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노조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한섭 위원장과 김병재 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투쟁에 나섰다.
영진위 노조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영진위는 5월 재계약 대상인 영진위 산하 영상산업정책연구소 소속의 계약직 직원 5명을 일제히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해고의 대상이 된 직원들이 지난 2년 영진위 팀 평가에서 최우수팀으로 뽑힌 팀에 속해있거나 우수직원으로 선발돼 포상을 받는 등 실력과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영진위 노조의 한인철 지부장이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한 말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김병재 사무국장이 위원장으로 이끄는 인사위원회에서 해고를 결정했지만,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위원 9명 중 5명이 미리 해고에 동의하기로 입을 맞췄다. 애초 안건이 상정된 것도 '실적 평가와 그에 따른 재계약 여부'가 아니라 처음부터 '해고안'이 상정되는 등 미리 각본이 짜여져 있었다. 그나마도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계약직 해고를 통보하는 데에 이르렀다.
영진위 노조는 강한섭 위원장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인사에게 새로운 보직을 만들어 고용했으며, 이러한 해고 역시 그 연장선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즉,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기존의 '일 잘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는 것. 최근 서울아트시네마의 공모제 전환하려다 연기한 것이나 예술영화 개봉(마케팅) 지원 사업을 폐지하여 논란이 된 것도 영진위의 최고 의결기구인 9인 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강한섭 위원장 독단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병재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무소신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무능력을 과시한다"고 비판했다.
영진위 노조의 한인철 지부장의 말에 따르면 평소 강한섭 위원장은 "(3기 영진위의 전 사무국장이었던) 김혜준 라인은 다 잘라내야 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전 영진위에서 실제로 김혜준 전 사무국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싸워온 사람들조차 김혜준 라인으로 몰고 있다는 것. 또한 이번 노조의 반발에 대해서도 "영화계 인사의 사주를 받아서 하는 것이다. 사주한 이가 누구인지 나는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은 대체로 영진위의 최근 파행에 대해 발언을 삼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인철 지부장은 " 초기에 영진위를 비판했던 분들에게 노조가 오히려 서운함을 느낄 정도로 영화계 쪽에서는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런데 사주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한섭 위원장은 소통할 줄을 모른다. 어느 사업장이나 문제가 안 생길 수는 없지만, 서로 얼굴을 직접 맞대고 논의를 하면 쉽게 풀릴 문제도 심각하게 키우다가 막판에 뒷통수를 친다. 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영진위 노조는 "최근 영진위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강한섭 위원장 한 명이 아니라 영진위 전체가 신뢰를 잃고 있다"며, 한국영화 전체를 위해 강한섭 위원장과 김병재 사무국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철 지부장은 "이제껏 노조가 계속해서 양보해왔다. 올초 1월 1일자로 팀이 전면 개편됐을 대도 노조는 위원장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며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이 있었음에도 결국 양보했다. 그런데 계약직 5명의 해고 문제에까지 이르면 노조로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영진위 노조는 현재 영진위 지하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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