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신작 <번 애프터 리딩>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먼드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다.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유머가 잘 살아있는 해프닝 코미디이지만, 한국 관객들과 다소 맞지 않는 코드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엔 망설여지는 측면이 있다.
로맨틱코미디 팬들에게는 <쇼퍼홀릭>을 추천할 만하다. 못 말릴 쇼핑중독으로 심각한 신용불량에 처한 주인공이 쇼핑을 끊고 일과 사랑, 나아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P. J. 호건 감독이 <피터팬> 이후 무려 6년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뮤리엘의 웨딩>,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등을 만든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답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과거 날카로운 재치는 다소 줄어든 듯한 감이 있다.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감독 스티븐 달드리
주연 케이트 윈슬렛, 레이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하교길 급작스럽게 몸이 안 좋은 것을 느끼며 기차에서 내린 미하엘(데이빗 크로스)은 전차 차장 한나(케이트 윈슬렛)의 도움을 받는다. 몸이 회복된 후 한나를 찾아간 미하엘은 그녀와 비밀스러운 연인이 된다. 한나는 사랑을 나누기 전 먼저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하고, 미하엘은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한나의 집으로 와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사랑을 나누며 비밀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어느 날 한나는 연락도 없이 떠나버리고, 미하엘은 법대생이 된 후 나치 부역 혐의로 법정에 선 한나와 재회한다. 중장년이 된 미하엘(페이프 파인즈)이 10대 시절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30대의 문맹인 노동자 여인과 좋은 가문에서 잘 자란 10대 소년 사이의 에로틱한 사랑을 그리는 한편 이렇게 시작된 관계를 통해 죄인지 모르고 죄를 저질렀던 무지한 노동자 민중을 바라보는 지식인, 혹은 나치에 부역한 부모 세대를 바라보는 전후 세대의 애증을 그려낸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케이트 윈슬렛은 우악스러우면서도 여린 내면을 지니고 있는 육체노동자 한나를 30대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도 인상깊게 그려낸다. 10대의 미하엘을 연기한 데이빗 크로스와, 40대의 미하엘을 연기한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 역시 케이트 윈슬렛에 뒤지지 않는 호흡을 이룬다.
▲ 여름의 조각들 |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주연 줄리엣 비노쉬, 제레미 레니에르, 샤를 베를링
어머니의 75번째 생일에 자식들이 모두 모인다. 어머니는 평생 유명 화가였던 자신의 숙부 베르티에의 유산을 지키며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모으고 소장해온 터다. 그녀는 맏아들 프레데릭(샤를 베를링)을 불러 자신이 죽은 후 집과 예술품들이 그들에게까지 짐이 되는 건 싫다며 처분을 권유한다. 몇 개월 뒤 어머니가 급작스럽게 사망하고, 프레데릭은 집과 예술품을 웬만하면 보존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둘째인 아드리엔(줄리엣 비노쉬)과 막내 제레미(제레미 레니에)는 프레데릭과 이견을 보인다. 오르셰 미술관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으로, <이마 베프>, <장만옥의 클린> 등을 만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저예산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만든 영화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은 후, 남은 이들은 먼저 간 이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면서도 결국 각자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기 마련이다. 어머니를 보낸 세 남매가 어머니와의 추억과 유산을 정리하고 각자의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영화는 담백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주며 먼저 간 이에겐 명복을, 살아남은 이에겐 격려를 준다.
▲ 번 애프터 리딩 |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주연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존 말코비치
CIA에서 좌천된 오스본(존 말코비치)은 자서전 집필에 열중하는 와중 자신의 구술을 녹음한 CD를 분실한다. 우연히 이 CD를 손에 넣은 사람은 헬스 트레이너 채드(브래드 피트)와 린다(프랜시스 맥도먼드)다. 린다는 전신성형을 해서 멋진 남자를 만나는 것이 꿈으로, 이 CD의 주인을 찾아 거래를 함으로써 수술비를 마련할 생각을 한다. 린다를 도와주고 싶은 참견쟁이 채드는 오스본을 협박하다 안 되자 그의 뒤를 미행하고 오스본의 집에 숨어든다. 그리고 거기서 뜻밖에 린다가 최근에 인터넷에서 만난 바람둥이 연방경찰 해리(조지 클루니)와 맞닥뜨리게 된다. 코엔 형제의 오랜 파트너인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조지 클루니는 물론, 브래도 피트, 존 말코비치, 틸다 스윈튼 등 막강한 스타들이 주, 조연으로 대거 등장한다. 코엔 형제의 오랜 장기인 블랙 유머가 잘 살아있는 해프닝 코미디.
▲ 쇼퍼홀릭 |
감독 P.J. 호건
주연 아일라 피셔, 휴 댄시, 조앤 쿠삭
원예잡지의 기자인 레베카(아일라 피셔)는 쇼핑중독으로 인한 신용 불량자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더 좋은 직장을 찾던 중 우연찮게 재테크 잡지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유명한 패션잡지의 면접에 응하려다 같은 그룹의 재테크 잡지 면접을 보고 합격까지 하게 된 것. 경제와 금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자신의 쇼핑 실패 경험에 기반해 '녹색 스카프의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첫 칼럼을 냈다가 큰 인기를 끌게 되고, 편집장인 루크(휴 댄시)의 호의 하에 점차 새 직장에서 적응을 해 간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만든 P.J. 호건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을 맡은 아일라 피셔와 휴 댄시 외에도 조앤 큐삭, 존 굿맨,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 기프트 |
감독 그렉 마크스
주연 셰인 웨스트, 에드워드 번즈
엔지이어인 맥스(셰인 웨스트)는 방콕으로 출장을 갔다가 정체불명의 최첨단 스마트폰을 받는다. 귀국을 연기하고 하루를 더 머물라는 내용의 문자가 전화로 전송되고, 맥스는 문자의 권유를 따랐다가 다음 날 자신이 예약했던 비행기가 공중 폭발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문자메시지의 지시에 따라 프라하에 간 그는 이번에는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통해 거액의 돈을 거머쥔다. 그러나 맥스의 잿팟 때문에 경영난에 봉착한 카지노 보안팀과 비슷한 전화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는 FBI가 맥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전세계 거리 곳곳의 CCTV를 통해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든 감시할 수 있는' 최첨단 현대 문명에서 아이디어를 딴 스릴러. 힐러리 스웽크 주연의 <pm. 11:14>을 만들었던 그렉 마크스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워크 투 리멤버>, <젠틀맨 리그> 등에 출연했던 셰인 웨스트가 주연을 맡았다.
▲ 카오스 |
감독 토니 기글리오, 토니 기글리오
주연 제이슨 스태덤, 라이언 필립, 웨슬리 스나입스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은행에 무장강도가 침입한다. 40명의 인질을 잡고 있던 로렌즈(웨슬리 스나입스)와 일당은 코너스 형사(제이슨 스태덤)하고만 협상하겠다고 통보한다. 의원의 딸을 인질로 잡은 무장강도를 쫓다가 범인과 인질을 모두 잃고 정직 상태이던 코너스 형사는 신참인 데커 형사(라이언 필립)와 파트너로 일한다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정직에서 풀려나 협상에 임한다. 그러나 로렌즈 일당은 은행은 터는 대신 다른 곳에서 10억 달러를 훔쳐 달아난다. 원래 2005년작으로, 사소한 요소 하나가 나중에 무한의 극단적인 큰 사건으로 증폭된다는 카오스 이론을 적극 도입해 만든 범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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