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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중국이 아닌 한국을 쏜 이유는?"

[박상표 칼럼] '광우병 쇠고기'가 몰려온다

캐나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공포탄을 한 발 날렸다. WTO에 제소를 할 경우, 우선 당사국 간의 협의 절차가 있으므로 아직 캐나다 정부는 '분쟁 해소 패널(WTO dispute settlement panel)'라는 실탄을 아껴 둔 셈이다. 이제 촛불 집회 때 우려했던 광우병 발생 국가의 쇠고기가 봇물처럼 수입될 가능성이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캐나다는 지난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과 똑같은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이것을 무기로 "부위, 연령 제한을 두지 말고 모든 캐나다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4월 이명박 정부가 부위,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WTO 제소'는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캐나다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제소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빗장을 푼 역풍이 1년 뒤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문제는 앞으로 광우병 발생 국가로부터 무차별적인 쇠고기 수입 요구를 막아낼 명분이 없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 어린이들, 군인들, 노인들과 같은 건강 취약 계층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다시 말해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에 이어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한다면 이미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받은 유럽 광우병 발생국들의 쇠고기 수입은 이제 시간문제다. 더군다나 한-EU FTA가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받은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도 'WTO 제소'라는 칼을 빼어 들 것은 '안 봐도 비디오'라 할 수 있다.

캐나다의 광우병 실태 : 지난해 4건, 사료 규제 조치 이후 10건

캐나다에서는 현재까지 총 17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중에서 1993년에 확인된 1건은 수입 소에서 발생했으며, 2003년에 확인된 2건 중 1건은 미국으로 수출한 소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캐나다 정부의 공식 통계로는 현재까지 모두 15건의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전체 광우병 발생 건수 중에서 거의 50% 가량이 2006년 이후 최근까지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도 4건이나 발생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더군다나 1997년 사료 규제 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발생한 광우병 건수가 10건이었으므로, 전체 발생 건수의 67%가 1997년 사료 규제 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발생한 셈이다. 현재 캐나다는 '광우병 위험 물질(SRM)'을 사료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좀 더 강화된 사료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1997년 캐나다의 사료 규제 조치의 내용은 현재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와 동일하다. 반추동물의 사체로 돼지나 닭의 사료를 만들 수 있으며, 광우병 위험 물질로 사료를 만들 수도 있다. 아직까지 미국은 캐나다보다 약한 사료 규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광우병 위험 물질을 사료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캐나다산 쇠고기 보다 더 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해 말 캐나다의 광우병 위험을 평가하고자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후 올해 2월에 국내 광우병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그런데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문가회의에서조차 캐나다 현지 조사 결과 보고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문가회의나 가축방역협의회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고,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도 안 당하는 WTO 제소, 왜 한국만 당하나?

캐나다는 2002년 기준으로 소 사육 농가 및 방목장의 수가 9만66개에 달하며, 2004년을 기준으로 총 소 사육두수는 1470만 두(세계 12위)에 이르는 축산대국이다. 캐나다의 쇠고기 생산량은 연간 140만 톤(t)의 쇠고기를 생산하여 전 세계 쇠고기 공급량의 2.2%(세계 11위)를 차지하며, 200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쇠고기 수출량의 8.0%(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쇠고기 수출은 2002년 세계 3위를 차지하였으나 광우병 발생으로 순위가 내려갔다. 한국은 2002년 캐나다로부터 약 1만6400톤(3740만 달러)의 쇠고기를 수입했다.


지난해 캐나다의 수출 쇠고기 중에서 미국의 비중이 월등이 높은 것은 육로를 통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수입 위생 조건이 완화된 이유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 정부가 30개월 이상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축산단체들은 "NAFTA로 인해 미국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이 높은 캐나다산 쇠고기에 노출되게 되었다"며 30개월 이상 캐나다산 쇠고기의 미국 내 수입을 중단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더욱이 미국의 축산단체들은 캐나다산 수입 쇠고기의 연령 제한을 철폐한 미국 농무부를 상태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산 쇠고기와 캐나다산 쇠고기 모두 강력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미국이나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를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의 보호무역적인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놓고 WTO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대하는 캐나다의 이중 기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이 국제 기준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가장 강조하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대만과 홍콩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을 수입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을 제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20개월 미만으로 수입 조건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만, 홍콩, 중국 중에서 WTO에 제소당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캐나다도 비슷하다. 현재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과 중국은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20개월 미만, 홍콩과 대만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을 수입하고 있다. (캐나다쇠고기수출협회는 지난 3월 홍콩이 30개월 미만의 갈비를 수입하는 것으로 수입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으로 캐나다의 WTO 제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지난해 졸속으로 체결된 한미 쇠고기협상이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가 한국을 WTO에 제소한 근거는 바로 차별 금지 조항이다. WTO 회원국은 무역에서 다른 회원국과 차별을 두지 말라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미국산과 캐나다산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받은 나라는 대부분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인데 한국은 다른 나라들을 차별하고 미국에서만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에 대해서도 수입을 금지하고, 캐나다산에 대해서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을 한 것이 아니라는 명분을 댈 여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대 선결 조건 중의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하고, 이명박 정부 초기에 30개월이라는 연령 제한과 뼈 없는 살코기라는 부위 제한을 모두 풀어줬다.

맹목적 FTA 추진으로 광우병 발생국 쇠고기 수입 길 터줘

최근까지도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 캐나다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물꼬를 트고 캐나다산 쇠고기가 길을 닦아놓으면 영국산, 프랑스산, 독일산 쇠고기도 슬그머니 들어올 날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국민들은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현재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불러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여전히 무차별적인 FTA 협정을 체결하면서 시대착오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이것이 모두 지난해 촛불시위를 통해 얻는 학습효과이고 교훈이다. 자유무역협정은 관세 장벽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것이다. 거대 자본들이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에는 건강, 위생 검역, 문화 등의 소중한 가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와 같이 정부가 맹목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하게 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삼는 식품 안전 정책을 실시할 수 없다. 최근 식약청에서 사전예방조치의 하나로 석면이 함유된 탈크를 원료로 한 모든 의약품의 판매를 금지한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의 쇠고기를 사전예방조치의 하나로 수입 금지하거나 국제수역사무국 기준보다 높은 수입 조건을 요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진다.

국민들은 이미 작년 촛불 집회 때 정부 대신 '열공'을 한 바 있다. 지금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인지 촛불을 켜고 열공을 해야 할 때다. 부디 지금이라도 몇몇 거대 기업의 이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 어린이들, 노인들, 군인들, 주부들, 평범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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