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구조조정 병행되지 않는 추경, 효과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구조조정 병행되지 않는 추경, 효과 없다"

[김종인ㆍ전성인의 한국경제論]<9> 경제위기와 재정정책

이명박 정부가 30일 28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1일부터 시작되는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은 여야 간에 주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소득층, 영세자영업자 지원 등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과연 추경이 일년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규모나 필요한지, 또 그 추경이 쓰이는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외환위기 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제고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경제가 어려우니 무조건 돈을 풀어야 한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까지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우기며 대규모 감세를 단행해 놓고, 이제와 추경의 3분의 1을 세수 부족분으로 메우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운 추경을 통해 4대강 정비사업의 예산을 1조 원이나 늘리는 등 정작 경제살리기와는 무관해 보이는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김종인 박사는 "정부가 정직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그동안 '책임지기 싫어하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잘 활용하지 않고 금융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 금융부실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박사는 그러나 "추경을 하려면 정확한 근거를 내놓고 해야 한다"는 점과 "추경과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박사는 특히 "토목공사 보다는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문제 등을 보완하는 쪽으로 추경 예산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재분을 위한 대담은 3월 26일 김종인 박사의 개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감세, 경제 효과가 아니라 정치 효과 노린 것

전성인 : 김 박사님과 지난 2월 중순께 인터뷰 시리즈를 마감한 이후로 한국경제에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월 하순부터는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한다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시도했었죠.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에서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적절하지 않은 모양새로 통과시켰지만 법사위에서 일단 제동이 걸려 간신히 직권상정에 의한 국회통과는 모면한 상황입니다.

3월 들어서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졌죠.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치솟는 작년 하반기의 악몽이 다시 되풀이 돼서 일부에서는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곧 4월이 시작됩니다. 4월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으로는 4·29 보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인 것 같습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을 염려해서인지 지난 3월 24일에 약 29조 원 규모의 추경편성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추경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을 정부 발표 그대로 믿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재정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시기 때문에 특히 이 문제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로 추경과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추경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에 앞서 일부에서는 먼저 지난 해 통과된 예산의 적절성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있습니다. 이 주장에 의하면 이번 추경의 약 40% 정도에 달하는 11조 원 정도는 조세수입 감소분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 이유는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터무니없게 높게 잡은데다가 각종 감세정책을 무모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강만수 장관 때에는 4% 성장으로 발표했다가 윤증현 장관이 들어오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정부가 혹시라도 세수 감소를 처음부터 시인하면 감세정책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국책사업 집행에도 브레이크가 걸릴지 몰라서 의도적으로 세수를 부풀렸다가 이번 추경으로 그것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요.

▲ 김종인 박사 ⓒ프레시안
김종인
: 작년에 금년 경제 성장률을 4% 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3% 하겠다고 내렸는데, 그 자체가 억지 예측을 했다고 봐요. 거기에 맞춰서 예산을 짰으니 예산의 정확성에 대한 기본원칙을 위배한 거죠.

경제성장 전망이 안 좋으면 세수 걱정부터 해야 될 거 아니요. 감세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지난해 실시한 감세의 효과가 뭐가 있었습니까.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생각과 일반적인 정부 사고방식은 감세해야만 인센티브가 생겨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감세하느냐에 따라 성장에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어요.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유효수요를 증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감세 효과로 보면 사실 고소득층에 대한 혜택이 많아요. 소득세는 하위 55%가 세금을 안 내는 상황이라 감세를 해줘도 유효수요에 별 보탬 안 돼요. 결국 감세는 특별한 경제적 효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한 거라고 봐요. 4% 성장한다는 경기 예측도 정확하지 못했는데, 경기가 침체되니까 재정을 통해 성장 기여도를 더 높이겠다면서 별반 경기부양 효과도 없는 감세를 했습니다. 이건 모순이지요.

윤증현 경제팀은 그나마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2%로 낮췄는데, 난 이것도 부정확하다고 봅니다. 지금 1사분기가 다 지나 가는데 아직도 정부가 금년 성장률에 대한 예측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요. 정부가 이걸 정확히 해야 추경 규모가 적정한지 아닌지 판단할 거 아닙니까?

