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치뤄진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가 공개된 뒤, 성적 조작 등 문제점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일제고사 시행의 정당성 여부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시험과 채점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고사 선택권을 안내했던 교사들을 대거 파면·해임하면서 강행하고 있는 시험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지난 2일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은 '학업성취도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10쪽에 걸친 홍보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에는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의 대국민 편지와 함께 지난해 일제고사 평가 결과와 해외 사례, 향후 계획, 당부의 말 등이 실려 있다. 특정 교육 정책을 두고 청와대가 홍보책자를 직접 발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8일 반박 자료를 통해 "책자에 나와 있는 주장의 근거로 삼는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중 사례로 제시된 외국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거짓이거나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도 일제고사? 청와대가 거짓말"
이 자료에는 "주요 국가에서도 매년 전체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핵심교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평가 결과를 학생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나와 있다. 이어 미국, 영국, 호주,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네 국가 모두 '매년 전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미국의 학업성취도 평가(NAEP)는 전수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라며 "또 매년이 아니라 적어도 2년에 한 번씩만 보면 되고, 모든 학년도 아니며 4학년과 8학년에서 읽기와 수학만 반드시 실시하고 나머지 과목은 의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미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 평가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또한 표집평가를 받는 학생도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발적인 시험이며, 학교별, 개인별 성적 산출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는 "특히 학생의 참여에 관해 학부모에게 시험 실시 이전에 반드시 어떤 이유로든 시험을 면제(exempted)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시험을 끝까지 치루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모든 시험 문제에 답을 할 것을 요구받지도 않는다는 점을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영국의 학업성취도 평가 사례 역시 철지난 옛날 이야기"라며 "2000년부터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는 일제고사와 학교 순위표(League Table)를 폐지하고 잉글랜드에만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잉글랜드에서도 명문사립학교와 교장들, 영국교원노조 등을 중심으로 일제고사와 학교순위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심지어 이를 폐지한 웨일즈와 잉글랜드 사이의 학업성취도 결과의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됐다"며 "결국 영국 교육부는 올해부터 중학교 과정의 일제고사와 학교순위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왜 세계 최고 학업성취도 자랑하는 핀란드는 소개하지 않나"
전교조는 "일본의 사례 역시 진실 호도"라며 "일본에서 2007년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전국학력학습상황조사평가라는 이름으로 43년만에 부활했지만 현실에서는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학교들이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007년, 2008년 아이치현 이누야마 교육위원회는 '스스로 배우는 힘'을 강조하는 시의 교육 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교육위원회 산하 모든 학교에서 일제고사에 불참하고 정규 수업을 실시했다"며 "2007년에는 전국 사립학교의 40%, 2008년에는 47%가 일제고사에 불참하고 정규 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는 "왜 청와대는 세계 최고의 교육경쟁력을 자랑하는 핀란드의 사례는 소개하지 않나"라며 "정부 이야기처럼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라면 성적도 가장 높고, 상하위권 학생들의 성취도 차이가 가장 작은 핀란드를 모델로 삼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
청와대도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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