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가 관련 증거를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그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그랬다. 삼성SDS의 사기 혐의에 대해 검찰은 충분한 수사 없이 연거푸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검찰, 삼성SDS와 공모한 사기 혐의로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등 압수수색
서울동부지검은 24일 "삼성SDS의 사기 혐의와 관련, 23일 오전 우리금융그룹 계열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등 3~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열 상자 분량의 입찰 및 계약 관련 서류들과 관련 부서 직원들의 하드 디스크 다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당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의 전산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삼성SDS, 중소기업에 입찰조건 속였다
검찰은 삼성SDS가 우리은행이 발주한 전산화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운영하던 얼라이언스시스템의 기술을 헐값에 구입하기 위해 사기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 조성구 전(前)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 ⓒ프레시안 |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등 대형 SI(System Integration)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했다.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삼성SDS와 제휴하기로 했다. 은행 측은 입찰 공고에서 동시 사용자 수를 제한하지 않고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의 공급을 요건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SDS 측이 제휴업체인 얼라이언스시스템 측에 입찰조건을 속였다는 게 검찰이 두고 있는 혐의다. 얼라이언스시스템 측에 동시 사용자 수가 300명으로 제한돼 있다고 속인 뒤, 낮은 가격으로 얼라이언스시스템의 제품을 구매해 은행 측에는 무제한 사용 조건으로 팔았다는 것. 이렇게 하면, 삼성SDS 측이 50~100억 원 가량 싼 값에 얼라이언스시스템의 제품을 사게 된다. 입찰에 성공한 뒤, 삼성SDS 측은 얼라이언스시스템에 압력을 넣어 '동시 사용자 수 300명'이라는 조건을 '무제한 동시 사용'으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삼성의 사기' 고소한 대가…회사는 공중분해, 사장은 거리로
당시 삼성SDS가 은행 측에 제시한 입찰가격은 72억 원. 이는 현대정보기술 등 경쟁사보다 50억 원 가량 싼 가격이다. 얼라이언스시스템이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사들이지 않았다면, 이처럼 낮은 입찰가격의 제시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검찰은 삼성SDS와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얼라이언스시스템에게 턱없이 낮은 가격을 강요해, 삼성SDS와 은행이 모두 이득을 누리려 했다는 것이다.
조 씨는 당초 은행 측이 내건 입찰조건이 '동시 사용자 수 300명'이 아닌 '무제한 동시 사용'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삼성SDS 측이 계획적으로 입찰조건을 속였다고 판단한 조 씨는 삼성SDS 측에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에서 배제됐다. 회사는 순식간에 공중분해됐고, 조 씨는 거리에 나앉았다.
삼성SDS에 무혐의 처분 내렸던 검찰,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할까?
▲ 조성구 씨는 지난 2008년 4월 2일 수사를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 경제3팀으로부터 "검찰에 각하 의견으로 결과를 송치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는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이 경찰에 통보한 수사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프레시안 |
조성구 씨는 2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번에는 수사하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검찰은 한몸이라던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미 각하 처분이 내려진 사건이어서, 이번 수사팀이 결정을 뒤엎기가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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