추경 규모를 29조로 당정이 합의를 봤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11조는 성장 예측을 잘못해서 생긴 세수감소분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18조 원을 갖고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것이냐. 정직하게 밝혀야죠. 우리경제가 가만히 놔두면 올해 성장률이 예를 들어 -4%가 될 전망인데, 추경을 집어넣어서 성장률을 얼마나 제고할 수 있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요. 추경이 경제적 효과를 내려면 추경을 투입하는 목표가 정확해야 합니다. 또 시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합니다. 추경이 실질적인 효과가 나려면 금년 하반기도 안 돼요. 내년이나 될까 말까 해요.

내가 보기에 추경의 시급한 과제는 저소득층 대책입니다. 사회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니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 생각해요. 지금 추경에서 이 액수를 4조2000억 원으로 잡았는데 넉넉하다고 보지 않아요.

또 추경에서 경제적 효과를 담보한 실질 예산이 주도면밀하게 계산한 작업이 보이지 않아요. 건설사업은 4대강 사업 등 이미 예산에 있는 사업을 추가적으로 늘렸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회간접자본은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아요. 또 사회간접자본은 예산만 확보된다고 금방 못 해요. 사업 준비가 완벽히 돼 있느냐 그것도 의문입니다.

전성인 : 정책 일관성을 말씀하셨는데, 작년 연말에 정말 우리 경제가 3-4%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기조에 맞게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폈는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통상 4%로 보는데, 연말에 적자 재정을 편성하고 추경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 당시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알고 있으면서 민간 연구소까지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발표하지 못하게 입단속을 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종인 : 작년 11월 정도에 이미 금년 마이너스 성장은 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어요. 그걸 우격다짐해서 3% 성장한다면서 예산 만들었으니, 정부가 정직하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경제팀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 윤증현 경제팀도 처음에 막연하게 -2%를 얘기했지만, 추경을 내놓는 지금 시점에서는 금년의 정확한 경제성장률 수치를 예시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있어요.

전성인 : 두 번째로 추경의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세수 감소와 상관없이 별도의 이유 때문에 추진이 필요한 국책사업이 있다면 그 재원을 지금처럼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요?

김종인 : 지금 경기가 급속하게 내려가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하다는 건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재정 조달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예를 들어 시중의 단기부동자금이 800조라고 합니다. 이 돈이 어디로 갈까 걱정들을 하던데,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20조 가까이 소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유사 공적자금' 편법 동원하지 말아야

▲ 전성인 홍익대 교수 ⓒ프레시안
전성인
: 요즘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한 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국채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니까요.

그런데 국채발행의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장에서 다 소화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구요, 두 번째는 설사 국채가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된다고 하더라도 국가채무 그 자체가 증대한다는 것입니다. 국채는 언젠가 갚아야 될 돈입니다.

또 추경뿐 아니라 정부 지급보증에 의한 유사 공적자금 조달 때문에 또다시 여러 가지 국가채무 증가가 예정돼 있습니다. 40조의 구조조정기금, 20조의 은행자본확충펀드, 거기에다 금융안정기금까지 합하면 막대한 규모의 지원 자금으로 확정돼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조금씩 불안해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김종인 : 한국경제가 지금 빚을 너무 많이 진 게 문제 아닙니까. 가계, 기업, 금융기관 모두 빚을 줄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을 하다보면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더 낮추는 일이 생겨요. 결국 공적부문에서 보완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부 빚이 늘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재원을 투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재정을 투입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어떤 것은 보증만 해주고 어떤 것은 직접 지원하고 할 게 아니라 재원조달 창구를 단일화를 해서, 예를 들어 국채를 100조를 발행해서 일관되게 하는 게 일반국민들도 납득하기 쉽고 정부도 책임을 갖고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전성인 : 공감합니다. 지금은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을 하고 이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따로 구조조정기금 만들어서 지급보증이 붙은 구조조정증권을 발행하고, 은행자본확충펀드 위해 한은이 돈 집어넣고 기금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 그게 다 편법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외형적으로만 국가 부채 안 늘리려고 그러는 것인데, 정부가 책임 있게 하려면 편법을 동원할 게 아닙니다. 부동자금 800조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흡수해서 쓰면 됩니다. 그렇게 명시적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정부도 채무를 졌기 때문에 갚아야 한다는 책임을 가질 것이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조심성 있게 쓸 수 있어요. IMF 때 우리가 공적자금 투입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때 얼마나 나중에 문제 일으켰는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또 같은 방법으로 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갑니다.

