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는 5곳의 국회의원 선거다.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의 출현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5대0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전패'를 걱정하는 자체가 기형적인 선거임을 웅변한다. 그만큼 재보선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이슈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심 이슈가 없으면 민심을 확인하고 해석할 수단이 왜소해진다. 민심이 교란된 선거의 최대 수혜는 권력자에게 돌아간다. 4.29 재보선의 승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5곳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인천시 부평구 갈산역 사거리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4.29 재보선 투표 독려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시스 |
■ 인천 부평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활을 건 지역이다. 양당 모두 이곳을 놓치면 전패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유일한 수도권 선거인데다 '경제살리기'(한나라당)와 'MB정권 심판'(민주당)이 맞선 곳이기도 하다. 15일 양당 지도부가 부평으로 총출동, 초반 기선잡기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4.29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이자 상징적인 지역인 만큼 이곳에서 패하는 쪽은 상처가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현 지도부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이곳에서만 승리해도 무난한 재보선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인 이재훈 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대우자동차 출신의 홍영표 후보가 나섰다. 두 후보의 이력은 GM대우 회생 등 지역경제가 최대 쟁점임을 반증한다. 최근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다. 자유선진당 권순덕, 민주노동당 김응호, 무소속 천명수 후보도 후보 등록을 마쳤다.
■ 전주 덕진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고향으로 돌아간 무소속 정동영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얼마나 될 것인가만 남았다. 그런데도 이번 재보선 지역 가운데 가장 말이 많고 요란한 곳이다.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 대선후보 출신의 무소속 후보 간의 대결이라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전주 민심의 포인트는 정 후보의 민주당 탈당을 보는 시각이다. 민주당이 그를 사실상 '쫓아냈다'고 본다면, 정 후보는 전주를 거점으로 호남 맹주 자리를 공격적으로 노릴 게 분명하다. 반대로 '제 발로 당을 뛰쳐나왔다'고 봐서 맹목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정 후보의 플랜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복당, 신당 창당 등 그의 거취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도 전주 민심으로부터 파생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통일 전문가인 김근식 후보를 전략공천했으나 중량감,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대항마로 역부족이다. 한나라당은 전희재, 진보신당은 염경석 후보를 냈고 무소속 임수진 후보도 출마한다.
■ 전주 완산갑
민주당은 산 넘어 산이다. 이광철 전 의원을 후보로 내고 텃밭 수성의 유일한 보루로 여겼으나, 신건 전 국정원장의 무소속 출마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동영 후보가 신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권유했다는 게 정설.
당초 민주당 간판과 개혁성을 강조하는 이광철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인물론과 지역 신망론을 앞세운 신 후보가 가세함으로써 판세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대'의 파괴력이 주목받는 가운데, 친노(親盧)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는 '박연차 게이트'의 유탄도 신경 쓰인다.
부평을과 함께 완산갑은 정세균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린 지역이어서 민주당은 사력을 다해 집중할 방침이다. 이 지역에는 한나라당 태기표, 무소속 김형욱, 오홍근, 김대식, 이재영 후보 등도 등록했다.
■ 경북 경주
친이계 핵심인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낸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대결. 정수성 후보에 대한 이상득 의원의 사퇴 종용 논란이 불거지자 박근혜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받아치면서 계파 갈등의 화약고로 부각됐다.
그러나 이 논란 이후 친이계도, 친박계도 확전을 우려해 오히려 조심스러워진 눈치.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권 하에 있는 이 지역에서 계파 대결로 가서 좋을 게 없다는 친이계의 셈법과 무소속 후보를 대놓고 지원할 수 없는 친박계의 속사정이 맞아떨어져 진공상태를 낳았다. 경우에 따라선 '친이-친박 전쟁'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의 박빙 접전 양상. 여기에 의원직을 상실한 김일윤 전 의원의 부인인 이순자 후보가 '원조 친박'을 표방하며 출마해 친박표의 분산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자유선진당 이채관, 민주당 채종한, 무소속 최윤섭, 김원길, 박화익, 채수범 후보 등도 출마한다.
■ 울산 북
진보후보 단일화가 최대 쟁점이자 변수다. 교착상태에 빠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일화 협상이 15일 저녁으로 예정된 양당 대표회담을 계기로 진전을 볼지 주목된다.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는 하루라도 빨리 단일화를 매듭짓자는 주장이지만, 이날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조합원 총투표를 19~21일에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민노당 김창현 후보도 22일을 적기로 거론함으로써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다음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정당 단일후보 적합도에선 조승수 후보가 크게 앞선다. 다만 단일화된 진보정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을 경우 조, 김 후보 모두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화만 성사되면 진보진영의 울산 접수가 가시권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경력을 앞세워 경제전문가 이미지로 승부할 방침이다. 인접 지역구인 울산 동구에서 5선을 한 바 있는 정몽준 최고위원의 지원사격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진보후보 단일화가 불발에 그칠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김태선, 무소속 김수헌 후보도 이 지역에 후보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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