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버려지는 鄕歌…연구성과 실종 상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버려지는 鄕歌…연구성과 실종 상태

국어학은 구결로 선회…고전문학도만 여전히 애정

"글쎄요? 누가 향가를 연구하고 있을까요? 개별적으론 있는 모양이고 아주 가끔 (향가 관련 국어학) 논문도 나오는 듯하지만, 요즘 누가 연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국어학, 특히 고대 국어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재영(50)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의 이 같은 말이 향가가 처한 초라한 위치를 엿보게 한다.
  
  향가도 국어학에서 전성시대를 구가한 때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근대적인 의미에서 국어학을 촉발한 매개체가 향가였고, 고대 한국어 연구는 곧 신라 향가 연구와 동의어로 통하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 옛 얘기다.
  
  국어학은 물론이고 역사학, 민속학, 불교학에서도 향가 연구가 종적을 감춘 지 오래 됐다.
  
  정 교수는 원로 국어학자인 유창균(82) 계명대 명예교수가 1994년 출간한 '향가비해'가 향가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학술단행본으로는 마지막이 아닌가 하고 말했지만, 그 이후에도 김완진(76) 서울대 명예교수의 '향가와 고려가요'(서울대출판부), 황패강(78) 단국대 명예교수의 '향가문학의 이론과 해석'(일지사.이상 2000년) 등과 같은 연구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여든이 가까운 이들 두 노학자가 낸 단행본에 수록된 글조차 상당수는 80년대 이전에 발표된 것이라는 점에서 21세기 연구성과로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신 고대 국어학은 향가의 표기수단인 향찰 혹은 이두 대신, 최근 들어 잇따라 보고되기 시작한 구결(口訣)이나 각필(角筆)로 다투어 달려가 있는 실정이다. 구결이란 한문을 읽을 때 그 뜻이나 독송(讀誦)을 위해 달아둔 읽기 부호를 말하며 각필이란 그런 구결을 대나무 침 따위로 눌러쓴 글자를 말한다.
  
  이 구결 혹은 각필이 최근에는 일본의 표기 체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일본학계에서 터져 나오자 국내 국어학계는 더욱 구결 연구에 매달려 1995년에는 그것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술모임으로 '구결학회'까지 출범했다.
  
  향가 혹은 그 표기수단인 향찰의 급격한 위상 추락은 구결학회 홈페이지(http://www.kugyol.or.kr/)에 게재된 구결학회 성립 과정에 관한 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향가와 이두(吏讀) 자료들은 (고대 국어학 연구에) 물꼬를 터준다 할 만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양이 절대적으로 빈약하다. 현전 향가를 모두 합하여도 양적인 면에서는 구역인왕경(舊譯仁王經) 석독구결(釋讀口訣.구결의 일종) 자료 한 점에 버금갈 정도이고, 고려말까지의 이두 자료 역시 각 시기별로 국어의 양상을 살피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다. 이와 달리 고려시대 구결 자료들은 비교적 그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 적힌 토(吐)들은 문법 형태들을 잘 나타낸다. 그 중에는 15세기 국어의 문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형태들이 적잖다. 따라서 고려 시대 구결 자료들은 고려 시대의 문법을 재구(再構)하는 데 있어 매우 귀중한 것이다."
  
  고대사학계에서도 향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성과가 실종된 지는 오래다.
  
  인하대 사학과 서영대 교수는 "향가는 무엇보다 정확한 해독이 선결과제인데 국어학 쪽에서 새로운 성과가 나와주지 않으니, (고대사학계에서) 섣부른 주장을 했다가 판독 자체가 잘못됐다면 논문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 (향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 일부는 꾸준히 향가에 매달리고 있어 이채로운 모습을 띈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청주대 국어국문학과 양희철, 그리고 경원대 국어국문학과 신재홍 교수가 그들이다.
  
  2000년 '향가의 해석'(집문당)이란 연구서 이후 지난해 연말에는 그 후속편 격인 '향가의 미학'(집문당)을 낸 신재홍 교수는 "향가를 놓치면 그 이후 고려시대의 속요, 조선시대의 시조 등에 이르는 우리 시가문학의 뿌리와 근간을 잃게 된다"면서 "향가는 학계건 일반이건 전폭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가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신라향가 14수, 최근 발견된 화랑세기 필사본의 또 다른 신라향가 1수, 고려초기 승려 균여의 전기인 균여전에 수록된 고려향가 14수, 그리고 향가적 전통이 농후한 고려 예종의 '도이장가'를 합친 총 27수가 전할 뿐이지만 국어학 연구는 물론이고 한국문학에서도 그 뿌리로 지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