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잡음이 계속 들리는 이명에 시달리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특히 심각하다. 이명이 심한 경우에는 자기 귀를 떼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하니, 실제로 이명을 앓지 않는 한 그 괴로움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나 정작 난청, 이명은 치료가 어려워 양·한방 모두 골머리를 앓는다.
현대 의학에서 귀가 소리를 듣는 순서를 보면 이렇다. 귓바퀴가 소리를 모으면 고막이 진동한다. 고막을 통해 전달된 진동 때문에 달팽이관 속의 림프액이 파도를 친다. 이 파도가 귓속 유모세포를 흔들고, 이 진동이 자율신경에 전기 신호를 보내 최종적으로 뇌가 소리를 분별한다.
한의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소리를 듣는 영역을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외부의 소리가 들어오는 영역과 분별하는 영역이 그것이다. 소리가 들어오는 것은 물에 사물을 비추는 것이어서 음(陰)의 영역으로 간주한다. 분별하는 영역은 환하게 사물을 파악하는 영역이니 명(明)으로 양(陽)적인 영역이다.
현대 의학의 설명을 염두에 두면, 소리가 들어오는 음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은 림프액의 흐름이다. 소리를 분별하는 양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은 뇌와 유모세포다. 이 음과 양의 영역 중간에서 유모세포가 자기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난청, 이명 등은 바로 이 양의 영역, 즉 유모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분별하는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이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옛사람이 마셨던 귀밝이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귀밝이술은 이명주(耳明酒) 또는 총이주(聰耳酒)라고도 불렸다. 바로 밝은 기운이 청력의 근원이 됨을 암시한 것이다. 즉, 옛사람은 청력을 밤에 힘을 충전해 낮에 사용하는 충전지처럼 여겼다.
실제로 최근 현대인의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예전과 달리 일찍 잠을 자지 않는 생활 습관 탓이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난청과 이명 환자 대부분은 불면증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당연히 수면 부족을 호소하곤 한다. 난청과 이명이 심해지면 잠을 잘 수가 없으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귀를 밝힌다'는 표현에는 '귀는 어둡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귀는 신체기관 중에서 음의 영역에 속한다. 우선 생긴 모양부터 그렇다. 귀는 외부의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이, 빛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닮았다. 또 귀는 차갑다. 손을 데면 귓바퀴에 손을 대는 것도 귀가 차기 때문이다.
사실 청력의 성격도 어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눈은 밝은 곳에서 정보를 모으지만 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보를 모은다. 이처럼 귀는 음의 영역, 즉 '어둠'을 상징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귀밝이술을 정초에 마시는 것은 술의 더운 기운으로 귀를 밝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놀랍게도 이런 옛사람의 지혜는 실제 임상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침 치료와 병행하는 청력을 돕는 처방은 '자석양신환'이다. 이 약은 양의 신장을 사용한다. 양은 '화축
▲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프레시안 |
귀밝이술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난청, 이명을 현대 의학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듯이 청력의 근원도 많은 부분 미스터리다. 옛사람들이 이런 미스터리를 해결할 지혜를 가졌다는 게 놀랍고 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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