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가 전년인 2007년에 비해 4.3% 증가한 20조 9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통계청은 지난해 전국 사교육비 현황을 분석한 '2008년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으로 2007년보다 5.0% 증가했으며, 참여학생만 놓고 봤을 때 사교육비는 월 28만8000원에서 31만 원으로 7.6% 증가했다.
30만 원대 이상 '증가'…성적 높을수록 사교육↑
사교육비를 30만 원대 이상 지출한 학생은 증가한 반면, 20만 원대 이하로 지출하는 학생은 감소했다. 한편으로는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 학생은 2007년 23.0%에서 2008년 24.9%로 증가해 양극화 현상을 짐작케 했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2007년과 대비해 영어가 11.8%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수학이 8.8% 증가했다. 반면 논술 등 국·영·수를 제외한 기타 과목은 10.0% 감소했다.
단계별로는 초등학교는 영어(8만 원), 중학교도 영어(8만2000원), 일반계 고등학교는 수학(9만5000원)에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유형별로는 학원수강 비용이 11.0%, 개인과외 비용이 7.4% 증가했지만, 그룹과외와 방문학습지 구독 비용은 감소했다.
또 서울지역과 읍면지역의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격차는 약 2.4배 수준으로 2007년 2.3배에 비해 더 벌어졌다. 2008년 지역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은 29만6000원, 광역시는 22만8000원, 중소도시는 24만2000원, 읍면지역은 12만5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성적 순위가 높을수록 사교육비 및 참여율이 높고, 부모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 및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현상이 확인됐다.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 계층은 100만 원 미만의 계층 보다 8.8배의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생 1인당 방과후학교 월평균 비용은 1만1000원으로 2007년 보다 1000원(8.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참여율은 38.7%로 2007년 보다 0.5%p로 소폭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2007년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 273개 학교의 학부모 약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조사에 포함된 항목은 학원비, 개인·그룹과외비, 학습지, 인터넷·통신강의 과외비 등 초·중등학생의 학교 외 보충교육비다.
교과부 "실질 사교육비는 0.3% 감소"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통계청의 발표 직후 브리핑을 열고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 및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사교육비 총규모는 4.3% 증가했으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4.7%)을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비 총 규모는 전년보다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교과부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5.0% 증가했지만 이 역시 실질사교육비는 전년보다 0.3%로 소폭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과부는 "학원비 지출 증가 폭이 참여 학생수의 증가율보다 높은 것은 학원비 단가 인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학원비 경감대책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또 방과후학교의 성과를 강조하며 "방과후학교에 참여한 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 비해 사교육비를 연간 약 41만 원 적게 지출했으며,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비는 연간 22만원 적게 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특히 교과부는 영어 사교육비가 가장 크게 증가한 점을 두고 "글로벌 시대를 대비한 영어학습의 증가와 환율상승에 따른 해외 어학연수 수요의 국내 흡수의 결과로 보인다"며 외부 요인을 강조했다. 양성광 인재정책분석관은 "영어 공교육 강화 논란과 관련해 혹시 지난해 8월 이후 국제중 이런 것들이 사교육비에 영향이 있을까 해서 현재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교과부는 통계청과 별도로 실시한 '사교육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체 채용시 출신대학 중시'라고 응답했다"며 "사교육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 또한 '학벌보다는 능력 중심의 기업 채용방식 확산'이라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교과부 "방과후학교·영어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경감"
이어 교과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 전국 확산 △입시제도 선진화 △영어 공교육 강화 △교육격차 해소 △직업 기술교육 강화 △학원비 안정화 및 통계 인프라 강화를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제시했다.
교과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면서도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열정으로 정규 수업과 방과후학교 등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학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 정책은 2009년 300개교로 시작해 2012년 1000개교까지 선정 학교를 늘려 학교당 평균 2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교과부는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영어회화 전문강사' 5000명(초등 2000명, 중등 3000명)을 선발하고 현직 교사의 맞춤형 심화연수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교과부는 "오락과 교육을 결합시킨 콘텐츠 활용으로 특히 영어교육에서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IPTV를 전국 초·중등학교에 보급하고 다양한 영어교육 콘텐츠를 제공하여 영어 사교육비를 크게 줄여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과후학교를 민간에 위탁하고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무료지원과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한 초등 보육교실을 확대하는 것도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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