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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푸들'을 좇는 MB…100년을 말아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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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푸들'을 좇는 MB…100년을 말아먹으려고?

일제고사 '선배' 영·미 살펴보니…"실패 예견된 정책"

지난해 10월 치러진 학업 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되자마자 파문을 낳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처음에 모범 사례로 뽑았던 전북 임실의 성적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우왕좌왕했고, 급기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23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교과부는 급히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성적에 관한 전면 재조사와 감사를 실시하고 성적 입력 과정의 오류, 성적 부풀리기 등을 집중 점검해 다음달에 다시 분석 자료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또 국가나 외부 전문기관이 채점을 담당하는 방안, 평가 시기를 현행 10월에서 몇 개월 더 앞당기는 방안, 평가 대상 학년을 변경하는 방안 등 여러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병만 장관은 "학업 성취도 평가는 앞으로도 계속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일제고사 실시와 성적 공개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3일 "분명한 것은 학력평가 자료를 가져야 맞춤형 교육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추진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한마디로 일제고사는 계속 추진하되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도입 이유로 내세웠던 '학력 향상'을 위해 일제고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런 목표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

영국…"시험에서 부정 일상적으로 발생"

"한 교실에 18명의 학생이 있다. 이 아이들에겐 모두 3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GCSE)의 영어 과목에서 <맥베스>를 선택했고, 이 시험의 일환으로 에세이를 제출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에세이를 작성할 때 단어 한 개조차 직접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학생들의 교사가 (남편의 도움을 약간 받아서) 주말 내내 아이들의 에세이를 모두 써 주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국 단위 일제고사를 이미 치르고 있는 '선배' 국가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교육개혁을 내세우며 모든 공립·사립공영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결과를 학교와 지역별로 공개하는 일제고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곧 나타났다.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에 교사가 학생 성적을 조작한 사건이 곳곳에서 터진 것이다. 2000년에는 147건, 2005년 600여 건이 발생했다.

1999년 영국의 닉 데이비스 기자는 <가디언>에 일련의 기사를 싣고 일제고사를 비롯한 정부의 교육 개혁이 영국의 공교육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우리나라에도 <위기의 학교>(이병곤 옮김, 우리교육 펴냄)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에서 데이비스 기자는 생생한 사례를 제시했다.

학생의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교사의 사례도 그 중 하나이다. 그가 대신 써준 에세이는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이지만 이 역시 일제고사와 마찬가지로 학교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부정이 발생했다. 데이비스 기자는 "이 교사는 학업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글을 일상적으로 대신 써 주었으며 다른 동료 교사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해당교사의 항변을 실었다.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저도 교장에게 야단을 맞지 않으려고요. 교사들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평교사들이 보직 교사들로부터 받는 괴롭힘은 지독할 정도예요."

▲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교육개혁을 내세우며 모든 공립·사립공영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결과를 학교와 지역별로 공개하는 일제고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곧 나타났다. ⓒ프레시안

"일부 편법은 정당화되거나 고무받기도 한다"

영국 정부는 일제고사 뿐만 아니라 출석률, 퇴학률 등의 사항으로 학교를 평가해 그에 따라 예산과 교부금을 책정하는 방식을 썼다. 데이비스 기자는 이로 인해 영국의 일선 학교에서 기록의 조작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제고사를 두고 "이 게임에는 아무런 정형이 없다"며 "정부의 압력에 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편법을 찾아 나선 교사들이 저마다 야단법석을 피우는 형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편법들은 어느 정도 정당화되거나 심지어 고무받기도 한다. 시험 준비를 위해 보충수업 하기, 작년 시험문제 푸는 연습하기, 시험을 잘 치르는 특정한 기술 가르치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편법을 두고 문해력과 수리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표준성취도 검사를 치를 학생들을 위해 '학력 증진 수업'이란 명목으로 4200만 파운드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영국 공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데이비스의 기사는 영국 사회에 반향을 불렀다. 일제고사가 학업 성취와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 캐임브리지 대학 초등교육보고서까지 잇따라 발표됐다. 결국 2001년 웨일즈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 등에서 일제고사가 폐지되고 있다. 잉글랜드에서도 2008년부터는 중학생 이상은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를 폐지하고 초등학교 4학년에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95% 목표 달성? 신이라도 할 수 없는 일"

