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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동행(同行) 코드, <라디오스타>, <드림걸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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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동행(同行) 코드, <라디오스타>, <드림걸즈> 등

[난장 스테이지] 무대에서 찾아보는 '함께 걷는다는 것'의 의미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흥행은 평온하던 최원균(81) 할아버지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언론을 통해 "자식들이 불효자로 낙인찍혀 괴롭다"고 말할 정도로 시골 작은 마을에 살던 최 할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상영 초기 불과 몇 개의 개봉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가 화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마음마저 쓸쓸해지는 경제 불황시기에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감동에 가장 중심에는 느리면 느린 대로,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발을 맞춰 함께 걸어가는 할아버지와 소의 동행(同行)이 있다.

▲ 영화 '워낭소리' ⓒNewstage

◎ 무대에 올랐던 파트너십, 무대에 오른 파트너십, 무대에 오를 파트너십

2008년 1월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었던 뮤지컬 '라디오스타'가 앵콜에 앵콜을 거듭하며 지난 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다시 올랐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스타'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옮겨오되 뮤지컬적 재미를 더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뮤지컬 '라디오스타'는 한물간 스타 락커 '최곤'과 변함없이 그를 지키는 매니저 '박민수'의 이야기다. 이에 지난 3월 4일 있었던 VIP시연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연예인은 물론 그 옆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매니저들도 그 누구보다 흥미롭게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소재로 뉴 프로덕션을 앞세워 세계 초연을 올린 뮤지컬 '드림걸즈'가 있다. 뮤지컬 '라디오스타'가 연예인과 매니저간의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라면 뮤지컬 '드림걸즈'는 한 그룹의 멤버로서, 친구로서, 심지어는 계약 관계로서 끊임없는 파트너십을 요하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비즈니스적 관계의 동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TV스타들의 무대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죽어서도 그 인연을 끊을 수 없는 부부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절절한 부부이야기로 세대를 막론하고 큰 호응을 얻어 현재 배우 조재현, 안내상, 정웅인의 트리플 캐스팅으로 앵콜 공연 중에 있다. 오는 18일 첫 선을 보이는 위성신 연출의 신작 연극 '오랜 친구 이야기'는 10대부터 50대에 이른 현재까지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온 이성 친구들의 이야기다. 사소한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두 친구가 서로에 대한 진심을 깨달아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월 8일 공연을 마친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역시 때론 친구처럼, 때론 원수처럼 현실을 살아가는 3년차 부부의 이야기로, 부부로써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소극장 공연의 힘을 발휘했다.

▲ '동행'을 그린 작품들 ⓒNewstage

◎ 왜 '동행'해야 하는가 - 무소의 뿔 vs 백지장

그렇다면 공연 속 그들은 왜 함께 가야했는가. 일찍이 불교의 최초 경전 '숫타니파타'에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고, 혹자는 '결국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돈키호테에게는 산초가, 로미오에게는 줄리엣이, 록스타 최곤에게는 매니저 박민수가, 최원균 할아버지에게는 소가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핍'에서 오는 욕구다. 연일 뉴스를 채우는 경악스러운 일들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온전히 따뜻한 마음을 누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이다. 모두를 경악시킨 살인마 강호순과 영화 '워낭소리'가 같은 시점에서 화두가 된 것도 그 이유라면 설명이 충분하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도 불신하게 되는 현실에서 '파트너, 친구, 짝꿍, 동지'라는 이름은 더없이 반갑고, 더없이 절실한 존재가 된다.

이런 점에서 무대라는 가상공간에서 마음가는대로 쓰기에 달린 대본에 의해 진행되는 공연예술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우위에 선다. 고달프고 외로운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충분한 대리만족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많은 매체에서는 '리얼리티'가 대세라지만, 아직까지 공연예술에서는 가슴을 채워줄 미화된 현실과 위로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적어도 공연예술에서만큼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보다는 백짓장도 맞드는 스토리가 더욱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공연장을 나선 후 몇 시간, 길게는 몇 날 며칠을 가슴 따뜻하게 내 옆의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함께 걸어간다는 것' 혹은 그러한 코드를 가진 공연예술이 가진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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