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본관 주변에서 석면 검출 확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분석…다른 건설 현장 조사 결과와 대조적

서울시 중구 태평로 옛 삼성본관 주변에서 1급 발암물질인 청석면이 검출됐다. 또, 건물 내부에서도 석면 먼지가 검출됐다. 현재 이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며, 최근 석면 함유 건축자재 철거가 이뤄졌다. (☞관련 기사: "'침묵의 살인자'를 만난 동료를 찾습니다")

환경단체에 이어 노동부 산하 기관 조사에서도 석면 검출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서울지방노동청은 옛 삼성본관 주변에서 먼지시료 9개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5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7일 밝혔다.

이보다 앞서 시민환경연구소,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교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이 진행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노동 관계 기관의 이번 발표로 이들 단체들의 조사 결과에 힘이 실리게 됐다.

시민환경연구소 등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옛 삼성 본관 주변 반지름 280m 안에 있는 건물 주변 바닥과 옥상, 시설물 위 등에서 17개 먼지·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65%인 11개 시료에서 독성이 강한 청석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 단체는 "특히 삼성 본관 뒤 공중전화 부스 아래 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석면에 오염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시민환경연구소

▲ ⓒ시민환경연구소

이번 노동부 조사에서는 옛 삼성 본관에서 145m 떨어진 상가에서도 청석면이 검출됐다. 그리고 인근 식당 등 4곳에서는 백석면이 검출됐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서 채취한 먼지 시료에서는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 연구원은 건물 내·외부의 폐기물 이송 경로 및 석면 해체·제거 작업장소에서 채취한 8개의 시료를 조사한 결과, 청석면 6개와 백석면, 갈석면, 트레몰라이트 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근 석면 해체 작업이 완료된 6층에서는 1㎤에서 110만개의 석면이 검출됐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석면철거 작업 하도급 금지 규정 무시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등은 삼성 측이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 폐기물반출금지명령을 어기고 폐기물을 반출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 조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건물 물청소를 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석면 오염 정도가 실제보다 축소돼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조사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옛 삼성 본관 근처를 보다 폭넓게 조사했다면, 석면 오염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석면철거 작업은 하도급을 맡기는 게 금지돼 있다. 삼성 측이 이런 규정을 무시한 데 대해서도 노동 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 "건물 내부 공기 중에는 석면 없다"…환경단체 "다른 건설 현장과 대조적"

정부 측의 이날 발표에 대해 삼성본관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측은 "옛 삼성 본관 건물 내부 공기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석면 제로'를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건물 주변에서 검출된 석면에 대해서는 "180m 떨어진 곳에서 청석면이 일부 검출된 것은 공사와 연관짓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옛 삼성본관 근처의 다른 공사 현장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서울시청, 서울역 앞 대우빌딩 등에서도 최근 석면 철거 작업이 이뤄졌지만, 건물 근처에서 석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시민환경연구소,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교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사진. 석면은 사람에게 암, 악성중피종 등을 일으킨다. 석면 가운데서도 특히 청석면은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꼽힌다. ⓒ시민환경연구소

▲ 삼성본관 주변 약도. 반경 280m 안에서 석면이 검출된 장소가 표시돼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 ⓒ시민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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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측은 "옛 삼성본관 건물 내부 공기 중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취했다. 건물 내부 바닥과 건물 주변 공기 중에 있는 석면은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삼성 측의 이런 입장은 다른 건설 현장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 세종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서도 석면 철거가 진행됐으나, 건물 안팎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시민환경연구소

▲ 서울시청 건물에서도 석면철거가 이뤄졌으나, 주변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옛 삼성본관에 대한 조사 결과와 대조적이다. ⓒ시민환경연구소

▲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서도 석면철거가 이뤄졌으나, 주변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 옛 삼성본관에 대한 조사 결과와 대조적이다. ⓒ시민환경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