요 세탁은 1년에 한번, 2달에 한번이 아니라 최소한 2주마다 한 번 씩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장기간의 억류기간 동안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운동마저 할 수 없고, 이를테면 여기에 억류되면 건강을 많이 해치게 됩니다.

지금까지 수감자들은 보호소 안에서 우리가 갖는 권리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몇몇 사람들은 연행되어 와서 이곳이 어디인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7월 19일 이후 3번 방 수감자들은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며 아침식사만이라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밥과 형편없는 국 대신에 빵과 달걀을 달라고 했으나 당국은 9일째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문제가 많습니다.

이런 끔찍한 상황 때문에 당국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때까지 저는 오늘 2005년 8월 4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은 정확히 제가 이곳에 억류된 지 5주째가 됩니다.

2005년 8월 4일
크리스티앙 칼
서울출입국관리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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