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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자 빛이었던 금남로와 망월동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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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자 빛이었던 금남로와 망월동이 사라진다"

[질주] 자전거는 연대를 싣고…

비정규노동자 및 장기투쟁 노동자들이 진보신당,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불안전노동철폐연대, 시민들과 함께 4월 21일부터, "너희가 아닌, 우리의 세상을 향한 질주"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합니다. 르포작가 이선옥 씨가 그 여정에 동참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엿새째, 오늘은 질주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 맞는 일요일이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자정을 넘겨서야 잠자리에 드는 빡빡한 일정이 계속되다 보니, 얼굴은 조금씩 검어지고 피곤한 기색이 몸에 묻어난다. 그래서 오늘은 좀 쉬어가기로 했다. "지난 닷새간의 질주에 대해 돌아보고 몸도 추슬러서 수도권 진입 후에 더 가빠질 일정들을 힘차게 가져가자"고 질주단의 이상욱 상황실장이 말을 떼자 작은 환호성들이 터진다.

▲서산지역에 모인 동지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로케트 전기의 해고자들에게 전할 연대의 말을 종이에 적었다. 다음날 로케트 해고동지들에게 달려갈 질주단이 온 참에 배달을 맡긴 것이다. ⓒ질주
휴식과 자체 간담회가 예정된 곳은 평택이다. 아침에 광주를 출발해 평택으로 떠나야 한다. 질주단은 광주를 떠나기 전 도청 앞 고공·천막 농성장을 다시 들렀다. 로케트 전기의 고공농성 해고자들이 '밤새 안녕'했는지 가기 전에 한 번 더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그저께 4일차 질주 날, 서산의 동희오토촛불문화제에서 서산지역에 모인 동지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로케트 전기의 해고자들에게 전할 연대의 말을 종이에 적었다. 다음날 로케트 해고동지들에게 달려갈 질주단이 온 참에 배달을 맡긴 것이다. 서산의 노동자들이 손수 쓴 따끈한 연대의 소식은 곧 광주의 하늘 위 농성장으로 전해졌다.

질주단이 따뜻한 글들과 '정'을 담은 초코파이 등 간식을 챙겨 포대에 담는 모습을 30미터 위 하늘에서 두 동지가 줄곧 내려다보고 있다. 멀리 충청도에서 날아 온 동지들의 체온이 그 분들의 추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줄 테니, 오늘은 두 분에게 조금 더 나은 하루가 될 것이다.

질주단이 농성장 둘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는지 땅위 10m 높이 고공농성장에서 단식 1주일을 맞은 민주노총광주지역본부의 강승철 본부장이 꺼칠한 모습을 드러냈다. 추위를 막기 위해 검은 비닐을 머리에 둘러쓴 채로 질주단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질주단이 평택으로 떠난다는 소리에 위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질주
'밤새 안녕'이란 말이 가장 실감나게 들리는 곳이 바로 농성장이다. 특히 고공농성장은 잠자리와 배변문제, 추위, 더위, 바람 등 몸을 해치는 상황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농성자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 본부장의 상태는 그나마 나아 보인다. 저 위는 어떤지, 농성 시작하고 건강검진도 못해봤다는 위의 두 분들이 염려가 된다. 건강은 괜찮냐고 손나팔을 만들어 물었더니, 저 위에서는 46일째 머리를 못 감아 이렇게 흉한 몰골로 인사를 하게 돼 미안하다고 농을 친다. 하긴 어떻게 건강이 괜찮겠는가. 마음 아픈 얘기는 서로 삼킨 채 싱거운 농을 주고받는다.

질주단이 평택으로 떠난다는 소리에 위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5월 정신이 삶의 현장에 스며들면 좋겠다. 가는 곳마다 우리 노동자들의 얘기를 전해주시고, 우리도 꼭 복직해서 여러분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

두 동지가 꼭 이겨서 내려오기를 바라며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투쟁'을 외치고 길을 나섰다. 휘청거리는 철탑에 두 분을 남겨두고 돌아서는 질주단의 걸음도 무거워진다.

평택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망월동을 찾았다. 금남로의 옛 도청은 허물어질 위기이고, 망월동의 옛 묘역은 쓸쓸하기만 하다. 금남로와 망월동, 젊은 날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빚이자, 찬란한 빛이었던 두 곳이 사라져간다. 5월 광주가 이루었던 세상은 '대동 세상', '민주 세상'이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국민'이 아닌 '시민'들은 스스로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차별 없고, 소외 없는 해방 광주를 만들었다. 망월묘역의 제단에 '비정규직 철폐' 깃발을 꽂으며 질주단은 광주의 넋들 앞에 5월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다.

▲ 5월 광주의 정신을 삶 곳곳에 스며들게 해달라는 해고 노동자들의 당부는 사실 질주단이 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망월묘역에 비정규직 철폐 깃발을 꽂았다. ⓒ질주

5월 광주의 정신을 삶 곳곳에 스며들게 해달라는 해고 노동자들의 당부는 사실 질주단이 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별 없고, 소외 없는 해방 세상, 대동 세상 그게 바로 '너희가 아닌 우리의 세상'이니까.

질주하는 사람들 ⑥ :"노조 가입한 뒤 해고됐지만 말이 늘었다"

얼굴만 봐도 '충청도 총각'이라고 써 있는 질주단의 막내 문원석 씨. 이백윤 지회장과 박태수 조직부장을 면회할 때도 "누가 먼저 단식하자고 했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 질주단을 한바탕 웃게 만든 분위기 메이커다. 동희오토 형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와 한산한 틈을 타 이야기를 나눴다.

▲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해고자 문원석 씨. 질주단의 막내기도 하다. ⓒ질주
- 동희오토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집이 서산 옆 태안인데 동네 형이 소개시켜줘서 들어오게 됐다. 면접 보고 바로 일하기 시작했다.

- 해고된 이유는?

지금 대협부장 맡고 있는 박성영 형을 친하게 잘 따랐는데 형과 함께 노조활동도 하게 됐다. 우리 회사에서 20명 정도가 해고당했는데 모두 함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 형이 원망스럽진 않나?

나는 원래 말로 잘 못하는 편인데 노조활동을 하게 되면서 형들이 말하는 것도 많이 보고, 따라하게 되고, 선전선동 교육 같은 것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말이 늘었다. 형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 후회도 없고 좋다.

- 동희오토 다닐 때 어땠나?

집에서 아침 7시에 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회사버스로 갈아타고 50분 쯤 오면 회사에 도착한다. 모닝은 잘 팔리는 차였기 때문에 잔업 없이 일한 날이 없다. 잔업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늘 밤 9시가 넘는다. 잔업 다 포함해서 120만 원 정도 받았다. 철야작업도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돈을 좀 더 줘도 잘 안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철야를 한다.

- 로케트 해고자들을 보면서 동희오토와 많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한국노총 노조가 괴롭힌 것이 똑같다. 우리 회사도 그랬다. 그리고 해고된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민주노총의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도 똑같다. 지금 금속노조의 해고자 신분보장기금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안 될 수도 있다 해서 그 점도 로케트 해고자들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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