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핵심 간부의 성폭행 사건 피해자에게 <동아일보> 기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심지어 이 기자는 피해자의 근무처는 물론 늦은 밤 집으로까지 찾아와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눌러댔다.
끝내 피해자 대리인이 11일 기자 회견을 열고 이 같은 언론의 '2차 가해'를 질타했다. 최초 언론 보도 후 4일 만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해 온 피해자 대리인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지금은 언론과 국가기관에 의한 2차 가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대한민국 전체가 매우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라며 "금도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굳이 피해자와 접촉하려 했던" 기자들
지난 5일 언론 보도 이후 피해자 측은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언론 보도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민주노총의 첫 공식 입장이 나오자마자 피해자 측은 직접 기자 회견을 열고 그간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잔인한 것은 기자들이었다. 피해자가 대리인을 통해 사건 경위와 그 이후 민주노총에서의 처리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사실 관계를 직접 솔직하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굳이' 피해자와 접촉하려 했다.
오창익 국장은 "특히 <동아일보> 기자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만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심야에 집으로 찾아와 수 차례 초인종을 눌러댔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오 국장은 "<조선일보> 기자도 피해자의 휴대폰 음성 사서함에 '한 번 만나서 얘기 좀 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며 "피해자와의 접촉 시도 자체가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다는 '상식'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지난 10일 "가해자 K씨가 피해 여성 A씨에 대한 성폭행을 시도한 이후에도 사흘 동안 따라다니며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피해자 변호인인 김종웅 변호사가 9일 본지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한 보도 내용도 문제 삼았다. "인터뷰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 민주노총핵심 간부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측이 11일 "지금은 언론과 국가기관에 의한 2차 가해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전체가 매우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과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
피해자 대리인은 소속 연맹이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 활동을 하루 만에 중단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성폭행 은폐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소속 연맹이 A씨에게 문제를 확산시키지 말도록 종용했을 '제2의 은폐'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며 보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소속 연맹의 진상조사 중단 요구는 철저히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는 얘기다. 오창익 국장은 "진상조사가 2중적으로 진행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소속 연맹 차원에서 조사가 들어가면 더 좁아지고, 자세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민주노총 스스로 자성할 기회도 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이들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피해자 정보 유출한 국가기관에 대해 수사 의뢰"
특히 이들은 피해자의 자택 주소 등의 신상 정보가 국가기관에 의해 언론에 넘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창익 국장은 "피해자가 집으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으니 기자들이 국정원을 통해 집 주소를 알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이 피해자 측은 국가기관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수시 의뢰도 검토 중이다. 오창익 국장은 "피해자가 밝히지 않은 신상 정보를 유출시킨 경찰, 국가정보원 등 국가 기관의 행태에 대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해자를 고발한 바 있는 피해자 측이 이처럼 2차 가해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어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