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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왕국' 부탄의 새로운 고민거리 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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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왕국' 부탄의 새로운 고민거리 된 'TV'

전통 해체·민주주의 도입 등으로 각종 고민 분출

'은둔의 왕국' 부탄이 TV로 인해 고민에 빠져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전통적인 문화를 숭상하면서 불교와 농사 일만 알고 살아가던 부탄에 TV가 처음 도입됐던 것은 지난 1999년. 당시 부탄 정부가 TV를 들여오기로 한 것은 '98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지 못한 데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8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할리우드 영화나 인도의 연속극들이 부탄 국민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전통적인 가족 생활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과거 수 백 년간 외부와는 철저하게 단절된 생활을 해 왔던 부탄 국민들이 이제 40여 개의 채널을 통해 바깥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면서 가족 구성원들 간의 대화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
  
  수도 팀푸 외곽의 농촌인 유와카 마을에 사는 중산층 여성인 엔예남은 "TV가 없을 때는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잡담을 나누다가 애들이 나가면 불공에 몰두하곤 했다"며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옛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TV를 들여놓은 이후에는 거의 시간이 없다"면서 "심지어 염주를 돌릴 때도 마음은 온통 TV에 쏠려 있다. TV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어떤 곳이든 갈 수 있기 때문에 도무지 자리를 뜰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TV는 유와카 마을의 풍속도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어둠이 깔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인도에서 송출되는 연속극을 보려고 브라운관 앞으로 향하면서 거리는 텅 비게 된다. 밤새 술을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시절은 오간 데 없다.
  
  전직 공무원이자 엔예남의 남편인 산가이 체링도 TV 때문에 아이들의 주의력이 산만해졌다는데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에게 TV를 보지 말라고 하면 크게 실망하는 것 같다"면서 "TV 때문에 애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유와카 마을에서 나타나는 생활방식의 변화가 부탄에서 TV로 인한 많은 영향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불교 국가로서 농촌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던 정부당국 역시 이런 세태의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탄 지도자들이 문호 개방에 나선 것은 바깥 세상의 도전에 적응하면서도 수 백 년간 내려온 전통은 보존하는 '소프트 랜딩'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탄에서 또 다른 걱정거리 중 하나는 빠른 속도로 밀려드는 서구의 소비주의.
  
  부탄학 센터의 푼초 랍텐은 "TV와 광고가 욕망을 부추기고 있는데 부탄인들의 경제적 상황은 이런 욕망들을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동.서.남쪽은 인도, 북쪽은 티베트에 가로막혀 있는 부탄은 전통적인 농업국가로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지만 국민소득은 연간 1300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영 부탄방송서비스(BBS)는 TV와 전통문화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BS의 밍보 두크파 사장은 "미국 방송에는 쓸데없는 내용이 너무 많은데 이런 것들을 자주 접하다 보면 현실감을 상실할 수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국내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많이 내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그메 싱게 왕축 전 국왕은 지난 2001년 국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상적인 행정권을 각료위원회에 넘기면서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에 착수했다.
  
  왕축 전 국왕의 로드맵에 따라 부탄 당국은 2004년에 32개 조로 구성된 헌법을 공개해 열람시키고 있으며, 올 연말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이 발효되면 국왕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부여하는 내용의 왕실 칙령(1953년 제정)을 대체하게 된다.
  
  왕축 전 국왕은 옥스퍼드대 출신의 아들인 지그메 카사르 남그옐(26)에게 지난해 12월 양위했으며, 남그옐 현 국왕은 부친의 뜻대로 민주주의의 일정을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모의선거 결과에서는 국민들이 민주주의보다 여전히 왕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탄에서 과연 교과서 방식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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