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건설사 1차 구조조정 당시 B등급으로 분류됐던 중견건설사 신창건설이 경기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창건설은 '비바 패밀리' 브랜드로 알려진 시공능력 90위권의 중견 건설사다.
채권단이 지나치게 느슨한 잣대로 건설사 신용평가를 해 구조조정만 지연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환경이 지난해 당시보다 더욱 어려워진만큼 기업신용평가를 다시 실시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돌연 기업회생절차 신청…주채권은행도 '몰라'
신창건설은 지난 3일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6일 법원으로부터 보존처분 중지명령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보존처분 중지명령은 채무자가 어느 일방의 채권자에게 변제를 하는 행위나 채권자의 채무자 재산 가압류·가처분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통상 보존처분 중지명령이 내려온 후 한달 이내에 법원이 개시결정을 내리면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다.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주채권은행과 내부 직원 대부분도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건설의 주채권은행인 농협 신용담당 관계자는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저희도 법원에 통지를 받고서야 알았다"며 "그간 파악한 바로는 이 정도로 사정이 악화되지는 않았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신창건설의 이번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용도에도 큰 문제가 없었고 자구노력도 그간 충실히 해왔다는 이유다.
농협 관계자는 "대한주택보증에서 약 135억 원 규모의 대출이 지원됐고 채권단에서도 추가 자금지원을 검토하던 상황이었다"며 "채권단의 판단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대표이사 개인과 관계된 문제가 회사의 갑작스러운 조치 배경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알기로는 대표이사가 국세청 조사를 받았고 검찰조사도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원들도 자세한 사항을 몰랐고 회사에서 주채권은행에도 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회생절차를 밟았다면 뭔가 내부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신용도 B급 건설사는 괜찮다더니…채권단 평가 제대로 됐나
하지만 역시 의문의 중심에는 채권단이 놓일 수밖에 없다. 과연 지난 1월 채권단이 발표한 건설·조선사 신용평가 결과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냐는 게 핵심이다.
당시 채권단은 건설사를 총 4개 등급으로 매겨 B등급까지는 적정한 수준의 자금지원만 이뤄진다면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C등급은 회생절차, D등급은 퇴출수순을 밟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퇴출대상은 111개사 중 16개 업체(건설사 12곳)에 불과해 금융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채권단이 부실채권을 떠안는 게 두려워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정성적 방식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의견도 당시 제기됐다. 16개 업체 퇴출로 은행권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약 2조23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됐다.
신창건설이 당시 B등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단 2개월 후 무너짐에 따라 이 같은 비판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채권단이 대손충당금 대량 적립에 따른 BIS비율 하락이 두려워 제대로 기업실사를 하지 않았다면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정지원 금융감독원 기업재무개선지원단장은 "주채권은행이 제대로 평가를 한 것인지 부실하게 한 것인지는 앞으로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만약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경제사정이 지난해보다 나빠졌다고 다시 모든 기업을 재평가할 수는 없다"며 "채권단이 상시평가를 통해 재평가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B등급 건설사 중 현재 재무상태가 나빠진 건설사를 C등급으로 강등해야 할 것이라는 여론만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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