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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명의 자폐성 장애인,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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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명의 자폐성 장애인,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돼"

[인터뷰] 제2회 자폐성장애 인식의 날… 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

2005년 개봉해 500만 명이 관람한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을 가진 청년이 마라톤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을 그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폐성 장애는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말아톤>은 영화의 내용을 떠나 자폐성 장애를 이슈화했다는 점에서 당사자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영화의 흥행은 자폐성 장애를 둔 부모에게 희망을 안겼다. 그러나 출발점에 불과할 뿐이다. 현재 국내 자폐성 장애인은 약 4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장애인으로 정식 등록된 숫자는 대략 9000명 정도다. 여전히 이들은 지원 제도 없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24시간 동안 이들을 옆에서 돌보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은 어느 장애보다 자립도 어렵다.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이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는 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토로하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 ⓒ프레시안

사회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자폐성 장애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유엔은 2008년 4월 2일을 '자폐성장애 인식의 날(Autism Awareness Day)'로 선포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날 세계 각국에서는 자폐성 장애의 조기 진단과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직 회장은 "한국에서 이런 캠페인은 아직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런 자폐성 장애인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난 2001년 판사를 사임하고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자폐성 장애인을 돕는 운동을 전개해왔다.

"사회는 자폐에 대해서 잘 모른다. 자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어떤 심정인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일단 뭘 알아야 변화나 개선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나."

김 회장은 "장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자폐성 장애와 정신지체 장애를 같은 범주로 본다"며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신지체 장애는 지능지수가 낮아서 이해력, 산수력 등이 낮은 상태인 반면 자폐성 장애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 장애가 있는 것을 말한다. 지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안 돼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치료법이나 대응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척박한 한국의 자폐성 장애 인식, 2000년에야 장애 범주로 포함돼

2005년 12월, 김용직 회장을 비롯해 자폐성 장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설립했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여론을 환기한 영화 <말아톤>은 단체 창립의 게기가 됐다. 현재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자폐증 장애와 관련해 정부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단체이기도 하다.

"20여 년 넘게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단체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알아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단체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 김용직 회장은 "2일은 유엔이 정한 '자폐성장애인식의 날'로 세계 각국에서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캠페인을 비롯한 행가가 열린다"며 "이런 걸 기대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프레시안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는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자폐성 장애인과 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는 사랑 캠프도 진행했다. 자폐성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전문가 상담도 계획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받은 정부 보조금 2000만 원은 상담을 하는 전문가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제껏 지인들이나 뜻을 함께 하는 분들에게 후원금을 받아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정작 자폐성 장애인의 부모 회원들에게서 회비를 받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약 4만 명으로 추산되는 자폐성 장애인. 하지만 사랑협회의 회원 수는 부모까지 포함해 대략 2000명 수준이다. 김 회장은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자폐성 장애인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들은 정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 생각할 겨를도 없다. 눈앞의 현실이 깜깜한데 협회가 말하는 제도 개선이나 사회 인식 변화 등은 이들에겐 머릿속에만 있는 먼 나라 이야기일수 밖에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자폐성 장애인들이 이미 2000년 이전에 정신지체 장애로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자폐성 장애로 판정받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판정을 받기 위해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자폐성 장애 판정을 받으려면 소아 정신과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자폐성 장애는 하루, 이틀 진단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진단을 거친 후 판정을 받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자폐성 장애인의 또 다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폐성 장애인 위해 특화 복지관이 필요하다"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자폐성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김용직 회장의 아이디어는 '특화 복지관'이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은 자폐성 장애인들이 종합복지관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상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또 복지관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인식 확산, 자폐성 장애인 교육 등 권익 확산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화 복지관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을 돌보는 교사 교육, 특수학교를 졸업한 이후 사회에 안착시키기 위한 평생 학습 등도 고민 중이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이후 직업 연계교육이 미흡해 다시 지역사회에 방치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돈이다. 그는 "정부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지만 어려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협회의 가능성을 믿기에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창립 3년이 되는 올해, 좀 더 협회를 정비하고 유료 회원수도 늘려가면서 자폐성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20~30년 전 만들어졌던 여러 한국의 장애인 단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본다. 우리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시작은 작지만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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