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발레, 뮤지컬만큼 흥미진진한 작품 많아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발레, 뮤지컬만큼 흥미진진한 작품 많아요."

[人 스테이지] 유니버설 발레단 <돈키호테> 주역 강예나-황재원 인터뷰

창단 25주년을 맞이한 유니버설 발레단이 2009년 첫 작품으로 희극발레의 대표작 <돈키호테>를 택했다. 발레 <돈키호테>는 화려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줌과 동시에 무용수에게는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강예나-황재원, 황혜민-이현준,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까지 총 세 커플이 무대에 올라 더욱 다양한 발레의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 ⓒ Newstage 사진_김고운 기자

이에 유니버설 발레단의 연습실을 찾아 가장 노련한 무대가 기대되는 무용수 강예나와 황재원을 만났다. 쌀쌀한 겨울비가 쏟아지던 인터뷰 당일, 발레리나 강예나는 경미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연습 현장을 보여주지 못함에 양해를 구해왔다.

기자 아무래도 몸을 쓰시는 분들이다 보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더 힘드시겠어요(웃음).

▲ ⓒ Newstage 사진_김고운 기자
강예나(이하 강) 아무래도 몸이 바로 느끼죠. 오늘만 하더라도 이렇게 발목이 부어서는 연습도 힘들어지고…….

황재원(이하 황) 몸이 일기예보를 해주죠. 연습하다가도 '아, 내일 비가 오겠구나'하고.

기자 날씨가 궁금해지면 전화 한 통 드릴게요(웃음). 그럼 우선 이번 공연하는 <돈키호테> 얘기 좀 해주세요.

발레에서는 아주 드물게 희극 발레인 작품이죠. 코미디 발레가 돈키호테, 고집쟁이 딸, 말괄량이 길들이기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제목은 <돈키호테>이지만 주인공은 돈키호테가 아닌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이라는 거예요.

그것 말고도 클래식 발레이긴 하지만 스페인풍을 많이 따르기 때문에 주역 외에도 볼거리가 굉장히 풍부한 작품이에요.

기자 전 사실 발레 초보 관객입니다. 그런데 얼핏 <돈키호테> 공연은 무용수들에게 테크닉을 많이 요하는 작품이라 들었던 것 같은데요.

어느 작품이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지만 <돈키호테>의 경우 회전과 점프가 특히 많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상의 위험도 크죠.

특히나 지금은 좀 더 힘든 것이 저희가 이번 공연 전 3주간의 휴가 기간이 있었거든요. 쉬고 와서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가 <돈키호테>가 워낙 테크니컬한 작품이다 보니 부담이 있어요. 그렇지만 <돈키호테>의 경우에는 아무리 돌고, 뛰고 해도 음악 자체가 굉장히 무용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매력이 있어요. <백조의 호수>같은 작품을 공연할 때는 워낙 처량하고 우울해서 작품 준비하는 중에 우울증이 올 정도거든요. 그에 반해 <돈키호테>는 워낙 밝고 신나는 작품이라 즐겁게 연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돈키호테>를 공연하다보면 참 즐거워요. 성격에 맞는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는 분위기 있는 작품들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봐요(웃음). 그리고 아무래도 일단 하는 사람이 신나야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신나는 거잖아요.

▲ ⓒ Newstage

기자 <돈키호테>는 유난히 명장면이 많은 공연 아닌가요?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세요?

누가 봐도 3막 결혼식 파드되(pas de deux. 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를 최고로 꼽을 거예요. 갈라쇼나 콩쿠르에도 절대로 빠지지 않을 정도로 <돈키호테>의 클라이맥스죠. 무용수의 실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파드되예요. 아무래도 워낙 유명한 장면이고, 그만큼 그동안 해온 무용수들이 많기 때문에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죠.

맞아요. 3막에 어려운 테크닉은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녜요. 그런데 관객 분들은 1막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스토리가 풍부하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기자 테크닉을 요한다는 건 체력 소모가 많다는 것과도 같은 말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굳이 3막이 아니더라도 <돈키호테>는 1막부터 줄곧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기자 그간 황재원씨는 '파트너십이 좋은 무용수'라는 평을 많이 받으셨어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말 영광이죠(웃음).

재원오빠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산증인이자 역사 같은 존재예요. 발레단 내에 세대교체가 있을 때마다 바뀐 무용수들과 전부 호흡을 맞춰 왔으니까요. 지금 젊은 무용수들이 아무리 신체조건이 좋아진다지만 재원오빠만큼은 따라올 수가 없을 거예요. 손도 크고, 팔도 길어요. 그만큼 제 활동 범위가 넓어지니까 편하고, 다른 신예 무용수들에게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신뢰감 때문에 많이 믿고 제 몸을 기댈 수 있게 돼요.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연습 때도 많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죠.

기자 파트너에 대한 칭찬이 대단하시네요. 재원씨는 듣고만 계실 건가요?(웃음)

사실 예나는 워낙 특출한 무용수라 제가 굳이 칭찬하지 않아도 다 아실 텐데.

기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자꾸 들어도 좋은 것이 칭찬이니까 아끼지 말고 해주세요.

