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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대기업에 언론을?…미국과 상황 다른데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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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어발 대기업에 언론을?…미국과 상황 다른데 호도"

이용경 의원, 한나라당 미디어법 개정 논리 조목조목 반박

'미디어 관련법' 논쟁에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도 가세했다. KT 사장 출신인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법 개정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산업발전', '여론 다양성' 등의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의원은 국회 문방위 소속이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의 역할이 주목된다.

1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에게 길을 묻다. 미디어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뉴스가 다양해진다", "볼거리가 많아진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문구는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타임워너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필요하다"는 선전 구호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 한나라당 홈페이지

신문과 대기업은 지금도 방송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출 허용'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이미 모두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비지니스엔'을, <중앙일보>가 '큐채널', 'J 골프', '카툰네트워크'를, <매일경제>가 'mbn'을, <이데일리>가 '이데일리TV'를 하고 있고, 대기업도 위성방송의 지분제한(49%)이 있을 뿐 이미 SO, IPTV, PP는 물론 영화, 출판, 광고의 영역까지 무제한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현행법상 신문과 대기업은 케이블TV의 보도나 종합편성채널 및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없다. 즉 한나라당은 신문이나 대기업이 방송분야에 아예 진출할 수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이번 법개정의 목적이 신문과 대기업이 '보도·종편 및 지상파 진출 허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 언론사의 방송 보유 현황. ⓒ이용경 의원실

보도 채널은 상업적 가치가 없다

그런데 '보도 채널'로는 '돈'이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의원은 "방송 뉴스는 매일 취재와 편집을 통해 생산되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있다"며 "상품으로서 방송 뉴스는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는 돈벌이 보다는 여론형성 기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표적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꼽는 '타임워너'에 대해서도 "타임워너에서도 CNN이 버는 돈은 전체 매출의 5%도 안 된다"며 "타임워너 매출의 70% 이상이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대기업이 뉴스제작을 할 경우 경제권력 감시가 어렵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삼성 소속 계열사가 58개인데, 가전제품, 광고, 호텔, 증권, 카드, 보험, 백화점, 의류, 화학, 놀이공원 등 국민의 모든 생활 영역과 관련이 있다"며 "자신의 사업 분야에 대해 공정하고 비판적 뉴스를 보도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미국 대기업과 '문어발' 한국 대기업, 비교될 수 없다

이 의원은 "삼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자기 상품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대기업들이 이와 같이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분야에 문어발처럼 확장돼 있지 않은 점도 우리나라 현실과 크게 대비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미국 4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ABC가 세계2위 미디어그룹은 월트디즈니 소유인 것은 맞지만 월트디즈니는 영화, 놀이공원, 캐릭터상품, ESPN 등 철저하게 미디어와 엔터네인먼트 영역에서만 사업한다"며 "수많은 사업 영역을 거느린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방식은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물론 자산 72조 원의 SK는 64개 계열사를, 자산 43조인 롯데는 46개 계열사를 자산 31조인 GS는 5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자신 10조인 CJ 조차도 6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만 개 일자리, 진실인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일자리 2만 개 창출' 주장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자료를 인용해 "2007년 방송시장은 10조 원 규모로 2000년에 비해 두 배로 커졌다"면서 "그런데 일자리는 1만3897명으로 2000년 1만3294명에 비해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8년간 5조 원의 시장이 생겨났는데 일자리 수는 늘지 않았다"면서 "3조 원의 가치가 늘어 2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따졌다.

▲ 미디어산업 종사자 추이(출처: KISDI 방송통신정책 455호. 2009.2.2) ⓒ이용경 의원실

20% 지분 제한으로 대주주 될 수 없다고?

'20% 지분 제한으로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 지분율은 3.57%,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6.62%,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율이 2.19%,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율이 5.38%"라며 "지분 20% 한계 때문에 대기업이 지상파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진실이냐"고 지적했다. 20% 미만으로 지분율 제한돼도 각종 지배구조 방식을 도입해 얼마든지 방송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르는 것은 외형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근본 정신과 원칙을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민주주의 역사가 20년도 안 된 우리나라와 200년이 넘은 미국을 비교할 수 없고, EU라는 사실상의 단일 국가처럼 움직이는 유럽 국가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언론 재벌'은 뉴욕타임즈와 같은 진보도 있고 LA타임즈와 같은 보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본=보수'라는 등식만 성립되는 환경에서 빗장을 열면 보수적 자본들만 진출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시장 논리만 앞세우지 말고 언론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10일 이용경 의원 주최로 열린 미디어 관련법 토론회. ⓒ프레시안

IPTV, 채널 늘어나면 여론 다양해지나?

이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또 한가지 논리인 '통방융합'(통신방송융합), 'IPTV시대'에 대해서도 "통방융합이 미디어빅뱅의 동인은 맞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세상을 뒤엎는 신기루처럼 인식하는 것은 오류"라며 "IPTV가 활성화돼 수백개의 채널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채널수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성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지금 300개의 채널이 있음에도 과거만큼 다양성이 없다. 그 이유는 아주 소수의 기업이 많은 채널, 특히 시청자들이 보길 원하는 채널들을 갖고 있다. 미국의 언론환경을 지배하는 기업은 5~6개 뿐"이라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아델스키 위원의 말을 전하며 "IPTV 시대 개막을 여론다양성 보장과 같은 의미로 결론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대기업의 언론시장 진출에 대해 이날 여당 측 발제자였던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재벌이 언론 가지려는 이유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강 의원은 "모 그룹(한화)이 5000억 원의 투자 손실을 입고 그룹이 휘청거려 발을 뺐었다"면서 "(대기업이 언론 소유에) 왜 매력을 느끼느냐면 미디어에 우리 사회의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권력으로서의) 신문이나 방송에 대한 투자 요인은 거의 사라졌다"며 "'바이러스'가 침투하듯 바라보는 시각에는 문제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용경 의원은 "통신시장을 개방할 때 삼성은 안 들어왔고 LG는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삼성이 안 들어오기로 한 것을 잘 판단했다고 본다"며 "보도채널이 열렸을 때 정신차린 기업이라면 안 들어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디어로 특화된 기업은 열어주더라도, 문어발 확장식의 재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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