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 대전의 상징이 참호와 탱크였다면, 제2차 세계 대전의 상징은 미사일과 폭격기였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땅개'의 전쟁이었다면, 2차 세계 대전은 '하늘'의 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핵폭탄, 전폭기, 대륙 간 미사일은 3대 전략 전력이 되었다. 이번에 북한은 사정거리 8000킬로미터(㎞) 이상의 대륙 간 미사일을 시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또 다시 로켓을 발사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위력을 보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극적인 개방 조치를 통해 '정상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것도 자위력을 보유하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군사적 긴장을 강화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그것을 완화시키는 정책이다. 미치광이이자 거짓말쟁이와 같았던 부시의 행태를 떠올려 보면, 북한만을 탓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북한을 크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보인 곳은 한국, 일본, 미국이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된 3국의 태도에서도 큰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서 1만 개가 넘는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폭기와 미사일의 보유에서도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이런 나라가 매년 북한을 적국으로 상정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고 있고, 부시 정권은 아예 노골적으로 북한을 '악의 축'이니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협박했다. 이에 비해 북한이 보유한 전략 전력은 사실 최소한의 '제2격력'에 해당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한 신뢰를 주지 않는다면, 북한으로서는 언제나 '벼랑 끝 전술'을 쓰기 십상이다. 미국의 압박이 행해지는 한, 북한은 늘 '벼랑 끝'에 있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는 더욱 큰 우려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여전히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을 공공연히 찬양하면서 강력한 군사 대국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일본이야말로 인공위성을 내세워서 교묘히 미사일 대국화를 추진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일본은 벌써 1971년에 인공위성의 발사에 성공했으며, 1996년 3월까지 무려 58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해서 세계 3위의 인공위성 발사국이 되었다. 여기서 나아가 일본은 1990년대 중반에 군사용 정찰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03년 3월에 실현되었으며, 2007년 2월에 네 번째 군사용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인공위성을 비롯한 정보통신체계는 제4의 전략 전력이다. 일본은 군사용 인공위성을 비롯한 정보통신체계 전력에서 세계 2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일본은 사실상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며, 한 달 안에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이 4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면, 일본은 4만500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800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생산한다. 잠재력으로 보자면, 일본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의 군사대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심각한 현실에 눈을 감고 '과거사는 잊자'고 말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강한 신뢰를 주기는커녕 결국 또 다시 '침략'을 감행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미국의 후원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분명히 일본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
▲ 북한의 로켓은 과연 안보 위협인가? 언제든지 핵폭탄을 보유할 능력을 갖춘 '군사대국' 일본은 어떤가? 수도권을 방어할 공군 전력에 심각한 해를 끼칠 제2롯데월드를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프레시안 |
끝으로 우리 정부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미국과 일본의 압박전술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존 정책에 바탕을 둔 적극적 대응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평화를 위해서는 평화를 실천해야 한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압박 전술이 모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거대한 군사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게 명확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압박 전술에 대해서도, 그리고 심지어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대해서도, 그저 묵인하고 승인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해 우리가 적극 대응할 수 없을 뿐더러 우리는 미일 군사 동맹 체계의 종속국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과연 올바른 안보관을 갖추고 있는가? 이와 관련해서 '제2 롯데월드 건설 승인에 관한 의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55미터(m) 높이의 이 건물을 건설하면 서울의 안보와 직결된 성남 비행장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는 지난 10여 년 간 이 건물의 건설에 반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이 건물의 건설을 승인해서 안보를 재벌에게 팔아 넘겼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안보는 중요하다. 정말 안보를 위해서 우리는 '제2롯데월드 의혹'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로켓 실험은 우리의 능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제2롯데월드 의혹'은 우리의 능력만으로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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