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날 오후 문방위가 개시될 때만 해도 상정 시도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직권상정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고 위원장은 "정치란 것은 끝까지 인내하고 참고 참으면서 여야 합의에 의해 의사일정을 처리하는 것이 정도라 생각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여야 3교섭단체 간사 협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간사들이 위원회에 이를 보고했다. 그 때 고 위원장은 "3당 간사에게 협상을 요청했으나 도저히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국회법 제77조 의해 방송법등 미디어 법 일괄상정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행정실, 의안 전부 배부하세요"라고 선언했다.
이에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순간적으로 위원장석으로 달려들어 상정을 저지하려 했지만 고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의사봉을 두드렸다.
▲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미디어법을 일괄 상정할 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를 막고 있다. 고 위원장은 미디어법이 여야 간사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괄상정할 수 밖에 없다며 미디어법을 상정했다. ⓒ연합뉴스 |
민주당은 상정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위원장이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상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상정의 당위성을 얘기한 것이지 상정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상정 의안의 명칭을 정확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속기록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따진 뒤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재 지도부 긴급 회의를 소집한 상황이다.
당초 상정이 어려울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간 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오전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의원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직권상정을 주장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부응하듯 회의 결과는 미디어법 직권상정 쪽으로 급격히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전언이다. 야당은 청와대 의중의 지표에 다름아닌 이 의원을 지렛대로 한나라당 지도부의 분위기가 역전됐고, 직권상정에 부정적이던 고흥길 위원장의 태도 변화로까지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