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연차의 '12월 진술'에 주목하는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연차의 '12월 진술'에 주목하는 이유

[김종배의 it] 넉달을 뜸들인 검찰…목표는 노무현?

<동아일보>의 기사 한 구절이 눈길을 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건평 씨의 첫째사위 연모 씨에게 전달한 500만 달러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렇게 돼 있다.

"박연차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뭘 뜻하는지는 분명하다. 이 구절에 따르면 연모 씨는 '경유지'에 불과하며, 500만 달러의 실수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된다.

믿을 만한 보도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잠시 미뤄두자. '노무현' 이름 석 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 이것부터 살피자.
▲ ⓒ뉴시스

시점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이라고 했다. 박연차 회장이 검찰이 신문하기도 전에 먼저 '실수령자=노무현'이라고 진술한 시점이 "지난해 12월"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이면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회장을 구속기소하던 때다. 그 날짜가 바로 12월 22일이다. 이 시점을 전후해 박연차 회장 입에서 '실수령자=노무현'이란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싹튼다.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회장을 구속기소할 때 이 같은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돈 준 사람이 자진해서 입을 열었는데도 왜 묻어둔 것일까? 그렇게 묻어뒀던 사안을 왜 이제 와서 다시 꺼내드는 것일까?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박연차 회장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12월의 대검 중수부가 아니다. 지난 2월 9일 새로 교체된 수사팀이다.

이 점을 중시하면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추론이 가능하다. 두 갈래다.

하나. 지난해 대검 중수부는 묻어뒀다. 폭발력이 워낙 큰 사안이기에 노건평 씨 개인 비리를 단죄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불문에 붙였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대검 중수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때의 파일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강도 높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둘.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사안을 덮으려 한 게 아니다. 워낙 폭발력이 큰 건, 조심조심 치밀하게 수사해야 했기에 일단 노건평 씨 개인 비리만 단죄하고 수사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이다. 2월 9일 대검 중수부가 교체된 것도 이같이 점을 고려해 수사력 강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다.

일단 이렇게 추론해 놓고 나머지 사실을 마저 살피자. 역시 시점이다. 지난해 11월이다.

보도가 이미 나왔다. <조선일보>가 지난 25일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보고서에 박연차 회장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보도한 것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월에 이같은 내용의 세무조사 결과를 국세청장으로부터 직보 받았다고 보도했다.

재구성도 가능하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를 직보 받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은 지대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자르지 못했을 것이다. 박연차 회장의 '실수령자=노무현'이란 진술을 대검 중수부 차원에서 접수하고 상부로 보고하지 않는 '과감성'을 보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노무현' 이름 석 자를 들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대검 중수부 수사 전, 그리고 수사 후에 각각 국세청과 대검 중수부를 통해 '노무현' 이름 석 자와 500만 달러라는 금액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짙다.

쉽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실제 상황이 이랬다면 지난해 12월의 대검 중수부가 사안을 덮기는 쉽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독단으로 '실수령자=노무현'이란 사실을 덮었다기보다는 피치못할 사정, 즉 '노건평 사위 연모 씨'와 '노무현'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뒤로 물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 2월 9일 대검 중수부가 개편된 이유도 바로 이런 사정을 감안해 수사력 강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자, 이제 종합할 때가 됐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가 나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넉 달 동안 대검 중수부는, 그리고 청와대는 500만 달러, 50억원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해 천천히, 그러면서도 아주 치밀하게 수사를 진행했고 조율했다. 그런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조선일보>는 오늘 대검 중수부와 청와대의 '합작설'을 보도했다).

왜였을까? 노건평 씨 사위를 잡기 위해서였을까?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재삼재사 부각시키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였을까? 이미 '동네북'이 된 노건평 씨를 '부관참시'하기 위해 이렇게 뜸을 들였을까?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라고 봐야 한다. '월척'을 낚기 위해 더 튼튼한 낚시대를 준비하고 날밤을 지새운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모든 추론의 시발점, 즉 '동아일보'의 '박연차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렇다.

근데 웬일일까? 신문지면엔 "노 전대통령에 주려고 건넸다"로 달렸던 제목이 인터넷판에서 "노 전 대통령 인척에게 줬다"로 바뀌었다. 핵심 중의 핵심이 밋밋하게 바뀐 것이다. 이건 또 뭘 뜻하는 건가?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