전성인 : 문제는 재원 조달도 그렇고, 운용도 그렇고, IMF 때 정도만큼도 책임지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공적자금을 집어넣으면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김종인 : 지금 미국, 영국도 은행들을 국유화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금융기관 자율성 보장이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까? 그럴거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해주지 말아야죠.

추경은 '눈먼 돈'이 아니다

전성인 : 혹자는 국채 발행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인데 미래 세대는 이번 의사 결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평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추경으로 집행하는 사업이 정말로 절박한 사람들의 생존을 돕는 데 쓰이거나, 혹은 생산성이 높은 국책사업의 추진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서 물려주는 것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을 요새 회자되는 용어로 말하자면 '사회안전망 확보'와 '철저한 사업성 검토'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회안전망 확보 관련해서는 다들 취지를 공감하는 일인데, 국책사업 관련된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성 검토가 제대로 됐느냐가 문제인데, 우리나라 국가재정법은 500억 원이 넘는 국책사업은 철저하게 사업성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무리하게 국책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낮아 폐기된 사업들이 슬그머니 모습만 조금 바꾸어서 회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서 최근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일부 사업의 경우에는 사업성 검토를 면제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인 : 정부가 추경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경기부양의 효과를 내겠다고 하는데, 난 경기부양적 측면에서는 회의를 갖고 있어요. 물론 경기가 급속히 내려가니까 하강을 좀 완만히 하기 위해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 경제적인 효과는 솔직히 기대대로 나타날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현재 상황에서 봤을 때 사회간접자본에 재원을 투입하기에 마땅한 프로젝트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자칫하면 돈이 낭비될 가능성도 있어요.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게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입니다. 일본도 자기들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공공투자를 확대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10년 동안 1.2조 달러를 소비하고 끝났습니다. 지금 각국이 걱정하는 게 이겁니다. 미국도 지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버냉키 의장이 1930년대 대공황 때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된다면서 돈을 마구 풀고 있는데, 미국 경제 구조가 70년 전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과연 마구잡이식으로 경기진작을 위해 돈을 넣은 게 효과가 있겠느냐. 일본처럼 돈만 소비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 창출을 하자는 것인데, 4대강 정비 사업한다고 얼마나 일자리가 늘어날지 의문입니다. 일본도 90년대 마땅한 사업이 없으니까 110개 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사업을 했는데, 결국 전 국토를 시멘트화 하는데 기여하고 끝났습니다. 추경을 하는 것까진 좋은데, 추경을 구성하고 있는 사업 내용이 과연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냐,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전성인 :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이던지, 경기부양 효과가 있던지, 그게 아니면 정말 빈곤층이나 취약층을 직접 지원하는 쪽에 쓰여야 할텐데요.

김종인 : 사회정책적인 측면에서 빈곤층 생활 안정을 위해서 4.2조 쓴다고 하는데, 난 더 책정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소비 진작 효과도 훨씬 클 겁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걸 배분해줄 수 있는 전달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 입니다. 최근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회복지예산을 몇억씩 떼어먹는 일이 발생했는데,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이 제대로 전달이 돼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달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게 매우 중요해요.

IMF때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되고 사회복지사들도 늘었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 늘지도 않았어요. 이번에 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사람을 채용하고 훈련시키고 하면 고용효과도 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쪽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대통령이 돈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배로 벌을 준다고 했지만 사람이 견물생심인데….

