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추가상승 전망이 국내에서 힘을 얻는 가운데,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3일 모건스탠리는 한국·인도·호주·중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의 주요 경제이슈를 점검한 오전회의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포지션을 강세장에 맞췄음을 확인했다"면서도 그 근거로 꼽힌 다섯 가지 이유를 모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먼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좋다'는 평가에 대해 "현재 한국 증시는 올해 추정이익의 14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역내 다른 국가에 비해 더 이상 싸지 않으며 오히려 프리미엄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익수준이 하향조정될 위험이 높고 기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낮아졌음에도 주가가 지난해 장부가치의 1.2배 수준에 달해 역사적 평균수준인 1.3배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처럼 기업 이익이 급감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를 기록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이익은 최소 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거시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건스탠리는 반박했다. 투자자들이 강력한 재정 정책과 공격적 금리 인하, 동일점포 매출 증가, 유동성 확대 등이 신용시장과 기업이익 확대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수출 전망과 국내 소비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이유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원화가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감하지만 자본수지와 금융수지는 세계적 부채축소(디레버리징)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부채 1400억 달러를 안고 있고 조선사의 헤지 포지션도 500억 달러에 달한다"며 "이들 부채에 대한 상환 압박과 롤오버(만기연장), 조선사 주문 취소 위험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인식도 잘못됐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점검을 통해 역내 장기투자자들(LO investors)이 이미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벤치마크 대비 중립 수준까지 높였음을 확인했다"며 "외국인의 한국물에 대한 보유비중은 28% 수준이지만 대형은행의 경우 55%에 달했고 핵심 블루칩(우량주) 비중도 40%대에 이르렀다. 합리적인 수준에 이미 다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산업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서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한국의 중소기업 부문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 은행들의 중소기업 부문 위험노출(엑스포저) 수위가 대출의 50%에 이르는데 이는 역내 다른 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 3년 간 평균 17.3%나 증가했는데도 중소기업의 재무상태는 악화되고 있다는 점, 예금대비 대출비율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세계적 경기하강 국면에서 제기되는 우려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이와 같은 지적을 바탕으로 "외국인 보유 포트폴리오 포지션이 증가하고 원화가치 평가절상이 연말로 가면서 이어지겠지만 한국 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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