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선 직후만 해도 이명박계가 궁지에 몰리는 줄 알았다. 4.29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이 MB국정에 경고를 보내고 여권 분열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연히 여권 주류인 이명박계가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했다.
헌데 아니다. 이명박계가 칼자루를 쥐고 흔든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하나로 원샷원킬의 결정력을 발휘한다. 중립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수 언론의 선창을 장단 삼아 '탕평'을 읊조린다.
박근혜계는 졸지에 궁지에 몰려버렸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빠져버렸다. 받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묶여야 하고, 안 받으면 계파의 이익을 위해 사보타지를 불사하는 기회주의 집단으로 내몰려야 한다.
판세가 역전된 건 여권 내 계파 갈등만이 아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조찬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계파 입장에서 보면 전화위복의 계기를 단단히 잡은 셈이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하면 공세를 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포용력 부족' 비판을 잠재우면서 박근혜계의 일탈행동을 제어할 힘과 명분을 얻는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접수해도 공세를 펼 수 있다. 여권 내 분란요인을 제거하면서 국정과 의정 추진력을 배가할 수 있다.
비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권력을 분점해야 하는 상황, 다시 말해 권력 누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은 크게 염려 안 해도 된다.
쇄신특위가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전개될지, 어떤 판이 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는 생물 아닌가. 지금의 '쇄신' 목소리 볼륨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계속 유지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행여 이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최종 추인하는 주체는 최고위원회다. 이명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최고위원회가 쇄신안을 첨삭할 수 있다. 이 최고위원회가 건재하다. 박희태 대표 체제를 존속시키기로 한 만큼 최고위원회를 정점으로 한 당내 지분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본질이 이렇다. 국민은 국정쇄신을 요구했지만 이명박계는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손해는 안 보고 생색은 최대치로 내는 그런 게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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