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현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지금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침체의 고통을 같이 하고 있어 향후 회복과정도 외환위기 때보다 길고 더딜 것"이라며 "긴 호흡을 갖고 가야할 개연성이 있다"는 인식을 밝혔다.
경기회복 곡선이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V자형'이 아니라 'U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때는 미국 등 세계경제 호조에 힘입어 3년 만에 IMF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하는 등 빠른 회복이 가능했지만, 이번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만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윤 장관의 2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밝힌 이같은 인식은 불과 한달 전과 비교해볼 때 크게 달라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초 IMF가 세계 주요 21개국 중 한국이 -4%로 2009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IMF가 201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4.2%로 전망했다면서 "한국이 가장 빨리 회복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이어갔었다. 윤 장관의 달라진 태도는 현재 한국 경제가 빠져 있는 침체의 늪이 결코 간단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윤 장관은 "고용의 경우 실업자 100만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확실성이 전세계를 엄습해 개인 의견을 전달하는 게 두렵기도 하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작년 10월부터 성장률 전망을 4차례 줄줄이 내린데 이어 4월 하순에 각국에 대해 더 하향조정할 것이라니 불안하다"고 '비관적 전망'을 밝힌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비관적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광공업,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플러스 전환됐고 3월 무역수지는 약 40억 달러의 흑자가 전망된다. 금융시장이 다소나마 안정을 되찾아 다행"이라고 위안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대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윤 장관은 "환율은 그나라 경제 펀더멘탈 시장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다만 한쪽으로 너무 쏠림 심하거나 투기 확실히 개입하고 있다는 확신 있으면 정부가 움직일 수 있다"면서 "환율시장을 매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너무 재무적 상황, 숫자적 상황에 의존한다"며 "기업은 서류에 나타날 수 없는 기업 잠재력 기업에 들어있는 경영진 비전, 특이한 능력 성장 전망 등 총체적으로 어울러진 경쟁력 형성한다. 비재무적 판단도 같이 해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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