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22일 민주당은 (상임위에) 불참한다고 하고 자유선진당은 (비준안 처리에) 반대한다고 한다"면서 "외통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표결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2일 외통위에서 표결 처리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힌 뒤 퇴장할 계획이지만 안건 상정을 몸으로 막는 등 '육탄저지'는 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선진당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외통위의 과반이 훌쩍 넘는 17명(위원장 포함)이 한나라당 소속이므로 안건 상정만 된다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비준안은 법률안이 아니므로 외통위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 역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소원'대로 4월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이 FTA 비준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미 상원의원 2명, 오바마 대통령에 "자동차-쇠고기 보완해야"
한국의 국회 비준으로 미 의회 의원들이 압박을 느낄까? 불행히도 전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이 국회 상임위 표결 입장을 밝혔지만, 이날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 2명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동차와 쇠고기 교역 문제를 보완해야만 한미FTA 의회 비준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한 셈이다.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이 서한에서 "의회가 한미FTA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이뤄져야 할 작업이 있다"면서 한국이 국제기준에 맞춰 미국산 쇠고기 수출업자들에게 완전한 시장접근을 보장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한국이 자동차 교역부문에서 비(非)관세장벽을 두고 있는 것도 한미FTA 비준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파나마와 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FTA를 앞으로 수개월내 심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이와 동시에 한미FTA도 폭넓은 지지 속에 비준될 수 있도록 오바마 행정부가 서둘러 보완작업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미FTA는 파나마, 콜롬비아 다음…올해안 처리 사실상 불가능
두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혔듯이 미 의회에서 상정하고 있는 FTA처리 순서는 미-파나마FTA, 미-콜롬비아FTA가 먼저다. 그 다음이 한미FTA다. 한국이 서두른다고 처리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해 안에 처리가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파마나, 콜롬비아와 비교해 교역규모가 큰 한국과 FTA에서 더 많은 '성과'를 얻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도, '재협상' 여부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통상부와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재협상은 없다"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우리 뜻대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올 경우 이를 거부할 '힘'이 없다.
외통부와 한나라당은 미국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 4월10일자를 인용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재협상 없이 한미FTA를 처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사이드>지는 "거래규모로 볼 때 한미FTA가 콜롬비아, 파나마FTA보다 훨씬 비중이 크지만, 의회심의로부터는 가장 멀리 벗어나 있다고 하는 명백한 언급이 있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이 소식통은 USTR이 재협상을 명시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미국이 FTA재협상 없이 처리한다고?"에서 인용)
MB정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경제효과분석 용역 맡겨
▲ <프레시안>이 입수한 한미FTA 연구 용역 계약서. ⓒ프레시안 |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로 내세우는 근거는 2년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가 분석한 결과다. 한미FTA가 되면 10년간 GDP가 6% 성장하고, 일자리가 34만개 늘어난다는 KIEP의 연구 결과는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경기대 신범철 교수가 똑같은 CGE(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를 갖고 분석한 결과, 10년간 GDP는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경우 일자리는 1만5000개 늘어난다.
이런 비판을 감안해서일까? 정부는 지난해 11월 KIEF에 한미FTA의 경제효과를 다시 한번 따져보는 연구 용역을 맡겼다.
연구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이 연구는 칠레, 싱가폴, EFTA, ASEAN 등과 FTA가 이미 발효된 상황을 감안해 한미FTA의 경제효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계약서에는 "2007년 4월 한미FTA 협정문을 반영해 KIEF 등 11개 국책연구기관 합동으로 한미FTA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바 있으나, 분석 이후 1년여 시일이 경과됨에 따라 주요 입력자료 갱신 등 업데이트 필요성이 대두됐다"면서 "거시경제 분석틀인 CGE 모형 입력자료가 금년(2008년) 말에 대폭 갱신될 예정이므로 이를 적용, 그간의 세계경제의 변동현황을 반영해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다"고 연구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10일 체결된 이 연구용역은 당초 지난해 연말 결과가 나올 계획이었으나, 올해 6월말로 미뤄졌다.
물론 KIEF의 이전 연구결과를 보면, 이 연구용역 역시 정부에 한미FTA 강행 필요성의 근거를 제시해주는 목적이라고 추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 연구용역을 맡겼다는 사실은 역시 2년전 경제효과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미FTA 필요성을 강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연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 비준을 강행할 태세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연구 용역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도 나오기 전에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미 의회 상황을 봐도 급박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한미FTA는 먼저 (농업 등 피해) 대책을 마련한 뒤 비준한다는 정치적 합의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대책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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