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재보선을 향한 여야의 걸음이 빨라졌다. 한나라당은 9일부터 사흘간 재보선 출마자를 공모하고, 민주당도 내주 초부터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18대 국회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10월 재보선→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의 기선잡기는 물론이고, 끝나지 않은 '입법 전쟁'에 미칠 파급력도 간단치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선거의 첫 단추인 공천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거취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당의 입장과 개인의 정치전망 사이의 불일치가 엿보인다. 각 당이 이를 어떻게 정리해 내느냐가 재보선을 보는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박희태, '10월 출마'로 후퇴?
박희태 대표는 6일 재보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나중에 필요하면 말할 것"이라며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고 생각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아직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기 때문에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던 발언에 비하면 상당한 후퇴다.
박 대표가 한걸음 물러선 까닭은 출마 유력지로 꼽혔던 경남 양산이 4월 재보선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안전한 원내 입성을 원한다면 10월 재보선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박 대표의 측근들도 10월 도전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돌다리 두드리기'는 현직 당 대표인 그의 리더십과 필연적인 상관관계를 맺는다. 가뜩이나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박 대표도 내심 4월 재보선 출마에 상당한 집착을 가져 온 게 사실이다.
여전히 인천 부평을 출마설이 거론되는 건 그래서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아직 특별한 말씀이 없고 당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지만 야당 후보로 대선 후보니 거물이니 하는 분들을 전략공천할 경우 우리도 전략공천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략공천을 한다면 박 대표도 나서야 하지 않겠나 논의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희망한다면 부평을 공천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튼튼한 부평을 출마는 박 대표 개인의 모험임은 물론이고 당 차원의 명운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부담이 커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승리할 경우 박 대표의 위상 제고와 당의 구심력 강화로 이어지겠지만, 당 대표가 출마한 수도권 선거에서 패할 경우 여권 전체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박희태 카드를 한나라당이 내밀 것이냐가 4월 재보선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자세를 가늠할 시금석인 셈이다.
정동영, '텃밭 출마' 강행?
정동영 전 장관과 당의 입장이 여전히 조율되지 않고 있는 민주당의 사정도 복잡하다. 정 전 장관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최재성 의원이 5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정 전 장관을 만나 정세균 대표의 의중을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정 전 장관과 6일 오후 통화한 최규식 의원은 "최재성 의원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랐다.
오히려 최재성 의원의 출국은 조지워싱턴대에서 연수중인 임종석 전 의원을 부평을에 전략공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통해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범위를 확대해 놓은 상태다.
부평을 카드가 임종석 전 의원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정 전 장관에 대한 '수도권 차출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전주 덕진 출마를 전제로 거취를 고민해 온 정 전 장관으로선 홀가분해진 측면이 있으나, 전략공천권이 강화된 당 지도부가 그의 출마를 용인할지 미지수다.
최규식 의원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출마와 불출마의 중간지점에서 고심하고 있다"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심이 서면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7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외곽지지조직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준비모임을 통해 지지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주 후반쯤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정 전 장관의 측근들 가운데에도 '고향 출마를 통한 손쉬운 재기'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고, 당 지도부와의 조율도 난항을 겪고 있어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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