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민들은 동아일보를 돕기 위해 의견광고를 내주는 등 동아 돕기에 나섰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광고해약 사태 두 달 만에 노조지부장과 자유언론운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자들을 해임했고 이는 결국 대량해직 사태로 발전하고 말았다. 동아일보 측은 경영난을 해임이유로 들었지만 회사 측이 광고해약 사태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견디기 어려웠던 데다가 직접적인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동아투위 측은 주장하고 있다.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인기를 모았던 MBC의 신경민 앵커가 교체되었다. 경영진이 신 앵커와 라디오 뉴스프로를 진행을 맡고 있는 김미화 씨를 교체하려다가 기자와 PD들이 반대하자 타협책으로 신 앵커만 교체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동아일보 광고해약 사태였다. 물론 동아일보 사태와 MBC사태가 같은 것은 아니다. 동아일보 사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광고해약이 아니었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정부의 압력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광고에 의존할 수 없는 상업언론의 현실과 관련해 자본의 힘을 보여준 사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의 신 앵커 교체의 경우 과연 그를 교체하라는 직접적인 정부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나라면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압력설을 부인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다른 정부관계자가 압력을 넣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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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같은 직접적인 압력보다는 광고의 감소가 이번 교체 파동의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른 방송사들도 경제위기로 인해 광고가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MBC의 경우 유독 광고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즉,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가량 광고가 줄었다고 한다. 이 같은 광고급감에 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MBC의 경영진으로 하여금 신 앵커 교체라는 카드를 통해 정부와 시장에 '타협의 메시지'를 보내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이 점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민주당은 MBC등 많은 언론사들이 총파업을 벌였던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의원직을 총사퇴하는 배수진을 치고 언론법 개정 저지투쟁을 벌렸어야 했다. 오는 7월까지 MBC등이 다 깨져서 투쟁동력을 상실한 뒤 그 때 가서 무엇을 가지고 저지투쟁을 벌리겠는가).
물론 여기에서도 생기는 의문은 왜 유독 MBC의 광고만 많이 줄었느냐는 것이다. 35년 전의 동아일보 사태처럼 정부가 기업들에게 광고를 줄이라고 압력을 넣은 것인가? 아니라면 기업들이 정부의 속을 눈치 채고 알아서 자율적으로 광고를 줄이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기업들이 MBC가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해 광고를 줄이고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정부가 기업에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으니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나 세 번째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동아일보 사태에 비해 정부가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훨씬 적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개입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며 상업언론의 광고에 대한, 따라서 자본에 대한 의존이다. 동아일보 사태와 달리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기업들이 광고의 힘을 통해 동아일보 사태와 마찬가지로 언론(MBC) 길들이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이후 존경받는 원로 언론인 김중배 선배가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떠나면서 했다는 고별사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관권으로부터의 언론의 자유보다는 자본으로부터의 언론의 자유이다."
물론 낙하산 인사의 KBS와 YTN이 보여주듯이 관권으로부터의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아직도 너무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 언론들에 대한 인사권 등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 못지 않게, 어쩌면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MBC 등 지상파의 '사유화'(privatization이 사유화이지 어떻게 '민영화'인가? 번역이 아닌 '반역'의 전형이다)와 재벌의 소유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MBC나 KBS 같은 지상파들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관영방송도 아니지만 동시에 광고에 의존하는 사영방송도 아닌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만들 수 있는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이루지 못하는 한, 설사 MBC의 사유화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신 앵커 교체사태가 보여주듯이, 자본에 대한 (광고) 의존에 의해 언론의 자유는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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