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5시경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파업 사태 관련 노사정 '공동협의회'에서 최종 합의 문구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 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위원장이 회의장인 '울산가족문화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영남권 노동자대회 당시 발생한 폭력사태를 이유로 수배된 이후 각종 집회 등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울산 모처에 잠적했던 박 위원장은 이날 최종 합의 임박 소식을 전해 듣고 회의장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수배 생활과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음을 연상케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인 박 위원장은 회의장 옆 대기실에서 10분간 <프레시안>, <매일노동뉴스>, <참세상>, <프로메테우스>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심정을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문 : 합의 문구 조정 순간이다. 다소 부족한 합의안으로 보이는데...
답 : 우리들 대부분은 일용노동자들이다. 2달 넘도록 일을 못했으니 조합원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 현실이다.
정확한 합의 문구는 보지 못했지만, 들어서 파악한 것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힘들게 싸워온 조합원들이 많이 섭섭해 할 것이다. 올해만 노동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문 : 사실 내년도 낙관하기 힘들지 않나? 더욱이 위원장은 곧 사법처리를 받을 텐데...
답 : 사법처리 받는 것은 걱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를 추스르는 것이 가장 답답한 문제다. 노조 간부들 대부분이 구속됐거나 수배 중이다. 17일 영남권 노동자 대회 이후에는 간단한 집회를 이끌 간부도 없어서 곤혹스러웠을 정도다. 오늘 합의 이후에 검·경이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노조 간부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걱정된다.
일단 오늘 이후부터는 조직을 최대한 추스르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이 시작된 이후 공권력의 탄압이 너무 극심해 조합원들이 한껏 움츠려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 이후부터는 힘이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조합 활동에 나서길 바란다.
문 : 70여일간 파업대오를 이끌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
답 : 노조의 정당한 활동조차 방해하는 검·경의 태도였다. 파업을 준비할 때 우리는 2천 대오는 충분히 조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업 선언 당일부터 경찰들은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 파업 동참을 설득하는 등 조직하는 작업은 정당한 노조 활동이지만, 경찰이 처음부터 저지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 그 당시 경찰이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면 우리들 파업은 충분히 한 달 이내에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 검·경은 제발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 만큼은 보장해 주길 바란다.
문 : 2달 동안 조합원들이 생활고로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어느 조직보다 대오를 훌륭하게 지켜냈다. 그 힘의 원천은 뭔가?
답 : 우리 노조 조합원 평균 연령이 4·50대라고 말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공사판에서 2·30년간 일하면서 쌓인 응어리를 가슴에 품고 있다. 우리들 보고 힘들었지만 어떻게 버텨냈냐고 묻는다면, 바로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답 : 많이 부족한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울산의 대 재벌들과 싸워내서 이 만큼 얻은 것은 일단 성과이기 때문이다. 서로서로 위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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