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언급하며 "추경을 곧 해야 할 것 같은데 민주당이 꼭 반영하고 싶은 항목이 있으면 제시하고 (추경 편성에)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한 총리는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들에 대해 정치적 견해 차를 뛰어넘어 대승적으로 통과시켜 정부가 힘내서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경제위기 조기 극북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정세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정세균, 한승수 총리 맹폭…한승수 "물도 안 주나"
반응은 싸늘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 대표는 "작년 10월 정부가 예산안을 보냈다가 경제 전망치가 틀렸기 때문에 수정예산안을 요구했으나 기본 전제가 잘못된 예산안을 갖고 와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한 총리가 "IMF가 올 초에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5%P 줄이는 등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끼어들자 정 대표는 "정부가 수정예산을 낼 때도 IMF는 1% 전망을 했는데 우리 정부는 4% 예상치를 갖고 제출했던 것 아니냐"며 "회계 년도가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추경을 얘기하려면 정부나 여당이 사과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또 "따질 것은 따지면서 협력을 해야지, 무조건 어렵다고 해서 따지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 총리를 몰아세웠다.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 발 물러선 한 총리는 "추경은 그나마 시간이 있는데 국회 계류 법률안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화제를 돌렸다.
"나도 정부 있어 봤는데"…"아는 사람이"
이에 정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 계류 중인 법안은 당연히 정부가 입법해야 할 법안들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소수 의원들에 의해 의원 입법 발의돼 있는 것이 많다"며 "나쁘게 얘기하면 청부입법이라고 하는데, 나는 우회입법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정 대표가 "나도 정부에 있어봤는데"라고 언급하자 한 총리는 "바로 그거다 지난 10년간 정권에 있어봤으니 이런 문제를 잘 아실테니 협력을 좀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내가 2005년 원내대표 할 때도 (정부로부터) 청탁 받아 입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맞받았다. 정 대표는 "야당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면서 국회가 운영돼야 필요할 때 협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쉴 새 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정 대표의 공세에 "마실 것도 안 주나"라며 숨을 돌린 한 총리는 "행정부로서는 여야가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여야가 협력해서 법안들을 원만히 통과되리라 기대한다"고 거듭 협조를 구했다. 이에 정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한 몸이기 때문에 국회가 잘 운영되도록 당정협의를 등을 통해 잘 조율해서 국회가 잘 돌아가도록 해야지 마치 여당이 야당 하는 식으로 있기 때문에 국회가 어렵다"고 또 충고했다.
"정부, 여야 하나"…"그러면 2중대 소리 듣지"
한 총리가 "국민을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 야당까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맞받자 정 대표는 "그러면 국민들이 걱정한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2중대가 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시종일관 날선 대화를 이어갔다.
정 대표는 기자들이 퇴장한 이후에도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참고 참고 또 참고 있다"고 한 총리를 질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 이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방문한 한 총리는 역시 추경 편성과 법안 처리 협조를 부탁했으나 역시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회창 총재는 "우선 여당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시하며 대안을 갖고 밤을 세워서라도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부족하고, 민주당도 자꾸 싸울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고 원론적 수준의 인사말을 건넸다.
권선택 "청부입법 많다. 정부 떳떳하지 못해"
이후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권선택 원내대표가 발언을 자청하고 나서서 "미디어법에 대한 포장이 잘못돼 있고, 청부입법이 너무 많아 정부의 소신이나 입장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떳떳하지 않아 보인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또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비전이나 대책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고 공세를 펼쳤고, 박상돈 의원도 "전 정부가 추진하던 일이지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지역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대단하다"고 거들었다.
비판 분위기가 조성되자 이회창 총재도 "미디어법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많이 나오는데 '조중동' 같은 큰 신문사들에게 방송사를 끼워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 같다"며 "여론 독과점을 경계하고 다양성을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교차소유 비율 등의 제한 장치가 마련돼야 함에도 한나라당이 대안을 내놓지 않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충고하는 등 비판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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