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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고 경제는 뒤로 가고…'이중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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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고 경제는 뒤로 가고…'이중고' 본격화

2월 소비자물가 7개월 만에 상승폭 확대…결국 환율이 문제

지난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 달 만에 4%대로 복귀했다. 최근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면서 석유류 등 수입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 물가상승을 자극했다.

최근 폭등하는 환율은 물가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둔화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모양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까지 낮춰 잡았다. 역성장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물가상승세가 강화될 경우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가 극도로 어려운 지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물가 다시 4%대 고공비행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전달보다 0.7% 오르면서 한 달 만에 4%대 고공비행을 다시 시작했다. 소비자물가상승폭이 전달보다 커진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5.9%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낮아져 지난 1월에는 3.7%까지 떨어졌다.

가계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152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3% 상승했다. 지난해 7월 7.1% 오른 이후 꾸준히 상승폭이 둔화되다 역시 2월 들어 상승폭이 커졌다.

물가 상승을 촉발한 주요인은 역시 환율이다. 올해 첫 거래를 1321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2일 현재 1570원까지 상승, 두 달 만에 250원(18.8%)이나 폭등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자극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석유류는 전달보다 무려 6.2%나 상승해 수입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석유류는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간 이어진 하락 추세를 멈추고 다시 상승 반전했다.

특히 휘발유는 전달에 비해 무려 10.9%나 올랐고 경유와 등유도 각각 1.3%, 1.9% 상승했다. 석유류 상승은 휘발유·경유 등 유류 소비품목 가격뿐만 아니라 각종 석유화학제품에서부터 식음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물가 상승을 이끈다는 점에서 문제다. 당장 기름값 상승으로 교통부문 물가가 2.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농축수산물은 전달에 비해서는 0.6% 오르는데 그쳤지만 전년대비로는 5.4%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은 12.8% 급등했다.

교육비와 외식비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교육비는 전년동월대비 4.8%, 외식비는 5.5% 올랐다. 가사용품물가도 전기밥솥 등이 크게 오르면서 7.2% 상승했다.

경제성장률 둔화 예측 확산…경제주체 '이중고'

한편 이날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춰잡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씨티은행 등 10개 투자은행이 2월 말 현재 예측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였다. 이는 한 달 전에 비해 0.6%포인트 하향조정된 결과다.

특히 씨티은행은 종전 -1.8%이던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2%에서 -2.5%로 낮췄고 UBS는 -3.0%에서 -5.0%로 떨어뜨려 투자은행 중 가장 비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이 한국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하는 주된 요인은 수출부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세계경제 추가 하락에 따른 여파도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광공업생산지표, 고용수준 등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주요 경제통계는 지속적으로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주가지수와 환율 등 금융시장지수 역시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전망이 차츰 암울해지는 가운데 물가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실물 부담은 두 배가 된다. 금융시장 부진으로 이자소득이 줄어들고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노동소득까지 줄어드는 와중에 소비 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가뜩이나 둔화한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고 다시 생산위축을 자극해 경기 부진을 장기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된다.

물가상승과 실물경기 위축의 핵심 원인이 환율임을 감안한 듯 정부 외환당국은 전날 오후에 이어 이날도 환시장에서 대규모 달러매도에 나섰다. 환율 오름세 진정에 본격 나선 셈이다. 이날 장 개장과 함께 오름세를 이어가며 1600원선 언저리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가 지나며 차츰 상승폭이 둔화한 끝에 오후 2시 14분 현재 달러당 1553원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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