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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 견디는 내 안에 '부처' 있다"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불교의 '자아'와 면역의 '자기'

최근 전 세계가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전파 속도는 빠른 반면에 증상은 일반 독감과 비교했을 때도 경미한 수준이다. 멕시코 외에는 사망자가 단 1명뿐이고, 국내에서 발생한 3명의 추정 환자도 1명이 퇴원하는 등 모두 다 완쾌했다고 하니 한시름 놓아도 될 듯하다.

석탄일(2일)에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새삼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견뎌내는 몸속의 면역 활동의 신비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면역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오묘하다. 최근에는 뇌사를 죽음과 똑같이 보면서 인간의 생존의 근거를 정신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런 뇌사 상태에도 면역 활동이 계속 지속된다.

▲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인플루엔자가 소강 국면이다. 신종 플루를 견디는 인간의 면역 활동에서 부처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 ⓒ프레시안

마침 석탄일이니 면역 활동이 불교에서 가르치는 지혜와 얼마나 유사점이 많은지 한 번 살펴보자. 잘 알다시피 불교의 지혜는 자아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나온다. 인간의 모든 고통이 바로 자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세상의 진실을 볼 수 있다. 면역 활동 역시 이런 불교의 핵심 지혜와 일맥상통한다.

불교의 경전 <반야심경>은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로 시작한다. '관(觀)'은 황새가 먹이를 찾듯 따져본다는 뜻이다. 덥석 달려들면 사냥에 실패하기 때문에 평정심을 갖고 먹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自)'는 자아이며 '보살'은 보리살타의 준말로 지혜가 존재함을 뜻한다. 즉,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지혜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와 같은 이물질이 침입하면 몸속에서는 면역 활동이 일어난다. 이 면역 활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T세포다. T세포 중 특히 헬퍼T세포(helper T-cell)는 이물질을 인지하고 킬러T세포(killer T-cell) 등에게 제거 지시를 내려서 본격적인 방어 기능이 작동하도록 한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헬퍼T세포가 이물질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헬퍼T세포는 자기(自己)를 돌아봄으로써 이물질(非自己)을 자기가 아니라고 인식한다. 비유를 하자면 이런 식이다. 애초 우리 몸의 바코드가 '홍길동'이이었다고 가정하자. 헬퍼T세포는 이물질의 바코드가 '홍길동'이 아니라 '홍길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제거 지시를 내린다.

이렇게 자기를 인식함으로써 비자기를 식별하는 면역 활동의 핵심은 '스스로를 돌아봄으로써 지혜를 찾는' "관자재보살"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지난주에 언급한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 '자기'를 '비자기'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 역시 이렇게 면역 반응이 바로 자기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불교 지혜를 연상하는 면역 활동은 이외에도 많다. 앞에서 언급한 면역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면역 활동에 관여하는 세포의 분화가 있어야 한다.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은 세포 간의 비율이 한 번도 고정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유동한다.

이런 과정은 "자아는 시공이 각기 다름에 따라 쉴 새 없이 변하며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면역 활동이 끝나면 각 세포는 직전의 평형 상태로 돌아간다. 바로 '반야(般若)' 즉, "배가 항구에서 떠나면 돌아온다"는 가르침과 다를 바 없다.

정보가 담겨 있는 단백질을 계속 분해하면 펩타이드(Peptide)로 쪼개진다. 아미노산의 중합체인 펩타이드 상태가 되면 면역 반응은 사라진다. '자기'와 '비자기'의 구별이 사라진 상태다. 열반(涅槃)은 뻘로 원시생명을 의미한다. 뻘은 자아가 소멸되어 평온과 지혜를 얻는 해탈의 경지다. 자기를 놓는다는 것이다. 오늘도 몸속에서는 열반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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