보시다시피 워낙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친구예요. 실력도 너무 좋고요. 한마디로 계속 같이 가고 싶은, 계속 무대에 함께 서고 싶은 무용수죠.

기자 이번 공연에는 총 세 팀이 번갈아가며 출연하시죠?

네. 공연을 세 번 보셔도 다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새로 부임하신 유병헌 예술감독님께서도 각각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계시거든요.

맞아요. 예나 말처럼 세 팀이 각자 다른 느낌의 공연을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기자 강예나-황재원 팀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세 팀 중 가장 선배시죠?

▲ ⓒ Newstage 사진_김고운 기자
네. 저희가 가장 나이가 많아요. 하하.

이번에는 첫 주역 데뷔를 하는 친구도 있고, 실력들이 워낙에 뛰어나요. 다만 저는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 무용수거든요. 스토리 전달에 있어서는 연기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믿어주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히 기술적인 부분은 젊은 친구들이 더 잘하는 게 사실이죠. 얼마 전에 우연히 10여 년 전 저의 <돈키호테> 공연 비디오를 봤어요. 이제는 그때만큼은 못하겠더라고요(웃음). 지금 그 정도 욕심을 냈다가는 오히려 부상 같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몇 바퀴 더 돌고, 덜 돌고 하는 것이 다는 아니거든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쌓인 연륜으로 노련한 공연을 선사할 생각입니다.

기자 작년 아메리칸 발레씨어터(ABT)가 내한해 <돈키호테>를 공연했었죠? 어떻게 보셨어요? 잠깐 몸을 담고 있던 곳이라 예나씨는 더 관심 있게 보셨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와서 공연을 하니까 재미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 공연 보신 분들이 저희 이번 공연을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기자 어떤 면에서?

같은 작품이긴 하지만 ABT의 <돈키호테>와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는 톤이 굉장히 달라요. 유니버설 같은 경우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굉장히 색감이 화려해요. 붉은색이나 황금색 같은. 그에 반해 ABT는 동화책 같은 파스텔 톤의 색감이 많이 쓰이죠.

기자 말이 나온 김에 ABT에서 활동할 때 얘기 좀 해주세요. ABT 최초 한국인 무용수셨죠?

소화해야 할 작품 양도 굉장히 많았고, 한국에서 주역을 하다가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힘든 점도 많았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곳에서의 시간이 무용수로서 더 성숙하고 철든 저를 만들어 줬다는 거예요.

기자 발레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있다면?

모든 무용수들은 부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죠. 아무래도 무용수들에게 부상은 실질적으로 삶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니까요.

기자 재원씨는요?

글쎄요. 저는 힘들기보다는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면서 춤을 춘 것 같아요. 물론 나이 들면서는 부상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지만요. 작년에도 좀 다쳐서 고생을 했거든요. 무대에 섰어야 했는데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서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그래서 부상 문제는 후배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사실 무용수는 몸만 쓰는 직업이 아녜요. 몸뿐 아니라 머리를 정말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커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요.

▲ ⓒ Newstage

기자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무용수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죠. 제 경우에는 후배양성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사실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은 지금도 하고 있긴 한데, 가르친다는 것이 어디서 누구를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전 가능하다면 유니버설 발레단에 남아 후배양성에 힘쓰고 싶어요.

여자무용수의 경우에는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잖아요. 제 경우도 아직 미혼이니까 그런 부분이 미래에 크게 작용하리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살아가면서 그 시간에 맞는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문이 열리든, 그게 어떤 길이든 항상 마음을 열어놓고 있어요.

기자 다시 작품 얘기 좀 할까요? 아까 말했듯이 저도 발레에 관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관객입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보기 시작하니까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고 지루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이런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바로 그거예요.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한번 극장에 발을 들이는 게 가장 힘들죠. <호두까기인형>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쉬운 발레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걸 아실 수 있으실 거예요.

와서 봐야 쉬운지 어려운지 아는 거잖아요. 특히 남성관객 분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발레 공연장은 무엇보다도 여성 관객들의 물이 좋다는 거예요. 하하.

기자 정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솔깃한 정보인데요?

무용전공자들도 많고, 기본적으로 발레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세련미가 있거든요. 그것만 믿고라도 한번 공연장에 찾아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발레와도 자연스레 친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저는 아무래도 발레 공연장을 찾을 때 물 흐리지 않도록 꽁꽁 숨어있어야 할까봐요(웃음). 그럼 마지막으로 이번 <돈키호테> 공연을 앞두고 관객 분들께 한 마디씩 해주세요.

여러 팀의 색깔이 분명해서 더 흥미로운 공연이 되실 거예요. 스토리가 확연히 보이는 작품이라 어렵지도 않으실 거고요. 부담없이 오셔서 희극 발레의 재미를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발레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발레는 지루하다는 선입견 때문인데요. <돈키호테>의 경우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30분이나 공연되는 다소 긴 작품이에요. 그렇지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진행입니다. 뮤지컬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약속드릴게요.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 - 2009년 2월 26일 ~ 2009년 3월 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