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환율, 강남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가 등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 경제통들이 경계를 하고 나섰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아주 유의해야 될 것은 (주가, 부동산 등 일부 지표의 회복이)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며 "아직 허리띠를 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한구 국회 예산결산위원장도 지난 3일 "현 경기침체는 세계적인 침체"라면서 "쉽사리 세계경제가 회복이 될 수 없는 것이고, 세계경제가 회복이 안되는데 우리경제만 아주 신나게 회복이 된다는 것은 꿈"이라고 일각의 '경기회복론'을 일축했다.
임태희 "환율과 재정투입에 따른 착시 효과"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경기회복론'에 대해 "최근 여러가지 경기바닥에 대한 인식은 환율에 대한 착시와 또하나 여러가지 재정을 엄청나게 투입을 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 따른 효과"라면서 "근본적으로 지금을 바닥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나 돼야 경제가 '진바닥'(진짜 바닥)을 치고 회복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더이상 나빠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금년도 하반기 정도가 이제 흔히 얘기하는 바닥, 더이상 나빠지지 않는 상황으로 되면서 향후의 국제적인 경기흐름과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들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경기도 서서히 나아지지 않겠냐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이어 현재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 바닥상태가 지속되게 되면 지금 어려움들이 점점 장기화되고 이게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잠정적으로 '마이너스 2%'로 밝힌 올해 경제성장률 등 전망치를 수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경을 지금 편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국제 전문기구와 국내 여러가지 전문연구기관에서 마이너스 성장은 공통적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최근 여러가지 일부 금융지표가 좀 나아진다고 해서 이것을 수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10여년간 누적된 실물경제의 거품 꺼지는 과정"
이한구 의원도 현 경제위기에 대해 "유래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신뢰를 잃어버렸고 그동안에 10여년간 누적된 실물경제서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의원은 현재의 주가 상승 등 금융지표의 호전에 대해 '유동성 장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돈을 확 풀어버리면 처음에는 좀 좋아보이는듯 한다"며 "그러나 국제경쟁력이 회복이 되지 않는 한 (경기회복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럴 때 오히려 국제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각종 개혁을 빨리 해서 다음에 세계경제가 좋아지는 시기에 우리가 한 단계 점프를 하도록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자꾸 임시 대응적으로 우선 좀 힘드니까 재정풀어라, 한국은행보고 돈 풀어라 이런식으로만 가면 나중에 오히려 우리나라만 경기가 불황이 오래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발언이지만…
한나라당 경제통들이 이처럼 한 목소리로 '경기회복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할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경기가 이미 회복 추세에 접어들었다면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통과시켜야할 명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야당 뿐 아니라 학계 내에서도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미리 덜어 두자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보인다.
이처럼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언이지만, 이들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기상조론'은 추경을 통과시키기 위한 '엄살'만으로 볼 수 없다. 이들 의원들의 지적처럼 일부 금융 지표가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물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우리의 수출 시장인 선진국들의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진정한 경제회복을 말하기는 힘들다.
또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의 상승은 800조 원에 달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정부의 규제완화 효과로 다시 부동산에 쏠리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계해야할 일이다. 실물경기와는 무관한 '부동산 거품'이 끼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섣부른 '경기회복론'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일이지만, 이런 경계심이 어떤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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