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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수사' 종착점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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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수사' 종착점은 노무현?

[김종배의 it] 꼬이는 검찰의 투자 전략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망했다. "박연차 수사의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뭔가 대단한 정보를 손에 쥔 채 한 자락을 펼친 발언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천기누설급의 귀띔도 신통방통한 예언도 아니다.

이미 나왔다. <동아일보>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정황을 대검 중수부가 잡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오늘 또 나왔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 보고서에 비자금 50억 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분명해 보인다. 여기저기서 거론하는 걸 보니 검찰의 최종 수사 목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해도 된다. 검찰이 야권 인사를 사법처리하기에 앞서 'MB맨'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부터 구속시킨 배경을 헤아릴 만하다. 여권은 살을 주고 뼈를 도려내려 한다. 저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떨까? 여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호주머니를 불려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확정해야 한다. 박연차 회장의 비자금 50억 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정황'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만 언급했다고 했다.

행여 사실 확인 과정에서 삐끗하면, 다시 말해 비자금 50억 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것으로 확정되면 판은 달라진다. 저위험 고수익 모델이 고위험 저수익 모델로 뒤바뀐다. 비리 단죄 명분이 쇠하고 정치 보복 비난이 성하게 된다.

행여 검찰이 실소유주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한다고 해도 고수익 실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투자 타이밍을 놓친 게 뼈아프다.

할 거라면 일찍 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정권이 갓 출범했을 때, 그래서 단죄하는 쪽과 단죄당하는 쪽의 신구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될 때 사정의 칼날을 뽑았어야 했다. 그래야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을 봉쇄하면서, 수비에 신경 쓰지 않고 전원 공격 대형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놓쳤다. 촛불 시위 때문이든 사정기관 장악 지연 때문이든 아무튼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고착돼 있고, 'MB맨' 역시 비리 사슬의 한 고리에 놓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래갖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구정권의 비리를 드러냄으로써 신정권의 개혁을 부각하는 정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기껏해야 '누가누가 덜 더럽나'의 네거티브 게임이 전개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이 추부길 전 비서관 선에서 그치면, 그리고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대표 선에서 머물면, 아울러 비자금 50억 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되면 고수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이익은 챙길 수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 선언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에 유효타 정도는 날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미 제기되고 있는 의혹, 즉 박연차 로비에 연루된 'MB맨'에 막강실세가 끼어있다면 어떻게 될까? 답할 필요가 없다. 죽은 권력보다 산 권력에 더욱 민감한 게 국민 정서이고 국민 여론이다.

▲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느닷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검찰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뉴시스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박연차 세무조사를 주도해 '비자금 수혜자'의 면면을 꿰뚫고 있는 사람, 박연차 로비의 최종 대상으로 '로비스트'의 면면을 잘 알 법한 사람, 바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느닷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검찰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 뿐인가. 올해 초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도 청와대는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의혹이 증폭될 빌미를 스스로 만드는 바람에 투자전략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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