전성인 : 사회안전망 확보는 크게 두 가지가 얘기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저소득층 등에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것, 또 하나는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문제입니다. 사회복지 쪽은 사회복지사도 있고, 국민기초생활보장 관련해서 돈을 전달을 해본 경험도 있으니까, 일정정도 누수 하에 그래도 채널이 작동하는데 고용안정망 쪽은 더 문제라고 합니다. 이게 찾아다니면서 돈을 주는 체제도 아니고, 직접 찾아와서 신청을 해야 하고, 수혜 대상도 워낙 협소해서 돈을 넣기도 쉽지 않고 전달도 어렵다고 합니다.

▲ ⓒ프레시안

김종인 : 우리나라가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쉽고 간단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 제일 답답한 게 민간 연구기관들도 많은데 1사분기 다 지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정확하게 발표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걸 발표해야지 추경이 들어가서 얼마나 효과를 볼 것인지 예측하는 것 아닙니까.

전성인 : 또 똑같이 1조를 넣더라도 소비성향이 높은 사람들에게 1조를 넣느냐, 아무 흐름도 없는 곳에 넣느냐에 따라 소비 진작 효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김종인 : 우리 국내시장에서 내수 진작은 사실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수출에 의존해 경제성장 이끌어온 나라입니다. 이걸 전부 내수 쪽에서 커버할 수 없어요. 경기가 급속하게 하강하는 것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체를 플러스로 올리는 역할을 못 해요.

우리 경제가 어떤 경제인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나중에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나서 우리가 빨리 쫓아갈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할 수 있어요. 지금 세계적 금융위기가 지나가면 모든 나라가 경제구조에 본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기반이 튼튼해서 수출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나라들, 우리도 어느 정도는 이런 카테고리에 속하는 나라인데, 각 나라들이 세계경제가 정상화됐을 때 어떻게 뻗어나갈 것인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스스로의 경제 위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대응책을 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구조조정 병행되지 않으면 추경 효과 없어

전성인 : 그래서 추경에서 사회안전망 이외 돈은 토목사업에 쓸 게 아니라 제조업 구조조정 지원 자금으로 써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산업 구조조정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지금이 적기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기에 돈을 써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김종인 :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건설업이 GDP의 18%로 비중이 높은데 경기부양 문제만 나오면 습관적으로 건설 사업을 연결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교사를 많이 채용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고용도 되고, 이런 쪽이 나중에 우리 경쟁력을 늘리는데도 더 효과적입니다.

전성인 : 마지막으로 확대재정의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 싶습니다.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확대 재정정책은 이자율을 상승시켜 경기를 일부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통화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정부가 국채를 아예 한은에 인수시켜 '재정적자의 화폐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특히 미국도 국채를 발행하면서 중앙은행을 동원하고 있는데 우리도 최근 한은법 개정논의가 나오면서 한은에 금융안정 책임을 부과하고 한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돈을 넣도록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인 : 나는 그런 논의 자체가 큰 모순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미국, 유럽 등과 다른 게 그 나라들은 물가상승률이 1-2%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우리는 소비자물가가 4%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은 차입을 통해 돈을 왕창 풀면 우리가 이걸 통제할 능력이 있나요? 그렇게 해서 물가가 오르면 서민층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미국에서도 중앙은행이 물가만이 아니라 경제안정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린스펀 전 의장이 2002년 이후부터 통화량을 늘리고 금리도 낮추고 했는데, 이때 형성된 거품이 오늘날 금융위기의 본질입니다. 이걸 뻔히 보면서 우리가 똑같이 답습하려고 하는 건 올바른 생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성인 : 개인적인 견해인데, 한은법 개정은 한은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은은 금융안정이 한은의 책무로 들어오면 2금융권까지 포함한 은행 감독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정부는 금융안정의 한은의 역할 강화가 논의가 되면 유사공적자금으로 돈을 넣어야 될 필요가 있을 때 한은이 물가 안정을 내세워 뻣뻣하게 나오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종인 : 지금의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기본 제도를 바꾸는 식으로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해져요. 지금 미국이 최근에 와서 수치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대공황 때에도 그랬는데 1929년에 월가가 붕괴됐다가 30-31년 사이 약간 회복되는 국면을 보였으나 그 이후 다시 하강했었지요.

