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각에서 화합의 징표로 박근혜계 인사를 원내대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턱없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당정청 쇄신을 주장하지만 가당치 않다. 이러면 죽는다. MB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박근혜계 인사를 원내대표로 올리자는 주장은 의정 추진력을 약화시키자는 얘기와 같다. 입법절차와 국민적 공감대를 누차 강조한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을 볼 때 그렇고, MB와의 차별화를 모색해야 하는 박근혜계의 입지를 봐서도 그렇다. '돌격, 앞으로'를 외칠 박근혜계가 아니다. 오히려 원내 자율성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이러면 6월 국회의 최대 난제인 미디어법 개정을 장담할 수 없고, 그에 비례해서 MB정부의 국정 추진력은 떨어진다.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자는 주장은 후진기어를 넣자는 얘기와 같다.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면 국정의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경제살리기'에 올인 하려는 MB정부의 올해 하반기 국정전략이 흔들린다. 4.29재보선으로 기세가 오른 야당에 인사 청문회란 판을 열어주면서 국정의 가속력이 떨어진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MB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밀어붙일 때이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거꾸로 보면 판이 보인다. 단합을 일찍 모색하고 쇄신을 조기에 추진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어차피 6월 국회를 거쳐야 한다. 밀어붙이기 국정이 최고점에 오를 시점이 6월 국회라면 민심의 반발이 최고점에 오를 시점도 이 때다. '경제살리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시점이 올해 하반기라면 민생이 바닥을 찍기를 고대하는 시점도 이때다.
▲ ⓒ청와대 |
초기 처방은 실패했다. 백신을 투여할 단계는 흘려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약'을 처방했다가 이마저 실패하면 '병'이 중증에 접어든다.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한 시나리오다.
10월에 또 재보선이 열린다. 전국에 고르게 퍼졌던 4.29재보선과는 달리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이게 문제다. '이명박 바람'의 진원지였다가 '이명박 비판'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수도권에서 10월 재보선이 치러지면, 그래서 한나라당이 또 다시 참패하면 MB정권이 치명상을 입는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한 10월 재보선에서마저 참패하면 수도권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 주류세력의 동요가 극심해지고 그에 비례해 당내 구심력은 약화된다.
화합이 여권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지막 방책이라면, 그리고 쇄신이 민심 방향을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면 아끼고 아껴야 한다. MB정부의 위기가 극심해졌을 때, 이벤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때 써야 한다. 어차피 '한 방'이다.
6월 국회의 여파가 가라앉을 때,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약'이 아니라 '주사'를 놔야 한다. 그렇게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밀어붙이기를 끝낼 때가 아니고 한나라당에 '쉬어'를 구령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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