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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의 정면승부 vs 이치로의 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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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의 정면승부 vs 이치로의 번트"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WBC 야구 대회로 본 음양 원리

▲ 지난 WBC 대회에서 번트를 대고 있는 일본의 이치로 선수. ⓒ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회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한국의 임창용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정면승부를 통해서 팀의 위기를 자초했다. 일본의 대타자 이치로 선수가 감독의 지시대로 군말 없이 번트를 대는 모습과 아주 대조적이었다. 이 경기를 보면서 나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한 번 더 실감했다.

음양 이론으로 보면, 한국은 양을 상징하는 불에 가깝고, 일본은 음을 상징하는 물에 가깝다. 임창용 선수를 보면서 사방으로 불씨를 튀면서 타오르는 불의 자유로운 모습을, 이치로 선수를 보면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정해진 길을 따라서 흐르는 물의 관리된 모습을 떠올린 건 음양 이론으로 세상을 보려는 한의학자의 '오버'일까? 그럼, 이런 건 어떤가?

한국에는 '화병(火病)'이라는 특수한 질환이 있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야 세계 어디나 있겠지만, 그런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병으로 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오죽하면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가 화병을 한국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공식 인정했겠는가?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사람의 급한 성격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런 한국 사람의 기질은 곧바로 드러난다. 히딩크 감독도 한 예일 텐데,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가 한국에 와서 맨 먼저 배운 말이 "빨리! 빨리!"였다고 한다.

월드컵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2002년 전국을 달군 응원 열기야말로 한국 사람의 안에 있던 불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마음의 불길을 감당하지 못해서 '붉은 옷'을 입고 밖으로 뛰어나와 전 국민이 한목소리로 함성을 외치는 모습은 마치 작은 들불이 큰 산불로 번지는 것과 똑같았다.

반면에 일본은 한국과 달리 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은 평소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조용히 흐른다. 음식점, 매표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나,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깃발 뒤를 줄서서 따라는 일본 사람의 모습은 마치 정해진 도랑을 따라서 흐르는 물의 모습과 흡사하다.

물은 길을 따라서 흘러야 한다. 길을 벗어난 물은 마르고 만다. 일본이 돌발적인 상황에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물의 특징과 닮았다. 다시 야구 경기 얘기를 해보자. 일본팀은 미처 연구를 하지 못한 낯선 투수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 지난 올림픽 때는 김광현 선수에게 철저히 농락당했고, 이번에는 봉중근 선수에게 약했다.

일제 강점기 36년의 긴 세월도 물을 닮은 일본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본은 마치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한국을 지배했다. 일본이 전쟁으로 패망할 무렵에는 이미 지식인을 비롯한 상당수 조선인은 일본의 지배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독립 선언을 주도한 33인 중 한용운 선생 한 분을 제외한 전원이 변절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놓고 음양 이론으로 세상을 보는 훈련을 해보았다.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동양 철학에서는 '음양오행'을 특히 강조한다. 서양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음양오행 이론으로 환자를 진단·처방하는 한의학이 참으로 '비과학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럼, 이 비과학적인 음양오행 이론이 1만 년 이상 동아시아인의 건강을 지켜온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까?

▲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프레시안
나의 답변은 이렇다. 음양오행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 추상화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마치 디지털 시대가 0과 1의 조합에 의해서 운용되는 것처럼, 옛사람은 음양오행 이론을 통해서 세상을 설명하는 나름의 방식을 정립했고, 그것을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도 응용했던 것이다. 우리가 음양오행 이론을 재발견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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