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서울아트시네마는 공모제 전환 위기를 일단 내년으로 넘기긴 했지만, 서울아트시네마뿐 아니라 그간 지정위탁으로 운영됐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미디액트 등도 모두 내년에 공모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영상문화조성팀 김종호 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초 국정감사에서 특정단체에 지정위탁을 하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공모제로의 전환을 요구받았다. 공모제 역시 개선방향을 찾던 와중 나온 해결책이다. 일단 내년에 공모제가 시행되기는 하겠지만 그 전에 서울아트시네마나 다른 위탁업체들과도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합리적인 대안들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것. 공모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당사자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겠다"고만 밝혔다.
▲ 서울아트시네마는 일단 올해 공모제 위기는 넘겼지만, 서울아트시네마를 비롯한 3개 공간이 내년 공모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프레시안 |
그간 영진위가 서울아트시네마에 지원해온 금액은 매년 1억 5천 가량으로, 이는 서울아트시네마의 1년 전체 예산 중 30% 가량에 해당한다. 이 금액은 대부분 건물 및 장비 임대료 등 극장 운영에 필수적인 금액에 충당되고 있어 시네마테크를 '흔드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금액이다. 영진위 관계자 중 한 명은 오히려 "30%라곤 해도 실질적으로 그보다 더 큰 금액이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수익이나 대관료 수익도 기본적으로 그 30%가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민간에서 비영리로 운영하던 서울아트시네마에 영진위가 일부 지원비를 지원했다는 명목으로 운영 주체를 교체하려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네마테크 사업에 공모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영진위의 정책과 관련해 영화평론가인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문화학교서울 시절부터 시네마테크를 해온 역사성과 대표성, 그리고 서울아트시네마를 계속 운영해온 전문성이 있는데, 공모제를 한다는 건 이 모든 걸 모두 무시하겠다는 처사 아니냐.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 만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식의 발상을 한 건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체할 기관도 없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일반 극장에서 공모에 응했을 경우 모양새가 우스워지지 않느냐는 것. 김영진 교수는 "문화관광부에서 그런 식을 종용해도 영진위가 나서서 이를 막아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 왜 알아서 먼저 기는가. 시네마테크나 독립영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물정 모르는 소리에 왜 영진위가 부화뇌동을 하는가"라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또한 그는 "이 사태에 영화계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다. 돈이 나올 데가 영진위밖에 없어서 다들 영진위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인가"라며 영화계 전반을 꼬집기도 했다.
문화 행정에 있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원칙이 필수적인 자세인 만큼, 현 영진위의 정책방향이 '열악한 지원에 지나친 간섭'으로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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