지금 미국경제의 문제가 뭐냐면 우리나라와 똑같은 것입니다. 위기를 야기 시킨 사람들을 위기를 해결하라고 갖다 놓으니까 해결을 못 하는 것입니다. 미 재무장관 가이트너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서머스나 이번 금융위기의 공동책임자들입니다. 이번 위기를 해결 못하고 오히려 혼란만 더 일으킬 거 같습니다.

미 연준 버냉키 의장도 자신이 디플레이션을 전공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30년대 대공황 때 연준이 통화량을 감소시켜서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지금 돈을 마구 풀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시대가 그때랑 달라요. 또 미국 국내정책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국제경제정책을 같이 고려해야 되는데, 달러가 평가절하 되기 시작하면, 서로 환율평가절하 경쟁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전성인 : 약 100년 전에 영국 파운드화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가 수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경제력이 쇠약해져 결국 평가절하로 끝나버렸습니다. 지금 딱 100년 전의 교휸을 안 보는 거 같습니다.

김종인 : 달러가 그렇게 될 가능성 커요. 지금 경제구조가 70년 전과 완전히 다른데 70년 전 사고방식을 갖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오래 전에 달러가 영국의 파운드화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50년 정도 지나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최근에 연준이 미 국채를 사들인다고 하니 벌써 유로화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또 중국도 절대로 미국 T-본드를 안사고 있어요. 중국이 안사면 살 나라도 없습니다.

내가 보기엔 시티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금 노출 안 된 부실이 엄청나다고 봅니다. 이러한 부실이 현실화되면 또 한번 휘청할 것 같아요.

위기는 한번에 극복되지 않는다

전성인 : 위기는 한 번에 오지도 않고 한 번에 극복되지도 않습니다. 처음 서브프라임 터졌을 때가 2007년 2-3월이었습니다. 조금 지나면서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면서 위기가 끝났다고 하다가 작년 9월에 리먼 브라더스가 망하면서 크게 한번 터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바마 정부의 신인도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면 또 한번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인 : 이미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요. 노무현 정권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기 사람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이트너 장관이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 처리를 위해 1조 달러 규모의 민관투자펀드(PPIF) 계획을 발표했는데, 1조 달러가 조달된다는 보장도 없어요. 또 민간참여해서 한다면서 오바마 정부가 뒤로 슬슬 물러나려는 거 같은데 그러면 신뢰가 없어져서 더 문제 해결이 안 됩니다.

어쨌든 단편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펼치면 문제를 그르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도 추경해서 경기부양하려는 생각인가 본데, 추경은 추경대로 해서 경기가 급속도로 내려가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 진정시키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에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구조조정을 안 하고 추경으로 돈 집어 넣어봤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요.

전성인 : 맞는 말씀입니다. 추경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도 투입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종인 : 토목공사를 벌리는 것보다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나타날 수 있는 실업문제 등을 보완해주는 쪽으로 추경 예산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야 됩니다.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사회적인 긴장을 높이지 않는 쪽으로 추경을 사용해야지, 추경은 추경대로 써놓고 구조조정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결국 정부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시장원리로 갈 데까지 가서 스스로 조정메커니즘 통해 살아나든지, 아니면 정부가 용의주도하게 구조조정하고 추경을 해서 안전벽을 쌓아주는 그런 식으로 가던지. 그렇지 않고서는 추경 해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전성인 : 이제 1사분기도 끝나고 윤증현 장관이 업무 파악도 어느 정도 됐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 새 경제팀에게 당부 말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금융구조조정이나 경쟁력 제고하기 위한 목적의 산업 구조조정을 빨리 해야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실업의 문제 등은 사회적 긴장 완화 차원에서 정부가 추경을 통해 해결해줘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조언으로는 어떤 것이 있으십니까?

