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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일제고사 잘 봐서 '피겨 퀸'인가?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일제고사 유감

이번 3월 언론에 보도된 것 만해도 4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인,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한 중학생은 "한 50년은 산 것 같다"며 2주 전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늘어가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학생이 죽어야 우리 교육은 바로 설 것인가?

강남의 한 여자고등학교. 100명당 1명이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한다. 학생 1500명, 우울증 환자 15명. 그 애들은 또 어찌해야 하는가? 학부도들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지난 주말 국민에게 뜨거운 감동을 준 김연아는 일제고사를 잘 봐서 '피겨 퀸'이 되었나?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세대를 키우는 걸까?

▲ 지난 주말 '환상의 연기'로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준 김연아는 일제고사를 잘 봐서 세계가 인정하는 '피겨 퀸'이 되었나? ⓒAP=뉴시스
3월 31일 시행하는 일제고사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 일부 교사들이 "우리가 두려운 건 부당한 징계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삶의 무게다"라며 일제고사 불복종을 선언했다. 그동안 일제고사 찬반 논란이 있을 때는 반대 투쟁이 유효했겠지만 이미 서열화 평가가 본격화한 마당에 남은 것은 불복종 운동일 밖에 없을 것이다.

명단을 보니 그동안 알고 지내던 교사가 10여 명이나 된다. 교육청은 이미 지난번과 같은 파면, 해임 수준의 무더기 징계를 하겠다며 단호한 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교사들이 일제고사를 교육 격차 해소에 활용한다는 정부의 명분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일제고사가 서열화의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교사들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국민의 교사로서 저항하는 교사들에게 파면·해임의 징계를 남발하고 있는 조건에서 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번뇌와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우리는 더 이상 죽어가는 청소년의 삶을 방관할 수 없는 심정으로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올 일제고사에 불복종 실천을 전개했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죽어가는 청소년의 삶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교사만의 힘으로 잘못된 교육 정책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교사가 직접 행동을 결의하고 실천한 까닭은 우리의 실천이 학부모와 청소년의 직접행동의 불씨가 될 것을 믿으며 파행으로 치닫는 일제고사를 좀 더 빨리 끝내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오늘 용기 있게 체험 학습을 보낸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겪는 고통도 적지 않을 것이다. 모두들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체험 학습을 간 해당 학생과 학부모를 일방적으로 왕따 시키기, 전학 보낸다고 위협하기 등 학교 권력이 일방적으로 행할 수 있는 협박 수단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 교육청은 내년도 고교 선발 전형을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부터 서울 지역 학생은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자율형 사립고 한 곳만 지원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진 고교 평준화, 근거리 배정은 이제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깨져가고 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가 한 사립대학 총장에게 전 한나라당 의원을 심기위해 후보 사퇴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모두가 핵폭탄급 사안들이다. 비겁하고 유치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 8학군의 한 고등학교의 고3 교실, 학생 수 45명, 절반에 이르는 학생이 감기거나 배탈 환자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학급 담임 교사도 걱정 반, 의심 반 생각이 들어 그 학교 보건교사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 왔다고 한다. "아픈 아이들은 꾀병이 아니다. 실제 감기와 스트레스성 배탈인 것이 맞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과다한 학습노동이 몸에 익은 고3학생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고3 교실 절반이 감기와 배탈이라면 우리는 건강한 미래세대를 키우는 것일까? 서울 지역 고등학교 한 학급 45명, 그 고3 덩치 큰 애들이 한 교실에서 복닥거리니 아침에 건강하게 등교한 아이도 저녁엔 감기 환자로 하교하는 실정이다.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도 어제 통계청은 '20년 후엔 학교와 교사가 넘친다'며 뜻밖의 발표를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경이면 OECD평균 수준에 도달한다며 향후 교사와 학교 과잉을 걱정하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그때까지 감기가 옮아도 참으라는 뜻?

우리는 교육이란 이름으로 도대체 어린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나라 교육이 어찌되려고 이러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오늘, 보통 때와 다르게 많은 오탈자가 난다. 그만큼 교육 현실에 대한 우려와 분노를 어쩌지 못하는 탓이리라. 그 분노는 다름 아닌 일제고사를 막아내지 못한 나 자신에게 분노가 치미는 탓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시험을 치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연민이 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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