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을 계기로 양대노총의 공동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양대노총은 21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는 한편, 공동 총파업 등 단체행동도 결의했다.
***이용득, "피가 거꾸로 솟는다"**
요즘 한국노총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격앙상태'다. 이는 지난 14일 김태환 충주지부장이 대체인력의 레미콘 차량에 깔려 죽는 사고라는 사건 자체의 성격에다 이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가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이용득 위원장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다소 격앙된 표현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문 의장이 서둘러 "노동계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 사건"이라고 이 위원장을 진정시켰을 정도다.
이 위원장은 또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참모진들의 조문 권유에 대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 장관은 물론 청와대 어디서도 조문은커녕 위로 전화 한 통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노총은 이 위원장의 심정을 반영하듯, 최근 '정권퇴진투쟁'을 선포했다. 물론 구체적 목표는 다소 수위가 낮은 김대환 노동부 장관 경질과 청와대 노동비서실 전면 개편이지만, 최근 수년동안 노동계에서 '정권퇴진'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노총이 이번 사태에 접근하는 태도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노총, 내달 7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실제로 한국노총은 21일 오전과 오후 잇따라 긴급 산별대표자회의와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 내달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투쟁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이날 제출된 총파업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수 년동안 한국노총에서는 볼 수 없던 계획들이 나열돼 있다. 예컨대 지도부 전원 삭발식, 노숙투쟁, 각종 결의대회 및 문화제, 전국노동자대회 등이 총파업 돌입 전까지 예정됐다.
이상연 교육홍보본부 홍보부장은 "정부가 김태환 열사 사망사건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총파업 투쟁 등 강경대응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노·정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지 않으려면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적극 연대 약속**
한편 한국노총 투쟁이 '나 홀로' 투쟁이 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노동계에서 수사적 차원에서 흔히 등장하는 '연대투쟁'이 이번에는 실질적 연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판단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중앙위원회에서 한국노총과의 연대투쟁의 구체적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일단 민주노총은 당초 잡혀있던 오는 30일 충북지역 연대 총파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충북 총파업은 장기화되고 있는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노조 사태 해결을 염두해 두고 계획됐지만, 인근 지역인 충주에서 김태환 지부장이 사망한 만큼 판을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또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파업에 돌입하는 내달 7일 한국노총과 함께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기로 했다. 5월1일 노동절 행사도 따로 하는 것이 양대노총의 관례였던 점을 비춰보면, 공동 노동자대회는 지난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당시 투쟁을 제외하고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한국노총과의 연대방침은 확고하다"며 "산하 조직에 김태환 열사 분향소 설치는 물론이고 각종 열사투쟁 사업에 한국노총과 공동협의하고 공동행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국회에서 심의 중인 비정규관련법안이 노동계와 합의 없이 처리될 경우 양대노총 모두 즉각적인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만큼, 노-정 관계는 벼랑 끝으로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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