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락 하루만에 급등하며 지난해 최고가마저 경신, 10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스피를 포함해 세계 주식시장의 동시 약세가 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데다 이에 따른 외국인의 자본시장 이탈 가속화도 환율 상승추세에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30원 급등한 1516.3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8년 3월 13일(1521.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조정으로 1480원선까지 내려왔던 환율은 이날 장 초반부터 일찌감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지난해 최고점인 1513원(마감 기준)을 순식간에 넘어섰다. 전고점을 넘어선 탓인지 달러가치 오름세는 1515원선에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당국의 뚜렷한 개입신호가 없음을 확인한 후 이내 추가 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환율 상승압력은 단기적으로는 다음 달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외 거시경제 변수가 아직 뚜렷한 해결기미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동유럽 경제가 자생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라 달러강세 기조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며 "선진국이 얼마나 빨리, 적극적으로 동유럽 문제 해결에 나서주느냐가 관건이다. 적어도 한두 달 안에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지금의 환율 불안 추세가 다음달까지 지속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의 장단기차입금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은 환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국내 변수다. 이 문제 역시 4월이 들어서야 해결되리라는 전망이다. 당장 이번 달과 다음달 사이 시중은행이 갚아야 할 차입금 수요가 104억 달러에 달해 외환수급 경색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4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위기설'을 자극하는 주요 요인이던 차입금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된다.
류 팀장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468억 달러에 달했던 단기순차입금(단기채무를 제외한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말 불안추세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도 크게 줄어 230억 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며 "3월까지 고비만 넘긴다면 적어도 국내적으로는 이전과 같은 수급경색 요인이 줄어든다"고 했다.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고환율 추세가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하리라는 점이다. 이는 실물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류 팀장은 "당초 예상보다 물가 둔화세가 약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환율 상태면 2월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 반전할 조짐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67포인트(3.24%) 하락한 1063.88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를 재차 경신한 것이며 최근 80일 내 최저치다. 외국인이 3041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장을 내리눌렀다. 외국인은 이날 장을 포함해 11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깬 것이다.
연기금이 6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는 등 지수 방어에 안간힘을 썼으나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3024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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