김종인 : 정부의 정책 자세가 좀 정직해야 됩니다. 자꾸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편승해서 오류를 범하는 것은 가급적으로 피해야 됩니다.

까딱 잘못하면 신뢰를 잃어버려요. 지금 환율이 내려가는 것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반영되는 것일 뿐입니다.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국이 국채를 연방은행에서 인수한다는 것은 달러를 찍어낸다는 것이데, 그러면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도 정부에서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결국 달러가 1200원대로 내려가면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생겨서 우리도 인위적으로 원화를 평가절하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금년 말에 경기가 다시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번 추경 규모인 30조면 GDP의 3%를 쓰는 건데 적은 게 아니죠. 미국도 GDP의 2%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정부가 추경을 하려면 정확한 근거를 내놓고 해야 해요. 금년에 마이너스 성장 몇 % 하는데 추경을 하면 몇%로 올릴 수 있다고. 괜히 국민들을 안심시킨다고 좋은 숫자만 내지 말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숫자를 내서 국민들이 이 정도만 기다리면 되겠다고 예측할 수 있게끔 신뢰를 주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자꾸 쓸데없는 희망 줘봐야 소용이 없어요.

우리나라가 그동안 재정을 잘 활용 못 한 나라입니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면 재정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자꾸 그걸 금융에 의존해서 금융이 부실화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추경으로 들어가는 정부 빚을 갚으려면 세수를 제대로 거둬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기본적으로 세제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럴 때 재정부가 그런 준비를 해야지 국민이 안심을 하죠. 지금 일본도 이번에 빚을 너무 많이 질 수밖에 없게 되니까 앞으로 소비세를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경기회복이 제일 빠를 테고, 유럽, 일본 등이 그 다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하튼 수출 기반이 탄탄한 나라들이 제일 회복이 빠를 거라고 봐요. 그래서 내수에 지나치게 비중 두면 오히려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29조 추경 중 11조가 세수 부족을 메우는 것이고, 나머지는 18조인데요, 그러면 GDP의 2% 정도입니다.

▲ ⓒ프레시안

정부, 정직해져라

전성인 : 지금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 대응책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이 나온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얼마가 필요한데 드는데, 이중 일부는 구조조정 위한 공적자금으로 쓰겠다, 얼마는 관리감독 하는데 쓰겠다, 또 얼마는 산업정책 지원에 쓰겠다, 또 일부는 사회안전망으로 쓰겠다, 이렇게 종합적인 패키지가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관리할지 투명한 관리체계 제시해주면 훨씬 논란이 적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책금융공사가 금융구조조정을 하고, 공적자금관리는 유사정책자금이라고 국회에 보고만 한다고 하는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김종인 : 국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통제 안 받고 자기들 재량권 가지려고 하다보니까 그러는 거죠.

90년대 초에 스웨덴의 금융 구조조정 방식이 가장 정직하다고 봅니다. 지금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학자들이 주장하는 게 스웨덴 식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일단 은행을 국유화해서 부실 털고, 나중에 정상화되면 다시 민영화하는 방식입니다. 민영화도 우리나라 식으로 금산분리 완화해서 특정기업에게 주려고 하지 말고 국민에게 공개해서 하는 게 더 건전한 방법입니다.

내가 100조 쯤 공적자금을 갖고 이번 경제위기 극복에 사용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하면, 법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는데, 법은 만들면 됩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하자고 하면 야당이 반대하겠어요.

정부 예산이란 것은 법으로 확정해서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직해야 돼요. 우리나라는 밤낮 세수 추계를 잘못해서 세계잉여금 남기는 버릇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이걸 다 쓰고도 모자라 추경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정부가 돈 없어서 빚내는 판에 또 감세를 하는 건 모순이지요.

전성인 : 추경은 아직 세부적인 내역이 나오지 않아서 국회 논의되는 과정 속에서 얘깃거리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 가서 다시 얘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