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를 전국 16개 시도 및 230여 개 시·군·구 단위로 공개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 전망이다.
교과부는 19일 "국회의 요청에 따라 수능 성적 자료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며 지난 2005년~2009년까지 5년간의 성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요구하면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교과부는 그간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 범위를 결정했다.
수능 성적 원자료가 공개되는 것은 1993년도 수능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그간 교과부는 수능 원자료가 공개되면 고교별, 지역별 학력차가 그대로 드러나 고교 평준화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철저히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다. 조전혁 의원은 대학 교수 시절 수능 성적 정보 공개 청구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으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교육 당국은 개별 수험생 정보와 학교명은 공개 정보에서 삭제하고 일절 밝히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제공된 자료는 연구를 목적으로 활용하며, 학교·시군구 순위 등 서열화된 자료와 같이 학교와 지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교과부는 수능 성적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람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며, 자료 열람 후, 분석·가공한 결과 자료만 가져갈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능 출제기관이자 수능 원자료를 보관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현재 공개될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단 자료가 공개된 뒤 파장은 지역 간·학교 간 서열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전망이다. 학교 정보는 공개를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학생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지난 2월 초·중·고 학업 성취도 평가 성적 공개 이후 또 한 차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외부 유출을 하지 않기로 서약을 하고 공개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출시 제재 수단에 대한 질문에는 "특별한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유출하게 되면 국회의원으로서 명예가 실추되는 문제가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의 상자는 공교육 붕괴의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교과부가 조전혁 의원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어 평준화 해체와 고교 등급제를 시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시군별 서열화가 이루어지는 순간 기존 공교육 체계가 유지해온 평준화와 3불제도의 근간은 허물어진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지역마다 서열화된 성적에 따라 교육청과 자치단체는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은 서열에 따라 지역을 이동할 것이고, 이동이 불가능한 저소득계층은 그들만의 '기타'학교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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