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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경쟁' 운운하는 이들의 진짜 목적은…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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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경쟁' 운운하는 이들의 진짜 목적은…혹시?

[분석] 일제고사 성적 공개, 수혜자는 정해졌다

지난 16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학업 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되면서 전국이 난리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하향 평준화 현상을 확인했다"며 "학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했다. 공개 하룻만에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은 교장·교감 승진과 일제고사 성적 향상도를 연계시키겠다며 '후속 대책'을 들고 나왔다.

보수 언론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1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나란히 '무한 경쟁 불붙었다', '공부 경쟁 불붙다'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에 "희망의 싹이 보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싣고 교원 평가제와 일제고사 성적이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학력 회복에 주력할 때"?…현실은 정반대

교육 당국과 보수 언론의 분석은 이렇다. 안병만 장관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중이 높아졌다며 이를 '하향 평준화'라고 추정했다. 또 안 장관은 "교장의 리더십과 의지, 교사의 열정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런 교과부의 발표에 발맞춰 언론에서는 일제히 전북 임실 등 일부 사례를 부각시키며 "이제는 한국의 공교육이 학력 회복에 나설 때"이라고 입을 맞췄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지난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을 포함해 전세계 57개국 만15세 학생(고1)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 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학생은 이 시험에서 읽기와 수학 능력에서 각각 1위, 1~4위(최고· 최저 등수) 수준을 보여줬다. 과학 능력은 2000년(1위)과 2003년(4위)에 비해 2006년 7~13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위권이다.

앞서 2003년에도 우리나라의 '학력'은 여전히 우수했다. OECD 30개 회원국과 11개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연구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문제 해결력' 영역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었다. 또 읽기 능력 2위, 수학 능력 3위, 과학 능력 4위로 전 영역에서 최상위권이었으며, 종합 성적으로는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에서 발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 2007' 결과에서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은 세계 50개국 가운데 2위였고, 과학은 4위였다. 2003년 TIMSS 평가에서도 46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수학 2위, 과학 3위의 성적을 거뒀다.

"평준화가 학업 성취도 높인다"

한국 학생들이 월등한 학업 성취도를 보여준 까닭을 외국의 교육 전문가들은 뭐라고 분석할까. PISA를 주관하는 OECD의 베르나르 위고니에 교육 부국장은 2004년 한국을 찾아 2003년 PISA 결과를 놓고 "한 학교에 공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함께 입학시켜 공부시킬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며 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당시 교육부의 분석도 지금과는 180도 달랐다. 2004년 교육부 학교정책실 윤웅섭 실장은 "PISA가 초·중·등 교육 체제에 대한 종합 평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입증된 높은 성취도 결과는 우리 공교육 체제, 특히 고교 평준화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특히 하향 평준화로 교육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일각의 비난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분석은 전 세계 교육 추세를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PISA에서 3회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의 교육 전문가 요우니 봘리예르비 교수는 지난 1월 방한해 "능력이 다른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교육 원칙 중 하나"라며 "이런 교육이 효과가 있다는 건 실제로 PISA에서도 증명됐다. 성적이 낮은 학생도 다른 국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이번 교과부 일제고사 정책의 '롤 모델'이었던 미국 부시 행정부의 낙제학생방지법(NCLB) 역시 미국 교육학계는 물론 오바마 정부도 회의적으로 보는 정책이다. 경희대 성열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결과 지향의 보상과 처벌이 아닌 과정 중심의 교육 지원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천명해왔다"고 말했다.

정작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따로 있다. 2006년 PISA 연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학에 대한 흥미와 과학 개념에 대한 이해, 학습 동기 면에서 모두 57개국 평균보다 점수가 낮았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 능력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갈수록 떨어졌다며 개탄했으면서도 정작 이런 결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번 일제고사 성적 결과가 무엇에 의해 좌우됐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은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영어·수학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제고사 성적 공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정부와 보수 언론 모두 겉으로 애써 이 사실을 부각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부작용 불 보듯 뻔해"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동덕여고 전상룡 교장은 지난 1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교사들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한마디로 그냥 골칫덩어리로 생각되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장은 "지금도 승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사는 승진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시험을 못 보게 하는 여러 가지 편법, 불법이 저질러질 수 있고 또 시험 감독상에도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도 교과부는 2010년 10월에 치러지는 일제고사부터 개별 학교별 성적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고 한다. 교과부가 각 시·도교육청을, 교육청이 학교 교장·교감·교사를, 그리고 다시 이들이 학생들을 채찍질하는 구조가 공고화되는 것이다.

정부, 보수 언론이 입을 모아 공교육이 '다 죽어간다'고 몰아세우면서 '이제는 살릴 때'라고 호들갑을 떠는 동안 이익은 누가 얻을까. 그 수혜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 듯 하다.

우연일까. 환율은 오르고 주가는 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서울 강남의 집값은 지난 달부터 급등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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