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등급제 의혹이 제기된 고려대 2009학년도 수시 전형을 놓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고려대에 면죄부를 줬다. 대교협은 2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조사 결과 고려대가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이사회가 끝나고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고교 등급제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의는 '대입에서 학생 능력 차가 아닌 고교의 실적, 특성, 소재지 차이를 반영해 고교별로 일률적으로 차등 대우를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입각해 볼 때 고려대는 고교별로 차등해 일률적으로 가점 또는 감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특목고 우대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도 고려대 측의 소명 자료를 보면 반론이 된다"며 "특목고 내신 1·2등급이 불합격하고 일반고 내신 4·5등급이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앞서 2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업무 보고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손 회장은 "단 교과·비교과 실질 반영 비율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보인다"며 "직접 고려대에서 설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윤리위가 고려대의 해명만을 듣고 결정했다고 하면 안 된다"며 "고려대가 낸 자료를 충분히 보고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이날 오후 기자 회견을 열어 고교 등급제 시행 여부, 특목고 우대 여부, 학생부 반영 방식 등에 대해 해명하고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계획이다.
"대교협, 의지도 능력도 없는 요식기구"
대교협의 이런 결정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각계에서 의혹이 제기된 사안임에도 고려대 측 해명만을 들은 채 부실 조사를 한 뒤 '감싸기' 결론을 내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 12일부터 4차례에 걸쳐 윤리위원회를 열어 고려대 이기수 총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을 참석시켜 직접 소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는 "대교협은 지난 13일 열린 1차 윤리위 회의 뒤 한 차례의 비공개 회의만을 열었다"며 대교협이 부실 조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교협은 의지도 능력도 없는 요식기구"라며 "부실한 회의와 고려대의 변명식 보고로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는 어림없다"고 주장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도 성명을 통해 "스스로 공정하고 확고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할 기회마저 포기한 대교협은 더 이상 대학 입학 관리를 맡을 자격이 없다"며 "교과부는 부실 조사, 무책임한 관리를 한 대교협으로부터 다시 대학입시에 관한 관리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의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는 대교협은 지난해 정부의 '대학 자율화' 방침에 따라 교과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이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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