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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준비되지 않은 현 정부가 노-정 파국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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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준비되지 않은 현 정부가 노-정 파국 불렀다"

학술·노동시민단체 심포지엄에서 주장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노동계의 기대는 높았다. 대선 당시 노동계의 수많은 '표'가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던져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아니다. 한마디로 노·정 관계가 최악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학술단체협의회·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조 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에서 진행됐다.

***김동춘 "현 정부, '참여정부'라 착각말라"**

김동춘 교수(성공회대)는 '참여정부 허구론'을 폈다. 그는 "현 정부의 '참여복지정책'이란 정책결정 과정에서 관련 수급자, 대상자, 주체의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시민단체, 노동단체 인사 몇 몇을 정부 내에 포진시킨 것을 두고 '참여정부'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의 노동복지정책은) 오히려 김대중 정부 때에 비해 경제정책의 시녀로만 존재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는) 시장이데올로기를 견제하면서 지속가능한 비전을 준비하지 못한 현 정부의 준비부족과 안일함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 민주화란 것이 어떻게 환멸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현 정부는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며 "문민정부가 약자, 빈곤층, 노동자에게 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지금처럼 실감나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경험처럼 자포자기한 빈곤층이 보수 세력의 파시즘적 선동에 의지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정도"라며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동복지에 대해 철학과 능력이 부재한 현 정부가 반성 없이 '참여정부'라는 스스로 만든 허구에 갇힌 결과가 결국 서민과 약자의 고통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김 교수의 주장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가"**

김동춘 교수의 비판은 현 정부가 빈번히 강조하는 이른바 '정규직 강성 노조 책임론'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일부 노조에서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는 정부의 경제·노동 정책의 실패가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IMF 외환 위기 이후 퇴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이미 살펴본 이들로서는 할 수만 있다면 회사 내에서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히려 부정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선택은 합리적 선택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 정부는 사용자와 조직 노동자를 동일한 책임 주체로 돌리며 부자 언론의 지원 아래 조직 노동자들을 맹비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조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적 행태는 낮은 사회적 안전망의 수준과 복지수준에 따른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을 (현 정부는)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 하루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봐라"

김동춘 교수는 '사회정책'의 존립을 부정하는 대자본과 부자 언론의 경쟁력 지상주의가 일차적 문제이고, 다음이 현 정부와 정치권"이라며 "그러나 법·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담당세력은 후자이므로 현재의 모든 책임을 정부와 정치권에 물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비정규직의 일터에 가서 이들과 대화를 해 본다면 문제의 본질과 처방에 대한 기본 방향을 숙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상실한 사람이 노동인구의 반을 넘어서는 나라에서 무슨 경쟁력이 나올 수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박스>

"노동부, 시민단체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이날 심포지엄은 학술단체협의회, 민교협 등 학계 중심의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것. 심각한 노·정 갈등의 원인을 짚어보고 해법을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포지엄에 양대노총 인사와 노동부 인사를 초청해 닫힌 대화의 문을 열어보자는 의도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심포지엄 참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노동계와 학계 인사들로만 진행됐다. 주최 측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가 초청 제의에 대해 처음엔 '논의해보겠다'고 말했으나 결국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참석이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 사회를 맞은 김상곤 교수(한신대)는 토론회 첫 머리에서 "시민단체가 주선한 대화의 자리마저 거부한 노동부의 행태는 큰 실수"라며 불편한 심사를 토로했다.

노동부가 노동계와 대화를 하기 싫어서 혹은 만나기도 싫어서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주최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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