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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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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

[人 스테이지] '인간' 이순신을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 민영기

뮤지컬 배우 민영기는 뮤지컬 '이순신'과 '삼총사'를 통해 연달아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선다. 오는 4월 17일 막이 오르는 '이순신'은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 이은 이윤택 연출·배우 민영기의 두 번째 결합이다. 또한 이 작품은 지난해 시연회를 통해 이미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을 확인했고 2009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도 꼽히고 있다. '이순신' '삼총사' 두 작품의 공연 준비로 충무아트홀 연습실을 떠날 틈이 없는 민영기와 극장 내 위치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음치에서 성악도,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 ⓒNewstage
"뮤지컬 배우가 원래 꿈은 아니었어요." 성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영기에게 어떻게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게 됐는지 묻자, 덧니가 드러난 수줍은 미소와 함께 그가 처음 뱉은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하기는 했는데 저의 평생 직업이 될 줄은 몰랐죠. 노래를 너무 못했거든요." 뮤지컬 배우 사이에서도 소문난 노래꾼인 민영기는 계속해서 믿을 수 없는 과거를 털어놨다. "고등학교 때 합창단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진 적이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합창단 입부 자격은 얻을 수 있었지만,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었죠."

학창시절 합창부 활동을 통해 노래의 맛을 알게 된 민영기는 이후 한양대학교 성악과 진학에 성공했다. 그리고 뼛속 깊이 성악도였던 그를 뮤지컬의 세계로 이끌어준 운명은 우연한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졸업학기를 앞두고 유학 자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했던 게 부스코러스(Booth Chorus·뮤지컬 무대 뒤에서 노래만 불러주는 코러스)였거든요. 당시 무대 위에 서있는 뮤지컬 배우들을 보니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배우들이 굉장히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죠." 음치 학생에서 합창단원, 성악도, 이제는 인기 뮤지컬 배우로 변신에 성공한 민영기의 인생 곡선은 마치 화려한 날개 짓을 준비하는 애벌레의 인고를 보는 듯하다.

▶민영기는 '수장' 전문배우?

민영기의 대표작은 단연 '화성에서 꿈꾸다'를 꼽을 수 있으며, 그 뒤로 뮤지컬 '컴퍼니'나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한편 올해에는 주크박스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를 통해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주로 왕이나 장군 역할을 맡아온 민영기는 자타공인 뮤지컬계의 '수장' 전문배우다. 그런 민영기가 고등학생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그의 주변인들은 물론 오랜 팬들까지도 놀라게 만드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시대와 나이, 국적마저 뛰어넘는 그의 변화무쌍한 캐릭터 변신은 결국 성공을 이뤘다. 그리고 이는 민영기를 다양한 색깔의 배우로 평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저는 어떤 작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시놉시스(synopsis·작품의 줄거리)를 봐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겠다거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선택하죠. 더불어 연출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고등학생에서 이순신 장군. 급작스런 캐릭터 변화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한다. "저보다는 관객들 고충이 클 것 같아요. '화성에서 꿈꾸다'에서는 정조를 연기하다가 느닷없이 고등학생이 됐고, 이제는 다시 이순신 장군으로 돌아왔으니까요.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말이죠. 그런 점이 재미도 있는 한편 인생에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 분들만 용서와 허락을 해주신다면 저는 어떤 역할이든 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역사물에 많이 출연하는 배우답게 민영기 팬들의 관심 역시 한곳으로 쏠려있다. "제가 어떤 작품을 하면 팬들이 작품과 관련된 서적들을 많이 보내주세요. 배우 민영기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제 작품들도 너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팬들이 보내준 여러 문헌 덕분에 캐릭터 분석을 할 때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

▶영웅 이순신에서 인간 이순신으로

▲ ⓒNewstage
뮤지컬 '이순신'은 2008년 통영미수해양공원 초연 당시 약 8천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현장 설문조사에서 '매우 좋다, 대체적으로 좋다'라고 답한 관객이 92%에 달한 바 있다. "이순신은 통영의 자랑이잖아요. 그래서인지 통영 공연 때 관객 분들이 거북선만 봐도 박수를 치시더라고요. 제가 거북선 위에서 칼 한번만 뽑아도 뜨겁게 환호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배우로서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어요." 시연회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민영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도약을 꿈꾼다. "초연 때는 작품이 아직 완전히 정리가 안 된 상태였어요. 이번에 극장으로 들어오면서 세밀한 부분들을 많이 보강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윤택 연출과 민영기의 만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뮤지컬 '태풍'의 '병사 3'으로 출연했던 그는 다음해 공연에서 주요 캐스팅으로 발탁됐고, 이후 약 4년 만에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로 등극했다. 당시 이윤택 연출은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민영기를 위해 만들었다"며 그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표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속된 인연이 뮤지컬 '이순신'에서도 계속된다. 민영기는 "이번에도 역시 이윤택 선생님께서 '이순신'은 민영기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칭해주셨어요. 덕분에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죠"라며 이 연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순신은 연기파 탤런트 김명민을 통해 '불멸의' 영웅으로 되살아났고,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에서는 코믹한 인물로 각색됐다. 이렇듯 이순신과 관련된 서적은 물론 여러 패러디 작품이 범람하는 가운데 민영기만의 이순신은 어떤 매력을 발하고 있을까? "인간 이순신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흔히 이순신 하면 영웅, 거북선과 같은 용맹한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저희 작품은 영웅으로서의 이순신보다 '이 시대의 가장 따뜻한 아버지상'을 표현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어요."

뮤지컬 '이순신'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역사 영웅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쟁 영웅, 거북선 창시자로서의 이순신뿐 아니라 한 명의 아들이자 아버지였던, 인간적인 이순신이 새롭게 조명된다. "이순신은 결코 전쟁을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에요. 전쟁을 하게 되면 가족들뿐 아니라 어머니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영웅 이순신도 좋지만 인간적인 새로운 이순신을 통해 따뜻한 봄을 맞으셨으면 합니다." 뮤지컬 '이순신'은 4월 17일부터 5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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