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15 사면에 한총련 수배자들이 포함될 수 있을까? 일단 열린우리당이 한총련 관련 구속·수배자 50여명을 사면 건의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져 당사자들은 어느 때보다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반발도 만만찮다. 보수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한총련 사면은 '국가보안법 사문화'와 마찬가지라며 벌써부터 쌍수를 들고 반대하고 있는 것.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한총련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흠집내고 친북노선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며 "(한총련 사면은) 광복의 의의와 건국 이념 그 자체를 흔드는 잘못"이라고 성토했다.
***한총련 활동 관련 수배자 49명, 8.15 사면에 포함될까**
한총련 활동으로 수배를 받고 있는 사람은 현재 모두 49명이다. 이중 4년 이상 장기수배자가 24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8·15민족통일대회참가·미군철수관련 투쟁 등 각종 반미·통일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공동대표 오종렬)는 이들의 사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4년째 수배 중인 우대식씨(경희대) 등 5명의 한총련 수배자들과 이들의 부모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푸른색 수의를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씨 등 수배자들은 한때 한총련의 간부 혹은 대의원으로 활동했지만 오랜 수배생활로 다소 심신이 지친 평범한 청년의 모습 그 이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총련 수배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 모임'에 따르면 3년째 수배 중인 김현주씨(고려대)는 간질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기는커녕 하루하루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신경염을 앓고 있는 박요섭씨(단국대, 5년 수배) 역시 '어지러움증'으로 걸어다니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우대식씨는 "대부분의 수배자들이 오랜 수배로 인해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병원 치료를 받고 싶어도 학교 울타리를 넘으면 연행될까 두려워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배자 어머니, 애끊는 고통 토로**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수배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 참석해 눈시울을 붉혔다. 수배 4년차 유영빈씨(동국대)의 어머니 박세화씨는 발언대에 나섰지만 몇 마디 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 좌중을 안타깝게 했다.
박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창 피어나야 할 우리 아들·딸들이 시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부모 심정을 아느냐"며 "우리 아들·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풀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 자리가 사면을 촉구하는 마지막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8·15 사면에 한총련 수배자들이 모두 포함되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박석운 국보법폐지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대부분 사람들이 한총련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안다"며 "하지만 수십명의 수배자들이 집에 가지도 못하고 길을 해매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씁쓸하게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의 국가보안법 폐지-일부 개정-존치 논란 이후 오는 8.15 특별사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인권의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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