▲ 2001년 NCLB를 도입한 미국 행정부는 이후 국가 수준의 일제고사(NAEP)와 주 또는 교육구별 학업 성취도 평가 등을 강화해 실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계에서 이 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는 드물다. ⓒ프레시안
교과부가 일제고사 부활의 목표로 제시한 '뒤처지는 학생 없는 학교 만들기'는 미국 부시 정부의 '낙제학생방지법(NCLB·No Child Left Behind)'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경험을 통해 이 법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다.

2001년 NCLB를 도입한 미국 행정부는 이후 국가 수준의 일제고사(NAEP)와 주 또는 교육구별 학업 성취도 평가 등을 강화해 실시했다. 미국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일제고사 성적에 따라 학교의 예산을 차등 지원하고, 5년 동안 성적을 향상시키지 못한 교사는 퇴출시키고 학교 역시 폐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계에서 이 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는 드물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법 자체가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NCLB에 따르면 모든 학교에서 95% 이상의 학생이 일제고사 학력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며 "이는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학생과 장애인, 소득 수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기준에 따른 폐교 조치를 실행하는 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며 "미국 교육계에서는 '신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 성적과 학교의 존폐, 그리고 교사의 성과금이 연관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 건 물론이다. 미국 교사들이 일제고사 문항을 중심으로 가르쳐 비슷한 내용의 시험문제가 나오면 통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보고됐다. 이미 오바마 정부는 당선 전부터 NCLB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생존을 위한 사기 수법 어쩔 수 없이 배우게 돼"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채점 및 시험 방식의 보완을 통해 성적 조작 등 일제고사의 부작용을 막아보겠다고 밝힌 정부 계획의 헛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교육계에서는 입을 모아 "성적이 낮을 경우 학교와 교사에 가해지는 각종 불이익이 뻔히 예상되는 현실에서 '공정한 시험'만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시험이나 채점 방식, 교사와 학교의 도덕성을 강요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성기선 교수는 "일제고사의 성적을 좌우하는 요인 중 교사들의 책임은 10%도 안 된다"며 "교육 환경, 소득 등 사회구조적 요인을 무시하고 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시험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학교와 교사 평가와 연계된다면 처음부터 목표를 상실한 시험이자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기자 역시 "사실 학교가 학업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단일 요인은 어떤 학생을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어린이들 가운데 30%가 빈곤에 따른 교육 환경 결손이라는 영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가난이 성취도 실패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진언(眞言)으로 맞선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학교의 실패는 거대 학급, 부족한 교육 자원, 낡은 건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교사 등, 부족한 재정으로 초래된 일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정부는 교사와 학교 행정가들에게 그들 스스로 모든 필요한 변화를 일궈내야 한다고 엄청난 압력을 주며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스 기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변화를 그들 힘으로 이뤄내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그래서 가장 어려운 학군에 있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교들은 생존을 위한 사기 수법을 배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많은 교사들이 사기 수법을 배우게 하면서까지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를 이렇게 꼬집었다.

"이들 시험은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더 나아가 학업 성취도 제고에 정치가로서의 모든 운명을 걸었던 교육부 장관과 그가 수장으로 버티고 있는 교육고용성의 수행 성과까지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말 기묘한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은 경기의 참가자들이 승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점수가 나쁘면 선수들이 비난받을 것이며, 심지어 직업을 잃을지 모른다. 하지만 점수가 좋게 나오면 교육고용성 장관이 상을 받으러 한 발짝 앞으로 나설 것이다."

▲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이주호 차관이 최근 성적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학업 성취도평가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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